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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6.07 17:11:50
  • 최종수정2018.06.07 17:11:50
[충북일보] 최승자의 시는 세계에 대한 절망과 도저한 부정에서 발아한다. 폭압적 시대상황과 남성지배 사회구조 속에서 억눌린 여성의 내면무의식이 파멸과 죽음의 언어로 표출된다. 주목되는 것은 바깥세계에 대한 시인의 적의와 분노가 바깥으로 향하지 않고 안으로 향하여 자신과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는 점이다. 이 혹독한 자기싸움 과정에서 자학적 비명, 절규에 가까운 아우성, 죽음의 이미지들이 쏟아져 나와 시에 흩뿌려진다. 그러니까 그녀의 시는 억압과 착취의 세계에서 해방되고픈 자아의 간절한 욕망의 기표이자 그 억압체계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음에 고통스러워하는 절망의 몸짓이다.

시인은 왜 이런 자기 공격적 진술을 행하는 걸까· 극렬한 자기부정, 자기연민, 자기분노를 통해 그런 존재를 낳는 이 세계가 썩고 위선으로 가득 차 있음을 역설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세계는 거짓투성이고 피로 물든 고아원임을 반어적으로 고발하기 위함이다. 위악의 세계를 경멸하고 모멸하기 위해 시인은 먼저 그런 세계 속의 자신을 혐오하고 자기 존재를 루머로 치부해버리는 것이다. 죽음의 발화로 죽음을 폭로하여 죽음으로 물든 세계의 실상을 똑똑히 보라는 반어적 경고다.

이런 모멸과 죽음의 발화는 초기작인 「일찍이 나는」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시인은 빵에 핀 곰팡이나 벽에 지린 오줌자국, 천 년 전에 죽은 시체 등으로 자신을 비하하여 소외된 존재, 죽음을 반복하는 존재로 규정한다. 아무것도 아닌 자로 스스로를 규정하여 존재 자체를 루머로 추락시킨다. 자신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폐기하여 자아의 존재 토대인 세계가 절망과 폐허를 낳는 곳임을 통렬히 비판하기 위함이다.

일찍이 나는 - 최승자(崔勝子 1952∼ )

일찍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 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가면서

일찍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너를모른다 나는너를모른다

너당신그대, 행복

너, 당신, 그대, 사랑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그녀의 시가 줄기차게 죽음으로 흐를 때 반대로 시인은 줄기차게 사랑을 갈구하고, 절망과 고통이 깊어질수록 시인의 사랑에 대한 갈구는 더 간절하고 깊어질 것이다. 죽은 세계 속에서 죽은 자신의 시신을 으깨지도록 끌어안고 비통하게 우는 시인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죽음의 장면들은 그녀의 시 전반에 나타난다. 특히 초기 시에는 잔혹하리만큼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폐허의 이미지들이 등장하여 삶 자체를 죽음을 낳는 과정으로 그리곤 한다. 아이러니컬한 건 죽음의 발원지가 여성의 몸속 자궁으로 묘사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시인의 눈에 여성의 몸은 이미 여성성을 상실한 폐허의 몸, 남성 지배구조 속에서 식민화된 절망의 몸인 것이다. 죽음을 생산하는 불모의 공간이자 오염된 바다, 불구자나 죽은 아이를 낳는 사산(死産)의 공간인 것이다. 최승자 시에서 이 땅의 여성들이 몸속에 무덤을 하나씩 지닌 불운의 존재로 그려지는 것은 절망적 시대인식, 비극적 세계인식 때문이다.

그런데 시인은 이 비극적 자궁을 통해 여성과 여성성의 문제, 사회의 부조리와 불화들, 삶 속에 은폐된 죽음들을 재성찰한다. 그녀의 시가 남성적 지배이데올로기에 대한 대항담론으로 승격되는 것은 남성 중심의 역사가 낳은 수많은 위악과 폭력을 비판적으로 폭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성들에 의해 미화되고 치장된 여성의 몸을 철저하게 유린되고 파멸된 비극의 영토로 환원시켜 사실적으로 재성찰하기 때문이다.

이런 반성적 모색과 열린 페미니즘 시각이 대모(大母)의 상상력, 우주의 상상력을 낳는다. 그리하려 시인은 이제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항대립의 세계를 하나의 우주적 육체로 끌어안고 우주의 모든 존재를 연인들로 받아들인다. 결국 모멸과 악의, 죽음과 절망으로 가득 찬 그녀의 시는 세상을 향한 뼈아픈 사랑이자 갈망이 낳은 숨결들인 셈이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자체가 늘 역설과 반어의 시 아니던가.

/ 함기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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