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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겨울연가 - 할아버지와 일소

  • 웹출고시간2017.01.12 18:16:17
  • 최종수정2017.01.12 18:16:16
옛날 이야기지만 농부가 밭을 갈고 거름과 농산물을 운반하는 농사일은 소의 힘을 이용했다. 그래서 소 없이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소와 농부는 떨어질 수 없는 인연을 맺게 되고, 영농의 중심에는 일소의 존재가치가 높았다.

나는 유년시절 소가 고달프게 일하는 것을 측은한 마음으로 보았다, 일을 심하게 하여 소가 병이 나면 할아버지는 소 침쟁이를 불러 긴 침으로 인정사정없이 찔러대고 약초를 갈아 큰 병에다 넣어 강제로 먹이는 치료가 잔인 하게 느껴졌다. 병난 소에게는 잘 먹는 풀을 베어다주고, 겨울에는 벼 짚을 썰어 콩깍지와 콩을 약간 넣고 쌀겨도 넣어 소죽을 쑤어준다. 외양간도 깨끗이 치고 볏짚을 깔아주는 등 할아버지는 소를 사랑하고 아끼는 정성이 지극했다.

송아지가 태어났다. 엄마의 젖을 먹고 자유롭게 뒤노는 모습이 아주 귀엽고 행복해 보였다. 한 살쯤 크면 할아버지는 송아지를 외양간에 붙들어 매고 코를 뚫었다. 그 비명 소리에 놀라 나는 벌벌 덜었다. 얼마나 아플까, 이제는 한평생 소고삐에 매여 고달픈 일생을 일만해야 되는 소의 운명이 시작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고 측은 했다.

6·25동란 때 일지만 추운 겨울날이었다. 갑자기 산속에 숨은 공비 토별을 한다고 군인들이 들이 닥쳤다. 숨겨놓은 소가 발각되어 애지중지 기르던 소를 군인들이 끌고 갔다. 할아버지는 소고삐를 잡고 따라가면서 애원했다. 나는 할아버지 뒤를 다르며 울면서 "소 없이 농사를 어찌 지으라고"하며 사정했으나 총칼을 든 위협에 어쩔 수가 없었다.

옛날 달구지에 짐을 가득 싣고 비탈길을 오르는 소를 보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입에 거품을 물고 등에 땀이 흠뻑 젓도록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참아 눈뜨고 볼 수 없었다. 힘겨워 앞발은 땅에 끓고 엎드린 소에게 주인의 채찍이 사정없이 가해졌다. 짐승만도 못한 인간의 잔인함, 지나친 과욕이 죄 없는 순박한 소에게 가해지는 비정함을 지금까지도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농사일에 힘든 일을 하는 동물은 소 밖에는 없다. 그 일하는 모습에서 근면한 감동을 준다. 뚜벅 뚜벅 일터로 가는 모습에서 군자다운 근엄함을 느낄 수 있다. 두리번거리는 큰 눈은 순박한 아기의 눈망울 보는 것 같고 풀밭에 조용히 풀을 뜯는 모습에 어찌나 평화스러운 운치가 넘쳐나는지….

밭을 가는 모습을 보면 '이랴! 하고 고삐를 채면 쟁기를 끌고 천천히 움직이고, 힘들어서 멈추면 여지없이 주인의 채찍이 가해진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 다해도 태산 같은 움직임에 감동을 준다. 우보천리(牛步千里)란 말도 이런 소의 근면하고 신중한 모습에서 생긴 것이 아닐까.

이제는 그와 같은 소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기계문명의 발달로 소가하던 힘든 일을 모두 기계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일소는 자취를 감추고 고기소사육이 영농의 중심이 되고 있다. 한미 농산물교역 즉 한미 FTA에서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이 걸린다는 유언비어에 온 국민의 촛불시위가 서울 밤을 밝혔던 기억을 되새김해본다. 오늘의 촛불을 든 시민들의 평화행진 시위는 광우병시위와 어떻게 다를까. 그때는 질병 우려로 한미 무역협정을 반대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국가 최고 통치의 공명정대한 치도를 상실했기 때문이 아닌가.

소처럼 일하는 근로자, 밤낮없이 뛰는 공직자들! 가족을 위하여 국민의 안녕질서를 위하여 열심히 일하는 국민을 바라보면 옛날 일소가 일하는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오늘도 백만 촛불시민을 순직한 소의 큰 눈망울이 두리번거리며 지켜보는 것 같다.

이정식 수필가

충북대 평생교육원 시·수필창작 수료

푸른솔문학 신인상 등단

전국 노인서예대전 초대작가

중등학교장 정년퇴임

저서 '그리운 삶의 향기', '여몽(如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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