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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3.11 16:08:04
  • 최종수정2021.03.11 16:08:04
'고초당초 맵다한들 사집보다 더 매울까?

세상의 모든 여인들이 하는 말로 시집살이는 알 수가 없다.

아무리 잘해줘도 시집이고 시어머니라고 한다.

오죽하면 요즘 젊은 친구들은 '시'자가 들어가는 것은 시금치나물도 싫다고 한단다.

친정어머니는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정말 며느리에게 잘하며 사랑을 주는 시어머니라고 했다.

며느리들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며느리가 다섯이나 되는 친정어머니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해 본다.

며느리 못지않게 시어머니도 힘들지 않았을까?

내 속으로 낳은 자식도 마음대로 되지 않고 20만 넘으면 자기 의견을 주장하며 얼굴을 붉힐 때가 있는데 각기 다른 환경과 부모님 밑에서 자란 다섯 며느리들은 잘 하는 시어머니라도 어렵고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난 어렸을 때에도 성인이 되어서도 입버릇처럼 종갓집 맏며느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물론 시어머니에 시할머니까지 계셔서 사랑을 듬뿍 받는 예쁜 며느리가 되고 싶었다.

아니 사랑이 아니면 모진 시집살이라도 당해보고 싶었는데, 시집살이도 사랑도 받지를 못했다.

시부모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면서 직장생활하며 아이들 키우느라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출근하여 하루 할 일을 정리하고 있는데 여직원들만 휴게실로 모이라고 연락이 왔다.

급한 일인가하여 쫓아갔다.

커다란 스텐 밥통을 가운데 두고 둥그렇게 모여 있었다.

무엇인가 하고 뚜껑을 열어보니 먹음직스러운 찰밥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며느리가 임신을 해서 찰밥을 잘 먹는다고 시어머니가 해주셨단다.

여러 가지 콩과 호두·은행·밤까지 듬뿍 넣어 만든 찰밥을 싸주시며 직원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하셨나보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너무 부러웠다.

모두들 맛있게 먹는데 울컥하여 한 숟갈도 먹지 못하고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버스를 타고 아흔아홉 구비 천등산 달이재를 넘어 출근하던 때가 떠올랐다.

차멀미가 얼마나 심했는지 출근길에 중간에서 내려 간이주차장 의자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며 눈물만 흘렸었다.

그때도 시어머니 생각이 지금처럼 간절하지는 않았다.

시어머님이 너무 그립고 보고 싶은 날이었다.

결혼하여 직장 생활하는 여자들은 시어머니가 있었으면 할까?

나는 시어머니가 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때때로 했었다.

직장에 다니는 나를 대신하여 살림도 살아주고 아이들도 키워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시부모님이 아기를 키워주며 함께 사는 친구들이 많이 부러웠다. 남에게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며 날마다 미안해했다.

하루는 출근하는 길에 아기를 맡기려고 업고 갔더니 아이를 돌봐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건 무슨 말인가?

어제 저녁에도 아무런 말이 없었는데 지금 이야기를 하면 어쩌라는 것인지 머리가 하얘졌다.

아기를 업고 출근을 할 수도 없고 가까운 데는 친척도 없고 친정어머니는 오실 형편이 안 되니 난감했다.

아주머니에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고 당황스럽기만 했었다.

처음으로 얼굴도 뵙지 못한 시어머니를 원망했었다.

아기를 업고 돌아서는 나는 덩그러니 세상 속에 아기와 함께 던져진 느낌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친구들은 시부모님이 안 계셔서 얼마나 좋으냐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아니다.

오히려 시부모님과 함께 살며 시어머니 시집살이를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항상 부러웠다.

힘들게 자식을 낳으시고 키우시기만 하고 효도 한 번 받지 못하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고 아프다.

외출했다가 늦게 들어오는 며느리에게 일찍 들어오라고 꾸중도 하시고 가끔 냉장고를 들여다보고 절약하고 아끼며 살라고 해주셨으면 좋겠다.

남들은 그것이 시집살이에 잔소리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사랑의 소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 남편을 보면 알 수 있다.

시부모님들이 어떤 분이신지를 그냥 옆에 계시면서 즐거울 때 즐거워해 주시고 힘들 때 위로해 주시는 그런 분들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착하게 순종하며 효도하려고 노력하는 며느리가 아니었을까?

찰밥을 싸준 시어머니가 부럽고 아기 키워주며 시집살이 시키는 시어머니는 더욱 부러웠다.

사랑받는 것보다 모진 시집살이 당하는 친구가 애잔하면서도 더 부러웠다.

단 하루라도 함께 살아보고 싶었다.

조용히 시부모님 사진을 꺼내어 본다. 인자하신 모습에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아버님, 어머님. 모든 것이 처음이라서 서툰 며느리입니다.

사랑보다 사랑이 담긴 매서운 시집살이라도 받고 싶었습니다.

꿈에서라 한 번 뵙고 싶습니다.

그때 만나면 우리 며느리 수고했다 한마디 해주셨으면 합니다.

아버님, 어머님, 사랑합니다."

오명옥 프로필

교사 정년퇴임

충북보이스카우트 충북연맹훈육위원장

푸른솔문학회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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