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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12.05 14:30:51
  • 최종수정2024.12.05 14:30:51
꽃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에서 인생을 배운다. 사람들이 흔히 나무는 주어진 환경을 감내할 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숲에 들어서면 흙, 나무와 풀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가 큰 숨을 쉬게 한다. 그러면 숲의 향기는 말없이 우리를 감싼다. 숲에 들어서면 마음이 평온하다.

평생 한자리에서 살아가야 하는 기막힌 숙명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나무를 본다. 대자연의 참모습을 나무에서 발견하며 자연을 보고 배우며 살다가 미련 없이 흙으로 돌아가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인생의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마음이 흔들릴 때, 나무 곁에 서면 불필요한 일과 무의미한 복잡한 문제들로부터 삶이 단순해진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휴식이나 평안함을 느끼게 하는 어머니 같은 존재다.

어느 날 갑자기 시어머님이 아들과 손자에게 존댓말을 하고 사돈댁이 오셨는데 "저 늙은이는 저녁 때가 됐는데 왜 집에 가지 않느냐"고 하는데 깜짝 놀랐다. 이튿날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알츠하이머 초기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호전되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병세가 진전되는 모습이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기저귀를 채우면 뜯어 입에 넣고 삼키는 일이 자주 있었다. 변기 물에 머리를 감고 밥과 국을 섞어 놓아서 먹지 못하게 만들었다. 한때는 삼키는 것을 잊어버려 음식도, 약도 먹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파 부등켜 안고 엉엉 울었다. 치매가 이렇게 무서운 병인지 몰랐다. 사람만 보이지 않으면 잠시도 쉴새 없이 저지레를 하시거나 집 밖으로 뛰쳐나가는 일이 반복되는 일과다.

젊은 나이에 혼자되시고 외로움의 무게 때문에 치매라는 못된 마술에 걸리신 걸까? 자신만의 굴레 속에서 허우적거리시는 모습에 마음이 찢어진다. 어머님의 모습에 연민의 정을 느끼며 치료제는 '사랑'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매일 기도하며 잘못을 반성하니,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할 수가 있었다. 지금도 그때의 일상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온다.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을 사랑하라, 그게 인생이다. 기쁨은 거기서 시작된다"는 괴테의 말이 늘 머리를 맴돌았다.

사랑이 없으면 인생이 시시하고 지겹다. 사랑은 삶이 주는 선물이고 생이 내리는 숭고한 명령이라고 한다. 사랑해야지만 인생이 기쁨으로 충만해짐을 느낀다. 세상은 언제나 내가 두렵게 그 앞에 섰던 큰 강물 같았다. 그 두려움을 이기며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세상의 어떤 강인들 못 건너겠는가.

인간은 누구나 이 땅의 삶을 다한 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삶의 열매와 흔적을 남기게 된다. 그러나 이왕이면 아름답고 선한 열매를 남기기를 원한다. 삶의 열매는 평생 뿌려온 인생의 결과물이다. 선한 열매는 수고와 헌신이 있어야 함을 기억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선한 열매를 맺기를 원한다면 선한 열매를 맺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가을의 열매들을 바라보며, 지나온 삶을 회상한다. 인생에서 희생과 봉사는 자신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짐처럼 느껴지던 고난과 어려움을 이겨낼 때, 나를 더 성장시키는 값진 보물이 되고 교훈이 됐다.

건강이 엄청난 재산이라는 것도. 가까운 이의 죽음에 덜컹대던 마음을 초연해 하며 가상의 유언장을 써보는 진지함도 체험해 봤다. 어지간한 일은 '그럴 수도 있지'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아직도 삶의 열매를 꿈꾸며 붙잡고 있으니 부질없는 욕심이라 하지만 그것은 인생을 살아갈 목적이 되고 희망이라 말하고 싶다.

정금자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푸른솔문학' 신인상 등단(수필)

-충북대학교 수필문학상, 효동문학상 수상

-저서: '조각보'(수필집)

-공저: '삶의 향기', '목욕'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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