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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여름의 향기 - 꼬부랑 두던

함기석의 생각하는 시

  • 웹출고시간2021.06.03 17:29:22
  • 최종수정2021.06.03 17:29:22
서덕출은 자연의 모든 사물들이 긴밀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 시인이다. 그의 동시에는 세상에 대한 희망과 편견 없는 따뜻한 시선이 들어 있다. 다섯 살 때 그는 대청마루에서 놀다가 미끄러져 왼쪽 다리를 다치는데 염증이 척추까지 번져 안타깝게도 장애인이 된다. 유년의 이 뼈아픈 고통과 상처는 훗날 세상의 사물들을 바라볼 때 무의식적으로 투영되게 된다. 그럼에도 그의 동시는 감상적 슬픔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고 얕은 동심천사주의로 흐르지도 않는다. 또한 정치적 목적의식에 사로잡힌 카프(KAPF) 경향의 동요로부터도 벗어나 있다.

주목되는 특징은 「봉선화」등에 나타나는 동화적 환상성이다. 아이들은 흔히 환상을 통해 자신의 결핍된 욕망을 충족시키려 한다. 어른들의 합리적 세계에서 벗어나 환상 속에서 대상의 새로움을 발견하고 경이로움을 체험한다. 서덕출의 동시에 깃든 환상성은 주로 시적 주체가 객관적 대상을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방식이다. 왜 이런 환상이 펼쳐지는 걸까· 비참한 현실과 불구의 자아를 극복하려는 시인의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발현되기 때문일 것이다. 즉 그에게 환상의 체험은 현실의 고통을 견디고 치유하고 극복하게 해주는 정신의 힘이자 약인 셈이다.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면 우리의 동시 시단에 확장되고 있는 환상의 상상력은 최근에 갑작스레 부상한 게 아니란 오래 전부터 태동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환상의 성격과 갈래, 색채와 무늬가 다원화되었다는 점은 다르지만 환상의 근본적 발아토대는 같고 그 연원은 매우 오래되었다.

꼬부랑 두던 - 서덕출(徐德出, 1906~1940)

해가 불쑥 솟아 오는

저 건너 두던

꼬불꼬불 비탈길엔

누가 가나요

고생살이 도련님의

나무지게가

소리 없이 아장아장

걸어 갑니다

어둠이 꼬리 치는

저 건너 두던

꼬불꼬불 비탈길엔

누가 가나요

나뭇짐 맨 누른황소

목에 은방울

비탈마다 대글대글

울며 갑니다

*두던 : 둔덕의 고어
서덕출의 동시는 내용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꼬부랑 두던」「울냄이 삘냄이」처럼 현실의 어려움과 아이들 놀이를 노래한 작품들로 일제강점기의 힘겨운 현실에서 까불며 노는 아이들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둘째는 「버들 피리」「봄맞이」 「여름」 「단풍」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작품들로 서정적 감수성과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잘 스미어 있다. 셋째는 「꽁지 빠진 새」 「눈 뜨는 가을」「봄 편지」「산 넘어 저 쪽」처럼 장애인이었던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담아내고 나아가 마음속의 꿈과 동경을 노래한 작품들이다.

형식면에서 대부분 정형시 율격을 띤다. 주로 4·4조, 7·5조의 음수율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시인이 동시가 노래로 만들어져 불리길 바란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징적인 점은 4음보 한 행을 두 행으로 나누는 행갈이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한 행의 2음보를 띄어쓰기 없이 한 음보로 처리함으로써 3음보를 이룬다. 이는 그가 일제강점기 당시의 관습적인 창작동요 형식에서 탈피하고자 고민했음을 암시한다.

「꼬부랑 두던」은 도련님과 황소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과 생활상을 드러내고 있다. 해가 뜨는 아른 아침부터 어두컴컴한 저녁까지 온종일 땔감으로 쓸 나무를 지게와 소로 져 나르는 일상의 모습이 감각적으로 그려져 있다. 나무지게를 지고 아장아장 걷는 도련님과 목에 은방울을 매단 누런 황소의 순차적 배치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율격 면에서도 4·4·5의 자수 배치를 반복하면서 자연스러운 리듬을 형성한다. 등에 나뭇짐을 잔뜩 짊어지고 꼬불꼬불 비탈길을 걸어가며 콧김을 푹푹 내쉬는 황소의 모습이 눈이 선하다.

/ 함기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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