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말 비틀기, 연상으로 말 이어가기, 속담이나 관용구 삽입하기. 끝말잇기, 말과 말 충돌시키기 등 운용 측면에서 보면 오은의 시는 쾌락의 욕망을 토대로 펼쳐지는 말놀이 공연, 말놀이 애드리브에 가깝다. 말 자체에 내재된 물성과 소리, 말에 대한 즉흥적 감각과 반응에 따라 시가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전개된다.
첫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2009)은 다양한 말놀이 유희가 펼쳐지는 무대다. 음악, 영화, 철학, 수학, 과학 등 다양한 장르가 꽈배기처럼 뒤섞이면서 현대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희롱하고 욕망에 굶주린 자본문명 속의 현대인들을 식충들로 묘사한다.
말이 구성하는 사회적 조건과 가치를 의심하는 이런 시선은 두 번째 시집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2013)에서도 이어진다. 블랙유머가 깃든 장난스런 말들로 문명사회의 모순과 위악을 비판한다.
세 번째 시집 '유에서 유'(2016)에서는 말놀이의 위트와 농담은 다소 옅어지고 부조리 의식이 짙어진다. 현대도시를 살벌한 서바이벌 게임이 벌어지는 생존 사냥터로 보면서 현대사회의 절대적 수직구조, 그것의 폐허를 주목한다.
스프링 오은(1982~ )
텀블링하기 좋은 날씨
방과 후의 아이들이
봄처럼 튀어올랐다
해바라기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씨들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주근깨를 볼에 심은 아이들이
발끝을 모으자
해를 향해
자신들의 경쾌한 근원을 향해
스프링, 스프링
튀어오를 때
스카이가 다른 이유를
불가능이란 아무것도 아님을
열심히 일한 자들이 왜 떠나는가를*
방과 후 학습에서/비로소 이해할 때
아이들은
샘물 위에 피어난
마블링처럼 웃으며
고블린보다 신나게
더블린 한복판에서
텀블링, 텀블링
이 모든 도약이 꽈배기 한 입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의 수학자 존 내시(John Nash)는 소련 간첩들이 '이것'을 통해 내통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