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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2.28 10:19:33
  • 최종수정2023.12.28 10:19:33
이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관계는 어머니와 자식의 사이가 아닐까? 인간이든 짐승이든 온갖 위험과 역경으로부터 인고의 시간을 감내하고 생명을 탄생시키는 어머니.

어머니는 그 자체로 한없이 존경과 추앙을 받아야 한다. 어머니의 고통과 희생으로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자식도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 어머니와 자식은 억만겁의 인연으로 만나 함께 보낸 시간들은 소중한 추억이요, 더없는 행복이 아닐까?

가난했던 농촌에서 겨울철 최고의 요깃거리는 고구마나 토란이었다. 겨울밤이면 커다란 가마솥에 삶아 이웃과 나눠 먹으며 보낸 지난날들이 새록새록 그립다. 또 배추뿌리나 무를 꺼내다 깎아 먹기도 했다. 아버지는 사랑방에서 밤이 깊어 가도록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며 새끼도 꼬고 맷방석을 만드셨다. 어머니는 뒷방에서 찰그탁 찰그탁 베를 짜셨다.

그런 나의 유년 시절의 추억과 함께 문득 어머니의 일생을 영사기 되감기 하듯 회상해 본다.

어머니는 사십 초반에 유방암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수술을 막 끝내고 입원실에 누워계셨다. 어린 자식들은 어머니 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걱정스러운 눈망울로 불안에 떨었다. 어머니 가슴의 아픈 상흔은 어린 자식들의 마음을 무척이나 아프게 했다. "나는 괜찮다"며 어린 자식들을 안심시키는 어머니도 고개를 돌려 흐르는 눈물을 말없이 삼키셨다.

다행히 어머니는 퇴원을 하셨다. 살아가며 할머니와 가끔은 고부간의 갈등이 있어도 이겨내는 내공(內功)이 쌓이셨다. 할머니께 싫은 내색을 못하지만 마냥 천사 같던 어머니도 마음의 소리를 하는 날도 있었다. 그럴 때면 어머니도 며느리였구나, '며느리는 딸일 수 없다'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머니가 육십 중반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이젠 오롯이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는 위치가 됐지만, 자식들의 안위와 안녕을 빌며 마음 졸이시고 외롭게 생활하셨다.

어머니께 전화할 때면 "나는 너희들이 건강하면 그뿐이다"라고 항상 말씀하신다. 무어라 더 말할 수 있을까? 그리움은 가슴에 묻고 얼른 전화를 끊는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이 가슴에 저며 왔다.

팔십을 바라보시며 지내던 어머니는 아픈 다리를 끌고 이웃 아주머니와 도시의 정형외과를 찾았다. 그동안 참고 있던 다리가 아파도 자식들에게 걱정 주지 않으려 말도 없이 병원을 찾아가 다리 수술을 받으셨다. 수술 경과가 좋지 않아, 또 다른 합병증으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대학병원에서 요양 병원으로 또, 대학병원으로 오고 가며 2년여간의 지루한 병원 생활을 하셨다. 병원 침상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천정만 쳐다보시던 어머니다. 자식들이 병실을 찾아오고 병실을 나설 때도, 그 정이 많고 다정했던 어머니는 쳐다보지도 않고 무심한 얼굴만 하고 계셨다. 이제는 소생의 희망이 없던 어머니셨다.

어느 날 어머니를 보살피던 큰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먼저 불안한 마음이 앞섰다. 병원에서 꼼짝하지 않고 누워만 계시던 어머니가 침상을 털고 퇴원하셨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큰 형이 어머니 곁에서 정성을 다하여 간호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아무런 삶의 의욕도 없던 어머니가 기운을 차리고 활동을 하셨다. 시골에서 생활하시다, 어머니는 또 병원에 입원하셨다. 그동안 잦은 병환으로 병원 진료를 받아 왔지만, 이제는 근력이 없어 삶의 끈을 놓으셨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올여름에 회복할 여유도 없이 입원 중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운명을 하셨다.

어머니는 가난한 촌부(村夫)의 아내로, 층층시하 시부모의 시집살이에 사랑하는 자식들을 마음껏 안아 보지도 못하고, 눈치로 살아오셨던 삶이었다. 더구나 자식들을 공부시키느라 어릴 적에 외지로 떠나보내 놓고, 즐겁고 소중한 기억보다 그리움과 애달픔만 가득 남은 일생이었다.

외식이다, 여행이다, 남들 다하는 일상의 소소함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고, 항상 부엌에서 들에서 종종걸음치며 일생을 보낸 세월이셨다. 우리들 어머니의 모습이 유사할 진데, 유독 내 어머니가 더 불쌍하고 가련하시다. 어머니의 일생이 가슴 아프게 스며든다. 나는 까마귀만도 못한 자식이다. 나는 숭고한 '어머니'란 단어조차 부를 자격이 없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한 해가 저물며 어머니께 죄스럽고, 더없이 그립고 보고파 진다.

어머니! 부족한 자식을 용서하시고 "이제 마음껏 웃고, 훨훨 날으셔요"

홍순길

-성균관대학교 졸업

-전)LG 화학근무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강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충북대 수필문학상 수상

-공저: '노을빛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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