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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4.14 17:55:24
  • 최종수정2016.07.07 17:15:14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꽃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꽃들을 바라본다. 환한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는 하얀 꽃이 봄바람에 일렁이며 천상의 흰색을 넘어 환희의 물결로 다가온다. 넋을 놓고 바라보다 환희로 바뀐 벚꽃이 하얀 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는 딸의 얼굴로 투영된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함께 지내다 조금 늦은 나이로 결혼할 딸이다. 며칠 후면 부모 곁을 떠나 보내야하는 마음속은 서운함이있어선지, 늘 어리게만 느껴져 걱정이 되어 다가온다. 어리광만 부리던 그 모습에서 머릿속에는 더 잘 보살펴주지 못한 애비의 안타까운 정만이 가슴에 맴돈다.
황홀한 꽃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으로 한참을 헤매다가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결혼식 당일에 덕담을 내가 하기로 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걱정이 된다. 아이들은 결혼식 진행에서 별도로 주례를 모시지 않고 가족끼리 하기로 결정을 하였나보다. 그래서 성혼선언문은 바깥사돈이 맡아하고, 덕담은 나에게 반 강제로 맡겨졌다. 한참을 고민하다 벚꽃을 뒤로하고 집에 와서 정리를 해보았다.

드디어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예식이 진행되고, 사회자의 신부 아버님의 덕담이 있겠다는 안내에 따라 단상에 올라가 말을 꺼냈다. 많은 하객들의 얼굴을 한 분 한분 쳐다보면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많이 바쁘신 데도 아이들 결혼을 축하와 격려 해주시고자 먼 걸음하시고, 시간 내서 이렇게 참석해 주신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아이들은 부부가 됐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고, 우리라는 보금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결혼을 하면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을 하는데 그보다는 늘 2인3각 경기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둘이 가운데 다리를 묶고 뛰는 경긴데 다들 해보셨지요? 그 경기는 서로 마음과 호흡과 보폭이 잘 맞아야 할 수 있는데 처음에는 서툴러 넘어지고 일어나길 반복하게 됩니다. 서로의 배려가 없으면 3박자가 맞지 않으며 그러면 앞으로 나갈 수도 없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넘어졌다고 서로 티격태격할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 웃는 낮으로 부축하고 또 격려하고 배려하면서 경기 자체를 슬기롭게 즐기게 되면, 내가 꿈꾸는 미래도 사랑도 함께 따라오게 됩니다. 둘이 다리를 묶고 뛰는 게 불편하고 힘들 때도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과 불편함이 더욱 큰 즐거움으로 느껴지고 인생도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사는 것은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힘들고 버거워도 늘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면서 사랑을 키워나가길 바랍니다. 이상은 하루하루를 열정으로 성실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애비의 마음에서 안생의 선배로써 말씀 입니다. 남기야! 재만아! 사랑해!" 라는 마지막 말을 하면서 딸아이의 맑은 얼굴과 하얀 드레스를 바라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목소리가 흔들리고 떨려 끝을 잘 잊지 못했다. 딸아이 얼굴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나는 단상을 쫓기듯 내려 와야만 했다.

지금도 마음이 짠하다. 왜 울컥했는지,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부모 맘이 모두 이렇지 않을까.

사람은 두 번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그 첫째는 부모님으로부터 태어남이고 다음은 결혼을 통해 새로운 만남으로 가정을 이룬다는 말이다. 이 말은 부부가 또 다른 하나의 세상을 만들었다는 의미로서 사랑을 갖고 조화롭게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는 것은 누구나 하는 것이지만 잘 살아야 한다는 건 쉬운 게 아니다. 하나의 틀에서 보면 큰 톱니바퀴처럼 단순하다. 하지만 그 속에 존재하는 작고 복잡한 톱니바퀴들을 슬기롭고 지혜롭게 잘 다듬어야 한다. 그래야 크고 작은 바퀴가 서로 잘 맞물려 짜임새 있게 움직이고 활동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가정은 내 보금자리인 동시에 세상의 중심이다. 모든 일은 둘에서 시작되지만 비단 둘 만의 일이 아니란 걸 알아야한다. 가문의 일이고, 사회의 일이고 크게는 나라의 일이다. 그러기에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 라고 하지 않던가. 둘이 가꾸는 그 둥지에 사랑이 넘쳐나고 열정을 갖고 건실하게 산다면 더 바랄게 없다. 이제 세상의 중심에서 주위와 함께 호흡하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책임 있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인생을 배우며 기다리면서….

김학명 작가 프로필

-푸른솔문학 신춘수필공모 우수상

-푸른솔문학 신인상수상. 푸른솔문인협회 부회장

-충청북도 자치연수원 교수

-청남대 관리소장

-충청북도의회 의사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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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