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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4.09 16:48:25
  • 최종수정2025.04.09 16:48:25
따스한 햇살이 살며시 다가와 우수도 지나고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내일모레다. 꽃망울이 한껏 부풀어 오른 매화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데 아직은 쌀쌀한 꽃샘바람이 옷 속을 파고들지만 햇볕은 완연한 봄기운이다.

내일은 둘째 외손주가 중학교에 입학하는 날이다. 꽃다발을 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둘째 외손주가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해야 한다는 큰딸의 비보悲報다. 내일이 중학교 입학식인데 사고라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둘째 외손자는 외가에 오면 다른 손자와 달리 유별났다. "할아버지 저하고 팔씨름 해요," 때로는 "안마해드릴게요." 할아버지는 젊어 보이려고 청바지를 즐겨 입으시느냐며 친근감 있게 다가왔었다. 거실이나 안방이 넓은데도 손자들은 좁은 서실에서 놀기를 즐겨 하였다. 서실에서 글씨도 쓰고, 태극기도 그리며 다정다감한 시간을 같이했었다. 학교에서는 공부는 물론 열심이지만 매사에 솔선수범하고, 학교생활에 충실하여 도지사상을 받은 모범생이다.

하필이면 입학식을 앞두고 쇄골을 다쳐 수술로 열흘을 병원에서 치료를 더 받아야 한단다. 의사 선생님은 어쩔 수 없다며 오히려 미안하다며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 간병을 해야 함에 사위는 연차에 월차를 냈다. 딸이 병원에서 밤을 새우고 오전까지 간병을 하면 오후에는 사위와 교대를 한다고 한다. 아내는 가게 일로 꼼짝을 못하여, 내가 시간을 내어 오후에 간병을 하기로 했다.

온 가족이 혼란스럽다. 입학식은 꿈을 향한 첫걸음인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현실에 망연자실하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첫발을 내딛는 입학식은 꿈을 펼치는 시작이어서 매우 중요한 날이다. 학교 수업 대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니 큰일이다. 담임선생님도 못 뵈었을 뿐만 아니라 같은 반 친구들도 잘 모를 테고 이를 어쩌랴 한숨만이 나온다.

중학생이면 인생의 봄이다. 의젓한 중학생이 되면 내가 커서 무엇이 되어야겠다는 원대한 꿈을 갖게 마련이다. 무릇 인생 설계도를 그리고 희망을 향해 전진하는 중요한 시발점이다. '못 들은 수업을 집에서 밤을 새워서라도 뒤지지 않게 열심히 공부해라' 하고 싶지만 수술까지 받은 어린 손자에게는 차마 말을 못하고 말았다.

돌이켜 보니 꼭 58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 나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겨울 방학 때, 어머니와 솔방울을 따서 시장에 팔아 입학금과 학비를 마련하였었다. 솔방울 한 가마니를 따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어머니는 머리에 이고 나는 지게에 지고 시장으로 향했다. 한 가마니에 100원이었다. 어떤 날은 80원도 받고 팔았다. 중학교 입학금은 1110원으로 지금도 또렸이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교복, 모자, 운동화, 책, 노트 등을 마련하자니 많은 돈이 필요했다. 시골에서 중학교 다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다. 그리고 꿈을 이룰 수 있는 내 인생의 교두보橋頭堡였다고 생각된다.

중학교에 입학하던 날 자랑스런 교복을 입고 아버지와 함께 중학교 교정에 들어서니 가슴이 뿌듯하였다. 입학식이 진행하는 내내 마음속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을 했었다. 입학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께서 짜장면을 사주셨다. 처음 먹어보는 짜장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맛이 있어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짜장면을 드시면서 아버지께서는 살아오면서 겪은 설움 세 가지를 말씀하셨다. "나라 잃은 설움, 배고픈 설움, 배우지 못한 설움이다. 꼭 명심해야 한다."시며 배우고자 한다면 뒷바라지는 꼭 해주겠다고 말씀하셨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조그만 회사에 근무하게 되었다. 고졸과 대졸의 월급은 물론 직급도 달랐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독서실에서 새우잠을 자며 열심히 공부한 끝에 대학에 합격하였었다. 그러나 입학식을 불과 5일을 앞둔 2월 26일에 군에 입대하여 입학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못내 아쉬움이 많았었다

꿈은 인간만이 가지는 특권이다. 가슴에 품은 소망은 희망의 불씨이며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의 원동력이다. 손자는 비록 입학식에는 참석하지 못하였지만, 원대한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꿈을 곱게 색칠해 가는 충실한 삶이 되기를 이 할아버지는 간절히 응원하련다.

가세현

푸른솔문학 신인상

카페문학상. 자랑스런 문인상 수상.

푸른솔 문학회 회원

대한민국 서예전람회 초대작가

저서: 어머니의 섬 외, 공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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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