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인 5월 27일은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이었다. 마침 대체 공휴일도 생겨서 월요병 없는 한 주를 맞게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혹시 '불기'에 대해 조금 관심이 있다면 "불기 제 몇 년, 부처님 오신날"은 잘 못 된 명칭이라 하는 말을 들어 보았을 수 있겠다. 우리나라와 같이 여름, 겨울이 뚜렷한 지역은 동안거와 하안거로 일 년에 두 번의 안거기간이 있지만, 인도는 여름 우기에 한 번 안거를 하게 된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열반에 든 다음 해에 제자들이 여름 안거를 끝내면서 "부처님 없이 우리끼리 여름 안거를 보낸 첫 번째 해" 이런 식으로 세기 시작한 것이 불기이다. 스님들이 승려가 된 이후의 나이, 즉 출가한 햇수를 '하랍(夏臘)'이라 하여 '여름 하(夏)'를 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애당초 불기는 부처님 오신 해가 기준이 아니라 열반에 든 해가 기준이었다. 다만 이것은 기원이 이렇다는 것이고, 실제 이렇게 '기년' 즉 해를 센 것이 남아 있지 않으므로 불기는 부처님의 탄생과 입멸 연도를 어떻게 추정하느냐에 따라 아주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한편, 부처님 오신날짜에 대해서도 음력 2월 8일, 음력 4월 8일, 음력 4월 보름 등…
"국민연금 청렴1번지 동청주지사가 약속합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공직사회가 예전보다 많이 깨끗해졌다는 평이다. 필자가 국민연금에 입사한 90년대 중반에는 공공기관의 청렴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이란 게 없었다. 공직을 수행하는 개인이 깨끗한 양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일이 아니면 국민들이 알 길도 없고 조직에 피해가 갈 일도 크지 않았다. 2023년 지금은 어떠한가. 인터넷과 SNS의 영향으로 해남 땅끝에서 일어난 일이 실시간으로 청주까지 전해진다. 우주에서 발생하는 소식도 생중계되다시피 하는 세상이다. 부패한 행위나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들은 개인뿐만 아니라 그가 일하는 조직에 극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준다. 한 번 손상된 이미지는 복구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공공기관의 청렴도는 민원 서비스를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처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도 투명하고 공정한 일 처리를 무엇보다 청렴하다고 느낄 것이다. 국민연금 지사를 방문하는 다수의 고객은 노령연금 수령을 위해서이고 또 다른 고객은 가족의 사망에 따른 유족연금이나 장애로 인한 장애연금 가능 여부,…
농부가 심었다. 토질이 좋고 나쁨을 평하지 않았고, 왜 그곳이냐고 자리를 논하지 않았다. 숙명인 양 주어진 땅을 의지하여 토양이 주는 대로 양분을 받아먹고 조심 조심히 싹을 틔웠다. 어느 날 농부가 칭찬하며 쓰다듬자, 감격하여 더 조심히 작은 공을 형성했다. 접동새가 지나다 말랑말랑 연초록 공의 탄생을 축복하자, 감격하여 보름달처럼 크고 둥글어지는 꿈을 꾸었다. 햇볕을 벗 삼아 씨앗을 여물게 했고, 줄무늬 패션으로 장식하며 몸을 불리니 바람이 지나며 단단해지게 도와주었다. 감격하고 감격하며 조심히 자라서, 달고 시원한 극상품 수박이 되어 농부를 웃게 했다. 그뿐이다. 수박이 뭐라 했기에 수박, 수박, 하는가. 수박은 말하지 않는다.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툭하면 수박을 소환한다. 달고 시원하다는 말은 쏙 빼고 부정적인 의미로만 쓴다. 일을 건성건성 하여 못마땅할 때 쓰는 ‘수박 겉핥기’란 말만 해도 그렇다. 겉만 핥으면 참외도 사과도 포도도 속 맛을 모르기는 매한가지 아닌가. 그런데 사과 겉핥는다, 참외 겉핥는다, 하지 않고 수박만 가지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겉과 속살 색깔이 다르다면서 수박을 깨부수고 짓밟기도 한다. 사과 표면이…
국어사전은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전문가로 정의한다. 통계청의 한국표준직업분류에서는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를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개념과 이론을 이용하여 해당 분야에 관한 연구·개발, 자문, 지도(교수) 등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문자격사는 국가가 법률적으로 자격을 인정해 주고, 이들만이 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종의 '특허'와도 같다. 전문자격사의 업무가 그만큼 국민과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고도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인문계 분야에서는 변호사, 회계사, 감정평가사, 노무사, 관세사, 법무사, 세무사가 있고, 자연계 분야에서는 기술사, 변리사, 약사, 의사, 한의사가 있다. 전문자격사는 관련 법률에 따라 독점적인 지위가 보장되고, 전문자격사가 아닌 사람이 법률상 전문자격사의 업무를 하게 된다면 처벌받는다. 권한을 부여하는 만큼 그에 따른 의무도 부여받고 있음은 물론이다. 독점적 지위가 있는 만큼 업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고도의 윤리의식을 요구받고 있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시점이 목전에 와 있다. 후쿠시마 시찰단 21명이 5박 6일 방일해서 일본 오염수 정화를 직접 확인 했다고 한다. 사절단은 이번 사찰활동을 통해 일본의 오염수 정화 및 방류시설 전반의 운영상황과 방사성 물질 분석열량 등을 직접확인하고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더 필요한 조치를 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안한 국민들이 얼마만큼 이해하고 납득할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2020년도를 기준으로 68.4㎏으로 세계 수산물 소비량 보다 3배 이상 많은 양으로 우리나라의 식(食)문화에서 수산물이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보여준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만큼 바다와 관계된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는 국민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해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 130만t을 동해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한 보도 이후 국민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방사능이 우리에게 위협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고 인체 발암성이 입증되어 국제암연구소(IARC*)는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해서 관리하고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핵분열을…
최근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자신감 있는 겸손(Confident Humility)'이 주목받고 있다. 자신감 있는 겸손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고, 약한 부분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전문성과 강점에 대해서는 강한 확신을 갖는 것'을 의미하는데 어떻게 하면 '자신감 있는 겸손'을 갖출수 있을지에 대해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의 애덤 그랜트 교수는 3가지 방법을 제시 하였다. 첫 번째 방법은, '도전과 실패의 선순환 사이클 구축'이다. 도전과 실패를 공유하는 학습문화를 구축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 실패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시도하면,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춰 실패에 대해서도 보상을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도전적인 시도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또 이렇게 쌓인 실패를 포함한 모든 경험을 구성원들끼리 공유해, 모두가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리더가 도전과 실패를 직접 경험하고 이에 대한 전 과정을 공유하는 것은 조직의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 뿐만아니라, 리더 자신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알고 있다는 확
결혼 전 특별히 내놓을 만한 조건이 없던 그 사람은 솥뚜껑 같은 손을 들이 밀며 자기를 믿어 달라고 했다. 미래의 대책도 없이 무엇 때문에 당당한지 그가 신임이 가지 않았다. 배짱 하나로 살아간다나 어쩐다나. 그렇게 우리는 만나 토끼와 거북이처럼 살아가고 있다. 오래 전 지난날을 회상한다. 연애시절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이 30분을 넘기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끝장 낼 참이었는데 또 늦다니……. 부아가 치밀었다. 일찍 와서 먼저 기다려도 시원찮은데 벌써 왔느냐며 미안하단다. 일방적으로 먼저 전화해서 만나 달라 사정해 놓고 번번이 늦게 와서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그 뒷말은 더욱 가관(可觀)이다. 가지고 온 돈이 없으니 차(茶) 값을 나보고 지불하란다. 생긴 얼굴이 두꺼워 어릴 때 별명이 두꺼비였다고 하는데 참 염치없는 사람이었다.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 만났던 것이 평생 인연이 되어버린 우리 사이. 그 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막무가내로 만나달라고 졸라댔다. 그 당시 나는 대그룹 경리과에 근무했고 독신을 선호(選好)하는 사람이었다. 또한 남자에게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해 그 흔한 연애 한 번 하지 못 했다. 어떤 이는 결혼을…
전시장 입구에 노숙자가 누워있는가 하면 말(馬)의 시체가 허공에 매달려 있다. 낯설고 어둡고 음울하다. 그런가 하면 고흐의 '구두'를 연상케 하는 낡은 부츠속에 한 생명이 자라고 있다. 죽음 같은 어둠과 살아있는 생명. 헌데 천정 높은 곳에 소설 '양철북'을 연상케 하는 한 소년이 양철북을 두드리고 있다. 이게 뭐지? 사방을 둘러봐도 어리둥절이다. 여기저기에 박제된 비둘기들, 교황이, 히틀러가 등장하고 냉장고 속에 어머니가 웅크리고 있다. 2023 올해 가장 뜨거운 전시란다. 현존하는 이탈리아 설치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의 주제는 'WE'이다. 리움 미술관은 카텔란의 작품에 대해 "무례하고 뻔뻔한 진실을 직시하게 하고 우리 인식의 근간을 순식간에 뒤엎어 버렸다"고 소개한다. 정말 그랬다. 카텔란이 누구인지 몰랐던 사람들은 1억500만 원 짜리 바나나를 전시했다면 엥? 바나나가 무슨 작품이 되며 왜 그렇게 비싸라며 어이없음과 의아함을 표출할 것이다. 카텔란의 작품은 그렇게 어이없고 기발하며 생뚱맞은 발상으로 다가왔다. 별 성의 없이 벽에다 공업용 테이프로 바나나를 붙여 놓은 게 작품이라니 어이가 없다. 일반적인 일반 상식으론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 봉사로 가는 방문 수업을 마치고 대상자와 같이 집 밖으로 나왔다. 태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인데 매년 태국 고추와 여러 종류의 채소를 심어 친구들에게 판매도 한다. 집 옆에 있는 작은 비닐하우스 안의 모종들을 빨리 심어야 하는데 날씨가 추워서 밭으로 옮겨 심지 못한다고 했다. 작년에도 고추를 늦게 심어서 수확이 많이 줄었는데 올해는 날씨 때문에 또 늦어진다고 걱정이다. 농사짓는 밭의 크기도 적지 않았고 직장을 다니는 남편 대신 혼자 하는 일이라 쉽지 않을 텐데 일하는 것은 두렵지 않다며 친환경으로 열심히 농사를 짓는다. 태국 고추의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처음 보는 채소와 요리 방법도 새로웠다. 눈썰미가 좋아서 뭐든 한 번 알려주면 잘 기억하고 내게도 태국의 채소를 소개하며 먹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도 알려준다. 집 주변을 돌아보면 다 그녀의 일거리들이지만 내 눈에는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다.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로 설명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예쁘게 핀 꽃들을 구경하는데 비탈진 밭둑 군데군데 소복하게 올라온 쑥 무리에 눈길이 머물렀다. 외진 곳이라 공기도 깨끗한 곳이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같이 밭둑에 난 쑥을 삼십 분
겨우내 그려낸 천장 곰팡이 구름 아래로 그늘 없이 날아가는 어린 딸애의 비행기 벽화는 그냥 두고 간다 죽자고 올라서던 베란다 난간 위에 뜨던 달 그건 어차피 이 집에 들어올 때부터 있던 거다 부엌과 화장실의 근접, 강장동물처럼 구토와 배설을 식음과 혼돈했던 버릇은 잘 묶어 문가에 내논다 밤마다 여자의 얼굴에 푸른 절망을 새기던 304호 남자의 망치는 돌려주었나 짐을 다 싸고 306호의 늙은 여자가 준 무장아찌에 짜장면을 시켜 아들이 다녀간 날 요양원으로 떠난 그녀를 빈 그릇으로 내놓고 간다 그렇게 떠난다 그런데도 미어질 듯 용달은 흔들리고 집은 부동산이 아니다 ―시 「이사」 전문 이 시는 적잖은 전세살이를 한 필자가 한때 이사를 하면서 썼던 글이다. 전세를 살면서 늘 전세보증금을 잃을까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난다. 근래 전세 사기로 젊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내려놓았다는 가슴 아픈 기사를 벌써 여러 번 읽었다. 사태가 커지자 며칠 전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법안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정부가 경매와 공매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즉
현재 한국농어촌공사의 신입사원으로 계약업무를 맡고 있다. 계약업무란 공사, 용역, 자재를 발주하고 조달업체를 선정하는 등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공조달 업무이다. 그 과정에서 빠져선 안 될 서류가 있다. 바로 청렴계약입찰특별유의서와 청렴공정계약특수조건이다. 말은 어려워 보이지만 한마디로 계약당사자들에게 청렴하고 공정한 계약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규정이다. 비단 계약담당자뿐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 직원에게 청렴은 의무이다. 그렇다면 공공기관 직원에게 필요한 청렴이란 무엇일까? 좁게는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지도, 제공받지도 않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직원 개인이 사적인 이익을 얻지 않더라도 각 민원인에게 공평하지 않게 업무를 처리한다면 그 직원은 결코 청렴하다고 할 수 없다.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임에도 이를 외면하는 직원 역시 청렴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필자는 넓은 의미의 청렴은 '스스로 마음에 거리낌이 없이 자기 직분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매일 각 업무 단계마다 규정을 살피고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특히 신입사원인 만큼 내가 모르기 때문에 놓치고 있는 나의 역할 없는지 경계하고 있다. 우리 지사 직원들 역시…
5월은 계절의 여왕으로 군림한다. 일 년 중 가장 날씨가 좋고 청명하며, 수려한 자연환경을 과시하기 때문에 붙여진 명예일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1980년 5월을 회상하는 일이 즐겁고 기쁘지만은 않다.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항쟁은 강원도 모 사단 군 복무 중에 발생하였다. 내무반에서 손바닥만 한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쏟아지는 긴급 속보와 뉴스는 광주에서 폭동이 발생하였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군부대가 투입되었다는 장면들을 선정적으로 보도하였다. 외부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군 조직 문화 때문에 그 소식을 그대로 접하면서 광주는 폭도들에 의한 무법천지가 되었음에 치를 떨며 빨리 사태가 진압되기만을 고대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내가 근무하던 대대는 1년 365일 훈련과 교육이 일상 업무였다. 그런데 갑자기 상부의 지시라며 모든 일상 업무를 중단하고 시위 진압 훈련을 받게 되었다. 단독군장에 대검까지 착검하고 진형을 갖춰서 앞으로 전진 하는 훈련은 참으로 생경하였지만 전국으로 확산하는 불법 소요가 신속히 진압되어 우리의 일상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모두 열심히 훈련에 임하였다. 한 달 여의 훈련 끝에 우리 대대는 강원도
환경은 삶과 직결되므로 환경에 대한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므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환경이 오염되고 파괴되면 그 악영향은 고스란히 인간에게 되돌아오며 지속 가능한 삶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인간은 자신의 자연 지식과 법칙을 밝혀냄으로써 자연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 나아가 자연에 대한 지배와 자연으로부터 획득한 물질적 풍요를 공동선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자연스럽게 자연을 물질적 대상으로 인식하여 자연과 인간의 상호 관계성을 간과, 무시하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확립하게 되었다. 이 이원론적 세계관은 물질 개발주의와 결합하여 자연을 최대한 분석하고 조작, 응용하려는 기계론적 세계관을 팽창시켜 자연 파괴를 가속했다. 환경과 관련하여 지구 온난화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구 온난화란 온실 효과를 말하는데 지구 대기 중에 포함된 수증기나 이산화탄소와 같은 대기 성분이 지구에 도달한 태양 에너지가 외부로 복사되는 것을 차단하여 지구 온도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온난화'라는 순화된 표현과는 달리 폭서와 가뭄, 예측 불가능한 태풍과 홍수를 몰고 오는 기후 재앙이다.
하얀 도화지에 불 먹은 인두가 생명을 불어 넣는다. 국화가 피어난다. 중국 당대 최고의 시인 도연명(365~427)이 노래한다. 採菊東籬下 ·然見南山(채국동이하 유연견남산) -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를 따다 물끄러미 남쪽 산을 바라보네- 열린공방 낙화장(烙畵匠) 5번째 공개 시연 행사가 지난 4월 보은 전통공예체험학교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국가무형문화재 낙화에 대한 이해와 낙화장 김영조의 삶을 들여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낙화(烙畵)는 불에 달군 인두를 이용해 종이, 나무, 가죽 등 표면에 그림이나 문양 등을 표현하는 한국 전통 예술이다. 이러한 기능을 가진 사람을 '낙화장'이라 부른다. 김영조 낙화장(71)은 시연에 앞서 "보은 문화예술관계자를 초청하여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편하게 진행하려 준비했다"고 취지를 설명하며, 낙화가 국가무형문화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충남 부여가 고향인 낙화장은 독립운동가인 조부모와 정치가인 아버지 때문에 경제적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밥 먹은 기억보단 도토리 먹은 기억이 많다'는 그는 고 3때 아버지를 여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학생 김영조는 '낙화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는 나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의 삶의 궤적을 알고 대화하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은 외향적이며 상냥하고 붙임성도 좋지만, 가끔은 내향적이고 다른 사람을 경계하며 마음을 드러내지 않을 때도 있다. 당신은 현실을 따지는 현실적인 사람이지만, 조용할 때 가끔 비현실적인 것을 상상하기도 한다.' 이런 결과를 접하면 이것은 마치 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성격유형검사의 결과는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신에게 해당하는 듯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자신의 성격, 행동유형과 조금이라도 유사하면 '자신이 이야기'라고 여긴다. 과도한 일반화가 발생한다. 이러한 심리 현상이 바넘 효과(barnum effect)이다. 영화 에서 소개된 것처럼 곡예단 흥행에 관련된 일을 하던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P. T. Barnum)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람들의 성격 혹은 심리적 특징을 마치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으로 인지하는 것이 바로 바넘 효과이다. 사람들이 느끼는 정서 상태는 비교적 오랜 기간을 거쳐 일관성을 보이게 되는데 '나는 어
오월 찔레 향기에 아찔한 날, 괴산에서 청주 문의(文義)까지 오늘 참석하는 시화전행사에서 할 축사를 즐거운 마음으로 연습하며 당나귀처럼 봄길을 달렸다. 국도 따라 가는 길가에 노랗고 하얀 풀꽃들이며 흐드러지게 핀 작약에 눈이 호사스러웠다. 문의(文義)란 고장 이름이 의를 위하여 글을 쓴다는 뜻이라고 한다. 지명에 이런 인문학적 상상력이 투영되어 있는 곳에 가서 글(文)을 이야기한다는 게 무슨 매치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이 행사에 초대받은 계기가 있다. 내 첫시집을 받아본 시인이 나를 기억하게 되고 문단모임에서 회원으로 서로 처음 얼굴을 보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가 주관하는 문학단체의 시화전행사를 위해 나한테 축사를 부탁한 것이다. 나는 그 제의를 받고 기분이 좋아 덜렁 승낙을 했더랬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듣는 자리에서 인사말이나 축사 등을 하려면 준비를 해야 하기에 미리 원고를 써서 보였더니 너무 마음에 든다 해서 또 기분이 좋았다 어린애처럼. 행사장에는 회원들이 애써 써 낸 작품들이 봄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다양한 소재로 순수한 감정과 깊은 생각이 깔린 연륜이 묻어나는 글들이 두루두루 마음에 와 닿았다. 회원 대부분이 같은 지역에 살
모든 사람들에게 청렴은 중요한 덕목이지만, 공직자에게 청렴은 더욱 중요하다. '청렴을 생활화하고 규범과 건전한 상식에 따라 행동한다.'라고 공무원헌장에도 나와있듯이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직무수행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공직자에게는 가장 높은 수준의 청렴이 요구된다. 또한 공직자의 청렴은 불법적인 행위나 부패, 비리 등의 문제를 예방하여 국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무원을 대상으로 청렴교육을 매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고, 청렴 의식 제고를 위하여 각 기관별로 자체적인 청렴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의 횡령과 관련된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최근 한 구청의 공무원이 115억 원을 횡령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공문서를 위조해 징역 10년이 확정된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부정행위는 국민의 불신을 유발하며,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게 한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2022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63점으로 지난해보다 1점이 상승하였으며, 국가 순위는 전체 180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31위를…
지난 5월 10일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현 정부는 국정과제인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을 수행하기 위해 그동안 부단히 노력했다. 국가보훈처는 규제혁신을 통해 수혜자 확대 및 보훈대상자 불편사항을 개선하였는데 핵심 성과는 아래와 같다. 첫째, 등록 규제 완화를 통해 국가의 책임을 강화했다. 2022년 12월 의무복무자가 복무 중 자해행위로 사망한 경우 보훈보상자로 인정될 수 있도록 인정기준을 완화했다는 보훈보상차별 시행령을 개정 시행했다. 또 일상생활의 불편정도를 반영해 최저등급인 7급의 신체절단 상이 등을 개선했다. 둘째, 국가유공자와 유족의 보상 지원을 강화했다. 생활조정수당 및 생계지원금 지급 관련 부양의무자 기준을 보건복지부와의 협업을 통해 기초연금 소득산정 시 보훈급여금 일부를 소득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이에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던 보훈대상자 1만 5천여 명이 기초연금을 신규로 수급할 수 있게 됐다. 생활조정수당 및 생계지원금 지급 관련 부양 의무자 기준을 중증장애인 등 수급자부터 연차별로 단계적 폐지했다. 위탁병원 감면 진료대상자(참전유공자 등) 약제비 지원으로 의료이용 접근성 강화,…
1995년 방영 된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인 청주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은 명품 숲길의 대명사였다. 타지 사람들도 청주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이미지가 청주 가로수길이다. 당시, 드라마 모래시계를 보기 위해 귀가를 서두르는 통에 '귀가시계'라는 별칭이 붙었고, 직장에서도 모래시계가 방영하는 날에는 야근, 회식이 중지되었을 정도로 대한민국 레전드급 드라마 중의 하나였다.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아름다운 청주 가로수길을 최민수(태수 역)는 멋지게 오토바이를 타고, 고현정(혜린 역)이 걸어가는 클로즈업 명장면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배경이 된 촬영지 중 가장 사랑을 받은 두 곳은 강릉 정동진과 청주 가로수길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명암은 극명하다. 정동진은 '고현정 소나무'와 더불어 대한민국 대표적인 관광자원이 되었고, 강원도와 강릉시에 엄청난 관광 수익을 주고 있다. 드라마 상영 전 폐역도 검토되던 정동진역은 통일호도 통과하고 비둘기호나 서던 역이 이젠 KTX가 정차하는 역으로 위상이 올라갔다. 나는 이런 현상이 모래시계에 단 한 번 짧게 나온 장면으로 깊은 인상을 남겨 전국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강원도와 강릉시의 관광자원
"어머니,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는 좋아라하고 아들 등에 업혔다, 마을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이 짙어지자,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고 잠시 눈을 감는다. 솔잎을 따서 가는 길에 뿌린다.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내려갈 일 걱정이구나…" 고려장하러 가는 것을 알면서도 어머니는 오히려 아들이 내려갈 때 길 못 찾을까 걱정하는 가슴 절절한 장사익 선생의 '꽃구경' 노래 가사다. 농촌은 이미 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시골은 거대한 경로당으로 변했다. 특히 고령의 홀몸 어르신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요즘 어른들의 가장 큰 화두는 현대판 고려장, 요양원에 가는 문제다. 어떤 어르신은 여간해서는 아프다는 말을 자식들에게 하지 않는다. 병원에 간답시고 요양원에 보낼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가끔 나이가 들면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저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함께 살아온 가족들과 평생 살던 집에서 생을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일 것이다. 몸도 마음도 허약해진 어른들이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낯선 환경, 현대판 고려장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것은 죽기보다 더 싫을 것이다. 요즘
시내는 연등이 꽃이 되어 가로수 사이를 밝히는 중이다. 사월 초파일이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 왔다. 나는 불교 신자는 맞지만 신심이 깊지 못하다. 그럼에도 사월 초파일만큼은 연등을 빼 놓지 않고 단다. 몇 군데 절에 가족의 안녕을 빌며 연등을 다는데 제일 먼저 가는 곳은 미타사이다. 미타사는 내가 불교를 처음 접하며 찾은 절이다. 미타사와의 인연은 20여 년 전쯤부터였다. 수필 창작교실에서 알게 된 C여사님과 가까워지며 자연스레 그분이 다니시던 절을 따라가게 되었다. 그곳은 음성 소이면 비산리에 있는 미타사다. C여사님은 절을 하는 법부터, 마음가짐까지 알려주셨다. 그때부터 마음이 힘들 때면 혼자서 고즈넉한 절을 찾아가기도 하고, 연 초에는 절을 찾아 가족의 건강을 위해 기도를 드렸다. 아이들이 수능을 볼 때도 108배를 하며 합격을 기원했다. 천년 고찰 미타사는 신라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한다. 그 후, 많은 풍파를 겪으며 지금의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는 사찰이다. 미타사는 지장보살상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그곳으로 몸소 들어가 죄지은 중생들을 교화하고 구제하는 지옥세계의 부처님이라고 한다
복자기나무라 했다. 느티나무처럼 위풍당당하지 못하고, 플라타너스처럼 넓은 그늘을 만들지도 못한다. 소나무처럼 아취가 있지 않고, 잣나무처럼 곧은 기개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벚꽃처럼 화려하지 못하고, 아카시아꽃처럼 향기를 내지도 못한다. 도대체 똑 부러지게 잘난 구석이 없다. 그래도 뽐내고 싶은 게 있기는 하단다. 단단하단다. 그러나 박달나무만 못하단다. 단풍이 예쁘단다. 그러나 단풍나무만 못하단다. 그래서 '복자기'라 이름을 붙였단다. 이 이름은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이라는 의미로, 일류가 아니라 이류라는 의미로 서로 통하는 말이란다. 이러니 어디에 쓰랴. 그런데, 놀랍게도 단양엘 가면 이 복자기나무가 아주 귀하게 대접받는다. 귀한 정도가 아니다. '관광 단양'의 상징이기까지 하다. 봄날엔 다소곳이. 가을날엔 당당하게. 버섯인가 하면 뭉게구름처럼, 뭉게구름인가 하면 소프트콘처럼 말쑥하게 단장하고서 말이다. 그 본새가 포마드를 바르고 이 대 팔 가르마를 하여 멋을 낸 -그렇지만 어딘가 촌스러운- 1930년대 신사 같다. 혹은 멜빵바지 입고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주제에 다 컸다고 생각하는 -그렇지만 꼬맹이일 뿐인- 여덟 살 남자아이 같기도 하다. 이…
언제나 봄인 곳, 봄이 오래 머무르는 곳, 봄이 길어 늘 봄인 곳이 바로 영춘(永春)이다. 듣기만 해도 왠지 따뜻하고 새싹이 돋아나는 새롭고 힘찬 느낌이 든다. 영춘(永春)은 단양에서 남한강 상류 방향을 따라 59번 국도로 가다가 단양군 가곡면 향산리에서 군간교를 건너서 522번 지방도로 5㎞ 정도를 가서 영춘교를 다시 건너면 영춘면 소재지가 나오는데 단양읍과 영월읍의 중간에 위치하여 예전에는 충청도 단양이 아니라 강원도 영월에 속한 지역이기도 하였다. 영춘은 오늘날 단양군의 한 면에 불과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영춘현, 영춘군이었다. 특히 영춘은 남한강 뱃길이 시작되는 곳으로, 1894년에 조선을 방문한 영국 왕립지리학회 회원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남긴 기행문 속에, 남한강 상류를 나룻배를 타고 이곳을 여행하면서 조선 백성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아름다운 풍광을 기록하였으며, 이 지역에서 1755년에 태어나 1788년에 세상을 떠난 유만주라는 분이 흠영일기에서 영춘 북벽과, 남굴(온달동굴)에 대하여 묘사한 글이 전해온다. 삼국사기에 보면 온달이 아단성을 되찾아오겠다고 출전했다가 전사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온달 산성이 바로 아단성으로 추정되므로 오늘날 온달
디즈니의 대표적 애니메이션 작품 중 하나인 의 실사화 캐스팅이 발표된 이후로 개봉을 앞둔 현재까지 가장 많이 논란이 된 주제는 단연코 '인종'일 것이다. 디즈니가 주인공 에리얼 역에 흑인 가수 겸 배우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했기 때문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에리얼은 흰 피부에 붉은 머리를 한 백인으로 묘사된다. 1837년 안데르센의 원작 가 발표된 이래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비롯하여 다양한 동화책, 그림책, 애니메이션 등으로 반복 생산되는 동안 에리얼을 유색인종으로 재현한 사례는 거의 전무했다. 이런 사실을 생각해본다면 실사화 캐스팅 발표 직후 세계 이곳저곳에서 솟구쳐 나온 강렬한 반응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디즈니의 파격적 시도에 박수를 보내는 긍정적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부정적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이건 에리얼이 아니야' 라는 의미의 #NotMyAriel이라는 해시태그를 소셜 미디어에 올리면서 유색인종 배우가 인어공주로 캐스팅된 것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고, 어떤 비평가들은 인어공주가 '굳이' 흑인이어야 할 필요를 모르겠다는 인종차별적 뉘앙스를 가득 담은 비난 섞인 의문을 보내기도 했다. 심지어 지나치게 정치적 올바름에…
초록이 앞산을 푸르게 물들일 때면 아카시아 꽃향기 날아와 코끝을 간지럽히고 산 넘어 뻐꾸기 소리가 아득히 들린다. 이맘때 들리는 뻐꾸기 소리에 부모님의 모내기하시던 풍경이 떠오르고, 언덕 넘어 하얗게 피던 감자꽃이 그립다. 문명의 이기 때문일까, 산등성이만 남기고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니 산비둘기 소리도, 꿩 우는 소리도 이제는 들리지 않는다. 오늘따라 뻐꾸기 울음소리는 더 구슬프고 애절하다. 팔을 뻗으면 닿을 듯이 우리 집 정원처럼 가까이 있던 앞산이 사라지다니 우공이산이란 말인가? 상수리나무를 타고 놀던 청설모와 눈이 마주칠 때면 기겁을 하고 달아나던 어린 동물의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사계절 내내 풍광 좋은 이 집에서 산 세월이 어느덧 삼십여 년, 그사이 나는 황혼이 되었고 집도 노옥이 되어간다. 중학생 시절에 이 집에서 산 두 딸이 지금은 출가하여 불혹이다. 그토록 싱그럽던 숲에 회색빛만 가득하니 삭막하기만 하다. 어쩌면 세월의 때만 낀 채 쇠락해 가는 집과 내 몸에 깃든 세월이 서글프다. 변해버린 산세에 딸들이 노년을 보낼 집을 사야겠다며 이사 가자고 권했다. 나도 언젠가는 정든 이 집을 떠나 작은 아파트에 가서 노후를 보내겠다는 생각
[충북일보] 청주시가 심야시간대 주거지역 이륜자동차 소음 단속 기준을 강화하고 기준 위반 대상자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시는 1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심야시간대 배달 소음 민원이 폭증함에 따라 이륜자동차 배기소음을 95데시벨(db)로 제한한다"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이동소음원 규제지역 개정안'을 다음달 10일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 포함된 이동소음원 규제지역은 △주택법상 공동주택 부지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50m 이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전용·일반·준주거지역이다. 해당 지역에서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배기소음 95dB을 초과한 이륜자동차 운전자들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는 단속 기준 강화와 함께 소음경감 유도책도 병행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시는 소음기 구조변경 원상복구 검사수수료 지원, 배달대행 사업장 협약 및 컨설팅 등을 통해 고소음 이륜자동차 소유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심야시간대 배달 소음 민원이 폭증함에 따라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청주 오창에 본사를 둔 ㈜에코프로가 청주·포항에 이어 서울로 전략적 분사 체계를 실시했다. 이차전지 주요소재 양극재 생산 기업인 에코프로는 IR·영업분야 활동에 적합한 활동을 어나가고자 그룹사 전략기획본부를 충북 오창에서 서울 강남으로 이전했다고 1일 밝혔다. 전략기획본부에는 산하 경영기획·재무기획 조직 임원과 직원 1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은 서울로 근무지를 옮기게 됐다. 기업 IR활동과 재무·금융, 해외 영업 활동 등이 서울권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업무 연관성이 높은 지역으로 배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최근 에코프로의 급격한 성장·확장으로 인한 대규모 인재 채용도 분사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기준 69명이던 에코프로 임직원 수는 2023년 1분기 기준 130여 명이다. 에코프로는 지난 3월 올해 신입·경력직 사원 1천 명을 새로 채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눠 각각 100명의 신입 사원 공채와 800명의 경력직 수시채용을 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인력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기존의 본사 사무실로는 공간이 부족해진 부분을 이번 서울 분사를 통해 일부 해결한 부분도 있다. 올해 에코프로
[충북일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 시장에 '콜라겐'이라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시절 장부식(60)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는 콜라겐에 푹 빠져버렸다. 장 대표가 처음 콜라겐을 접하게 된 건 첫 직장이었던 경기화학의 신사업 파견을 통해서였다. 국내에 생소한 사업분야였던 만큼 일본의 선진기업에 방문하게 된 장 대표는 콜라겐 제조과정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이자 생명공학이 접목된 콜라겐 기술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분야였다. 회사에 기술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일주일에 5건 이상 작성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장 대표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 선진 견학을 갔다. 정작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장 견학만 하루에 한 번 시켜주고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니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견학 때 눈으로 감각적인 치수로 재고 기억해 화장실에 앉아서 그 기억을 다시 복기했다"며 "나갈 때 짐 검사로 뺏길까봐 원문을 모두 쪼개서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견학 다녀온 지 2~3개월만에 기존 한 달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