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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6.11 17:44:00
  • 최종수정2025.06.11 17:43:59

김수정

충북여성재단 위촉 양성평등교육 전문강사/젠더사회문화연구소 이음 소장

충북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다. 수강생 대부분은 여성 노인이었지만, 세 명의 남성 노인도 함께했다. 그중 한 분은 조금 늦게 들어오셨는데, 여름에 잘 어울리는 시원한 모시적삼과 멋스러운 맥고모자 차림으로 단박에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나는 풀을 빳빳하게 먹인 그 모시적삼을 보며 마음이 불편해졌다. 옷을 빨고, 다릴 할머니의 노고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섣부른 판단일 수 있으나, 그 옷을 직접 세탁하고 관리하셨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수업을 이어가며 나는 "늙어가는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데, 여전히 나비다리로 밥상을 받아먹어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남의 일이 따로 없는 시대, 이제는 함께 책임지고 돌보는 삶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할머니들에게는 "정말 할아버지를 사랑한다면 음식 만드는 법을 꼭 가르쳐 주세요. 그래야 머리도 덜 녹슬고, 서로가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라고 당부드렸다. 노인복지관에는 요리 프로그램이 개설되면 좋겠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1988년 여성신문이 창간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의 한 부분으로 남성 노인을 위한 요리법들이 소개됐다. 기사의 원본은 일본에서의 상황을 번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노령화사회에 들어간 일본은 당시 독거노인, 특히 가사일을 할 줄 모르는 남성들이 문제화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된 기사였다. 당시엔 '흥미롭다'는 생각에 그쳤지만, 지금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을 하면서 그 기사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도 일찍부터 그런 교육이 이뤄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한 인간이 '주체'로 살아간다는 것은 최소한 자신의 식사와 잠자리, 세탁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돌봄이 필요한 상황도 있을 수 있지만, 신체를 움직일 수 있는 동안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사노동을 여성의 몫으로 여기는 보수적인 인식은 특히 농촌의 노년 세대에서 여전히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마을 행사 자리에서는 할머니들이 무거운 쟁반을 들고 바삐 밥상을 차리고, 그 앞에선 나이에 상관없이 남성들이 당연하다는 듯 앉아 밥을 받는 풍경이 지금도 낯설지 않게 반복된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고자, 여성농민회가 있는 일부 마을에서는 지자체의 '농번기 마을 밥상 지원' 사업을 통해 출장요리사를 초청해 모두가 편안하게 밥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마을 이장의 인식에 따라 "맨날 여자가 하던 일을 왜 돈까지 들여서 해야 하느냐"며 여전히 여성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농촌 여성들은 전한다.

농민이라 하면 흔히 남성을 떠올리기 쉽지만, 2024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농가는 1,024,585명, 남성농가는 978,935명으로 여성농가 통계가 약간 더 높다. 그러나 남성 위주로 만들어진 농기계는 여성농민을 더 힘들게 하고, 여성의 마을이장 비율은 매우 낮아 의사결정에 여성농민의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20년부터 '농촌형 성평등강사'를 위촉해 농촌 지역의 성평등 인식 확산에 나서고 있다.

나 역시 2021년부터 성평등강사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지역의 농민들을 만나 성평등의 가치를 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고 인식의 변화는 더디다. 그렇기에 성평등 교육은 단발성에 그쳐서는 안 되며,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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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