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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봄동 한 단을 샀다. 겉은 푸르고 안은 노란색으로 겨울에 핀 꽃처럼 느껴졌다. 겉잎은 떼어내 손으로 뚝뚝 잘라 된장을 풀고 끓고 있는 물에 넣었다. 봄 향기가 짙게 올라온다.

봄동은 눈 속에서 결을 삭여 단맛은 돌고 잎은 아삭아삭하며 겉대는 약간 질긴 맛이 난다. 눈과 얼음 속 노지에서 자라 생명력이 강한 만큼 식감은 아삭하고 고소하며 효능도 남다르다.

봄동을 보면 동생이 생각난다. 동생은 강추위를 이겨내고 싹을 틔우는 봄동처럼 어떠한 난관도 잘 이겨낸다.

대학 수능을 보러 나갔던 동생은 소식이 두절 되었다. 동생하고 친한 친구들에게 수소문해봐도 아는 친구가 없었다.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에 전단을 붙여 봐도 소식이 없어 하루하루 온 식구들 가슴을 타들어 가게 했다.

동생 때문에 식사도 못 하고 애를 태우는 부모님의 건강이 안 좋아질 무렵이었다. 살이 오른 동생이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집을 나간 지 3개월 만이었다. 하루를 일 년처럼 안달하며 보내던 부모님도 형제들도 동생을 나무라는 사람이 없었다.

버선발로 뛰어나간 어머니는 동생을 덥석 안고 눈물 바람이 되었다. 그런데 신기했다. 동생은 밖에서 굶고 지낸 것 같지는 않았다.

동생은 저녁을 먹고 나더니 느닷없이 아버지께 상의할 것이 있다고 했다.

"아버지 저는 대학에 가고 싶지 않아요. 저는 색감 고르는 눈이 뛰어났다는 생각이 들어 포목점에서 3개월을 배웠어요. 아래위 색상을 맞추는 법과 장사하는 것까지 배웠어요."라고 하더니 동생은 아버지에게 4년 동안 대학에 들어가는 등록금과 하숙비를 미리 달라고 했다. 그 돈으로 포목점을 차리겠다는 것이다.

수능시험도 안 보고 어디에 있었는지 연락도 없다가 들어와 갑자기 포목점을 차려달라고 하니 황당했다. 부모님의 고심도 깊어졌다. 바느질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딸이 포목점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니 왜 그렇지 않겠는가.

두문불출하며 며칠을 고민하던 아버지는 결국 동생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포목점을 내주었다. 그 시절만 해도 회갑 때나 결혼식에는 무조건 한복을 갖추어 입었기에 아주 터무니없는 장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도와주시니 동생은 어깨에 날개를 달았다. 일 층에서 옷감을 팔면 이 층에서는 바느질을 해서 기술자들이 한복을 완성해 내었다. 대학을 간 친구들보다 훨씬 빨리 성공한 셈이었다.

동생이 포목점으로 성공하기까지는 나름의 고통이 많았다. 시험을 본다고 속이고 집을 나간 동생은 하숙을 했다. 동생이 하숙하는 집은 사장님 내외와 아들 둘이 있었는데 동생은 친딸처럼 이쁨을 받으며 생활했다고 한다.

동생이 사업을 하면서 몇 년이 지나자 하숙집 큰아들과 눈이 맞았다. 하나 하숙생으로 있을 때는 그렇게 예뻐하던 사장님 내외가 며느릿감으로는 동생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아들은 대학교수이고 며느릿감은 대학도 안 나온 고졸에다가 장사치라고 반대를 한 것이다.

결혼한 지 1년이 지나니 교수 월급은 용돈에 지나지 않고 동생의 포목점은 날로 번창했다. 그래서인지 사돈댁에서도 동생에게 하는 대우가 달라졌다.

평생 봄동처럼 낮은 자세로 겨울을 건너던 동생은 이제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눈보라를 이겨내 아삭아삭하고 달콤한 봄동처럼 말이다.

오늘 사 온 봄동의 퍼져있는 잎을 손으로 모아쥐고 밑동을 잘라내고 한 잎 한 잎 깨끗이 씻어주었다. 노란 속잎은 떼내어 쌈으로 싸 먹고 푸른 잎은 사과를 갈아 양념장에 넣어 버무려 주었다. 새콤달콤한 입맛 나는 겉절이가 되었다. 강추위를 이겨낸 봄동 겉절이가 동생의 성격처럼 아삭거린다. 봄동 한 잎에 대지의 기운이 온전하게 전해져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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