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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캐나다에서 3년간 학업을 마친 딸은 서양인의 몸매를 닮은 채 공항에 도착했다. 아마도 음식 탓인 것 같았다. 귀국한 지 5일 만에 서울 서초동에 있는 S그룹에서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딸은 귀국하기 전 메일로 입사원서를 여러 곳에 넣고 왔다고 했다. 딸이니 주거가 문제가 되었다.

사무실 반경 4㎞ 이내 집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파트가 나왔는데 딸애가 혼자 쓰기에는 넓다 싶어 서울에서 대학교와 대학원을 다니는 삼 남매를 같이 살게 해주었다.

딸은 직장에서 건실하고 미래가 밝은 남자를 만났다.

사위는 카이스트에 근무 중 딸이 근무하는 회사에 스카우트되어 둘이 인연을 맺었다. 아이 둘을 돌보면서 5년 후 커피에 관한 공부를 하던 딸이 심사위원이 되었다며 전화하는 목소리에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위는 연구실 책임이사였는데 딸과 함께 사업을 하겠다며 합류했다. 나는 딸이 운영했던 목욕탕을 리모델링하여 N88 카페와 N88 바리스타 학원을 만들어 딸이 사업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 주었다. 이제는 카페와 학원이 모두 자리를 잡았는데 나는 사위한테 지나가는 말로 물어본 적이 있었다. 대기업 임원이었던 때와 지금 카페를 운영하는 것 중 행복지수를 따진다면 어느 쪽이 더 낫냐고. 사위는 대기업 다닐 때는 실적을 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고 지금은 좋아서 하는 일을 하니 봄바람처럼 설레고 행복하다고 했다.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아이들 다섯이 제 짝을 만나 일가를 이루고 살고 있으니 아이들에게서 해방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아이들이 집에 오니 우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어떻게 말해야 오해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쌀방개처럼 야무진 셋째 딸에게 말을 꺼냈다. 딸은 엄마 모두 한날 오라고 하면 되지요. 얼굴도 보고 근황도 듣고 맛집 찾아 외식도 하고요. 라고 했다. 지금은 셋째 딸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렇게 하고 있다.

어버이날 외식을 하고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중에 "우리 모두 결혼하여 일가를 이루고 경제적 독립도 했으니 이제 해방시켜 달라."고 했다.

"언제 내가 자유를 빼앗은 적이 있었느냐?."하며 나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딸은 "이제 불혹을 넘긴 나이들이니 스스로가 결정하고 책임질 때가 되었다."고 말을 한다. 서운한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

내 기색을 살피던 딸이 다시 말했다.

"다 엄마를 위한 거야. 저희가 엄마한테서 해방되는 게 아니고 엄마가 저희한테서 해방되는 거라고…. 쉬지 않고 우리를 위해서 수고하셨으니 여행도 다니시고 작품도 남기고 스케치도 하면서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내세요. 외롭지 않게 노후를 보내면 좋겠어요." 하는 부연 설명을 들으니 서운했던 감정이 가라앉았다.

엄마하고 부르는 소리에 딸을 바라보노라니 친구들이 했던 말이 갑자기 고개를 든다. 분가한 자식들에게서 전화가 오면 반갑다기보다 가슴이 철렁한다고 했던 말이, 이번에는 무슨 일이지? 들어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데 속으로 걱정이 되었다고 말끝을 흐렸었다.

"저희가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엄마 아빠의 지혜를 빌릴게요. 건강하게 우리 옆에 오래오래 있어 주세요." 하는 딸의 이야기를 들으며 모두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결혼도 하고 이제 부모에게서 해방될 나이들이 되었으니 엄마도 숨 고르기를 하고 너희들 걱정은 하지 않을 거야." 라고 하며 아이들을 안심시키니 모두가 손뼉을 치며 동의했다.

어느새 다 자라 부모의 그늘이 되어 주겠다는 오 남매를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가경천 둘레길에서 물들어가는 느티나무처럼 우리 부부도 이제 아이들한테서 해방되자고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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