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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다시 봄이 돌아왔다. 올해는 날씨가 좋아서인지 주변에서는 벌써 장 담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바야흐로 된장의 계절이 온 것이다. 우리 집도 된장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친정어머니 생각이 난다. 친정어머니는 해마다 옻 된장을 담그셨다. 일반된장을 담는 것보다 훨씬 번거롭고 수고로운데 친정어머니는 한 번도 귀찮은 내색을 않으셨다.

친정어머니는 상달이 되면 콩을 깨끗이 씻어 하룻밤 불려 놓았다가 가마솥에 붉은색 이 나도록 삶아 뜸을 들였다. 친정어머니가 메주콩을 삶는 날은 아궁이 주변에 붙어 앉았다가 고소한 메주콩을 주워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렇게 잘 삶아진 콩은 절구질 하여 나무틀에 넣고 단단하게 다지고 네모반듯하게 매만진다. 그때 나도 친정어머니 옆에 앉아 주먹처럼 앙증맞은 메주를 만들곤 했다. 친정어머니는 부서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만든 메주를 햇볕에 살짝 말린 다음 새끼줄을 꼬아 열십자로 묶어 실경에 매달아 발효시킨다. 100일 후면 메주를 실경에서 내려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말리고 짚불로 소독해둔 항아리에 불순물을 제거한 소금물을 붓는다. 이때 친정어머니는 소금물의 농도를 잘 맞추려고 달걀 한 개를 띄웠다. 친정어머니는 소금물에 달걀이 500원 짜리동전 크기만큼 뜨면 간이 잘 맞는다고 하셨다. 친정어머니는 어떻게 그런 것을 아셨을까. 어릴 때 친정어머니의 장 담그는 모습을 어깨 너머로 익혔던 것이 이제껏 내가 맛있는 된장을 담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친정어머니가 하시던 것처럼 나도 매년 옻 된장을 담근다. 장이 맛있으려면 메주가 맛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가장 실한 콩으로 메주를 빚어 장을 담근다. 먼저 소독한 항아리에 잘 마른 메주를 씻어서 넣는다. 건 고추와 참숯, 대추를 넣으면 일반적인 장 담그기가 끝이 난다. 그런데 우리 집은 옻 된장을 담기 때문에 옻나무를 잘라다 넣어야 마무리가 된다. 100일이 지난 후 간장과 메주를 분리한다.

다른 집 간장에 비교하면 우리 집 간장은 검은색이 짙고 단맛이 난다. 건져 낸 메주 덩어리는 으깨서 항아리에 담는데 은행잎 같이 누런 황금색을 띈다. 마지막 과정으로 된장 사이사이에 옻나무 토막을 군데군데 박아 넣고 일 년 동안 발효 시키면 봄 된장은 어느새 검은 보석이 되어 있다. 햇볕과 바람이 들락거리며 숙성시킨 된장은 떫은맛이 없고 깔끔한 맛이 난다.

간장 맛도 기가 막히다. 설탕이 들어간 것처럼 감칠맛이 나며 양조간장처럼 달달하다. 일반적으로 간장 항아리를 들여다보면 얼굴이 비칠 정도로 맑은데 우리 집 간장독에는 얼굴이 비치지 않는다. 조청처럼 걸쭉하고 검은 색이 나기 때문이다. 옻나무의 효능은 살균작용, 혈액순환, 간 건강, 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며 냉기를 몰아내고 어혈을 풀어 준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콩과 옻나무는 궁합이 맞는 것 같다. 옻독성은 된장이 중화시키고 약성분만 남는다고 하니까 말이다. 그런 귀한 옻나무를 넣어 만든 된장이니 무엇을 한들 맛있지 않을 수가 있을까. 옻 간장으로 미나리를 무치면 검은색 무침이 된다. 된장찌개는 또 어떠한 가. 별 조미료 없이 된장에 애호박을 듬성듬성 썰어 넣고 청양고추로 칼칼하게 끊이면 별 반찬 없이도 밥 한 공기 뚝딱한다. 결혼한 딸들도 외할머니 장맛이라며 좋아한다. 내일은 문의향교로 문학기행을 가는 날이다. 양푼 가득 된장을 담고 마늘과 청양고추 등 양념을 넣고 참기름으로 버무려 쌈장을 만들었다. 1㎏씩 10병을 담아서 회원들에게 한 병씩 선물했다. 어떤 사람은 된장색깔이 왜 검은색이 나느냐고 묻기에 묵은 된장이라고 했다. 옻나무 곁에만 가도 옻이 오른다는 도반이 있어서 옻 된장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며칠 후 옻나무만 봐도 옻이 오른다는 도반한테 전화가 왔다.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그런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된장이 특별한 맛이 난다면서 조금 더 나눠달라고 했다. 안심하며 옻 된장 이라고 하니 수화기 너머로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들려온다. 웃음이 절로 났다. 작년 코로나 감염이 심각하던 겨우내 옻 된장 풀어 시금칫국, 배춧국, 뭇국으로 건강을 지켰다. 사계절 내내 우리 집 식탁엔 친정어머니한테 전수받은 옻 된장이 빠지지 않는다. 우리 집 건강지킴이 1호는 옻 된장이다. 덕분에 코로나도 피해 간 것 같다. 내가 친정어머니의 뒤를 이어 해마다 옻 된장을 담가 집안의 건강을 지키지만 앞으로 우리 자식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요즘 젊은이들은 된장도 사먹는데 딸들한테 옻 된장을 담으라고 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쩌면 된장을 담가 먹는 일도 우리 세대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한들 어쩌랴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열심히 옻 된장을 담아 자식들한테 남겨 주어야겠다. 내가 떠나고 난 뒤에도 옻 된장을 먹으며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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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