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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울릉도로 가기 위해 늘어선 줄은 인산인해지만,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의 표정은 읽을 수가 없다. 우리도 조용히 씨플라워호에 승선하였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수평선은 한 폭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배가 움직이자 고요하던 바다에는 높은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배 선미와 파도가 힘겨루기 하다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유리창 두들기기를 반복했다. 배가 울렁거리자 나도 덩달아 울렁거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멀미약을 먹은 게 다행이었다. 속을 비워내려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 기다란 줄이 만들어지고 배가 흔들리자 사람들은 여기저기 넘어지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위생 봉투에 입을 대고 객객거린다. 냄새로 멀미가 더 심해진다.

울릉도가 가까이 다가오자 '이제 살았구나.'하고 안심이 되었다. 기쁨도 잠시 오늘 일정상 바로 독도로 들어간다는 방송이 나왔다. 1년 365일 가운데 독도 땅을 밟을 수 있는 날은 고작 40~45일이란다. 풍랑이 심하면 선착장에 접안하지 못하고 해상에서 마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탄 배가 독도 가까이 가자 파도가 숨 고르기를 하더니 순한 양처럼 잔잔해졌다. 다행히도 접안을 할 수 있어 우리는 독도 땅을 밟았다. 독도 경비대에 줄 선물을 구입하여 전달하며 가슴이 뭉클하였다. 힘들게 밟은 독도 땅 몸은 힘들었지만, 감동은 크게 느껴졌다. 자연경관을 담아 카페에 올렸다. 함께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40여 분 짧은 시간을 보내고 뱃머리를 돌려 울릉도로 돌아갔다. 파도가 후미를 밀어주니 멀미 없이 다시 울릉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텔에 짐을 풀고 어둠이 걷히기 시작할 즈음 일출을 보기 위해 일출 일몰 전망대에 올랐다. 모두가 피곤한지 잠들어 있고, 나와 남편만이 둘이 손을 마주 잡고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바람을 폐부 속 깊숙이 맑은 공기를 심호흡하며 핏빛으로 물들어가는 바다 위쪽으로 해가 떠오르자 둘이 환호하며 포옹을 했다. 빛나고 성대하고 아름다웠다.

떠오르는 태양아래 우리는 한마음이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 가장 미더운 사람. 고마우면서도 고맙다고 하지 않고, 즐거우면서도 즐겁다 말하지 않는 가운데 서로 믿고 만족하며 때로는 인내하며 살아온 나날들. 뜨거운 태양처럼 이 순간은 가슴이 벅차고 부부로 살아온 삶의 희열이 넘친다. 우리는 울릉도 주민들의 식수원인 봉래 폭포로 발길을 옮겼다. 저 동항에서 2㎞ 상부에 있는 3단 폭포로 1일 물량이 3천t이라고 하니 어마어마하다. 폭포로 가는 길에는 풍혈이 나오는 곳이 있고 삼나무 숲을 이용한 산림 욕장과 나무데크 길과 쉼터가 있어 여행객들의 휴식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부지런한 새가 모이를 많이 먹는다는 속담처럼 일찍 일어난 보람이 있어 일정에 없는 곳까지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기암괴석과 각양각색의 형상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중에 촛대바위는 조업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전설이었다. 섬 특성상 고기잡이가 생업이었으니 그럴 수도 있었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식사를 위해 들어간 식당의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순한 양처럼 잔잔하였다. 가끔 흑비둘기만 끼룩끼룩 낮은 날갯짓한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는다. 차 위에도 도로 위에도 갈매기가 배설물로 지도를 그려놓았다. 육지 사람들이 갈매기들의 먹이 사냥 본능을 도태시켜 놓았다고 식당 주인이 불평했다. 사람들이 새우깡을 줘서 갈매기들이 물고기를 잡는 번거로움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기름에 튀긴 새우깡을 먹고 묽은 변을 본다고 했다. 여행객들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를 한다고 하니 그도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우리도 같은 잘못을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오전에 출발하여 뭍으로 나간다고 하니 멀미 생각에 전날부터 긴장이 되었다. 우리는 매표를 받고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파고가 놓아 출발 시각이 지연된다는 방송을 30분 간격으로 13번을 똑같이 하다가 결국 오늘은 뭍으로 갈 수 없단다. 우리는 묵었던 호텔로 다시 돌아갔다.섬은 바다가 품고 섬 안에 있는 우리도 품었다. 들어올 적에는 우리를 밀어내더니 독도에서는 땅을 밟을 수 있게 허락하였다. 3대가 복을 지어야 독도 땅을 밟을 수 있다고 하더니 복을 받고 태어난 우리를 뭍으로 보내기 싫어 하룻밤 더 묵고 가라고 풍랑이 일었나 보다. 창망(蒼茫)하기 그지없는 바다. 그 깊이도 측량을 모르는 바다는 때때로 예고 없이 무서운 풍랑을 일으키기도 한다.

큰 꿈을 가진 자. 넓은 것을 보고자 하는 자는 바다를 보라고 하였다.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우리는 배에 탈 수 있었다. 바다는 고요하고 우리 또한 조용했다. 들어올 때는 상충하여 밀어내던 바다가 오늘은 조용히 뒤에서 밀어주니 멀미도 없이 뭍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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