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충주 26.1℃
  • 구름많음서산 27.4℃
  • 흐림청주 26.2℃
  • 구름많음대전 28.0℃
  • 구름많음추풍령 24.5℃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홍성(예) 29.6℃
  • 구름많음제주 29.8℃
  • 맑음고산 28.9℃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제천 24.3℃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천안 26.2℃
  • 구름조금보령 28.3℃
  • 구름많음부여 28.8℃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3.10.11 16:02:11
  • 최종수정2023.10.11 18:21:19

김춘자

수필가

찬란한 정오의 햇살을 가리는 먼지처럼,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 유행의 시기에 우리는 마스크로 호흡기를 가린 체, 불편한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답답한 일상 속에서 하루라도 늪과 같은 무거운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어,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며 길을 걸었다. 야트막한 구룡산 능선을 따라 옮겨 딛는 걸음마다 구름 위를 걷는 듯 가볍다.

머릿속을 꽉 채운 상념을 호흡으로 뱉어내며 숲속에 서본다. 시원한 갈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을 보며 익어 가는 내 나이를 감지하게 된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세사(世事)에 경험도 많아지려니와 인생에 대한 이해도 투철해진다.

막연하게나마 인생의 깊숙한 맛까지는 아니더라도 만년의 농익음이 있을 법도 한데, 마음은 허허로운 들판에 홀로 선 것 같다.

구룡산은 아홉 마리 용이 승천을 준비하다가 세존 사리탑이 세워지자 승천을 포기하고 탑을 호위하는 호위병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세존 사리탑은 조선 고종 때 구천동에 옮겼던 것을 광우와 동원 스님이 안심사로 모셔와 종 모양으로 사리탑과 탑비를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안심사는 구룡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참선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법당이 보이고 단청이 곱게 채색되어 있다. 법당과 멀지 않은 곳에 원형의 작은 연못은 정원처럼 아름답다. 진표율사가 창건 후 편안한 마음으로 수행하여 득도하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안심사'라는 사찰명을 지었다고 한다.

안심사는 조선 중기, 목조 토기와로 지은 사찰이다. 건물 내부는 장엄하며 대웅전 안에 닫집을 지어 부처님을 공경하는 예를 갖췄다. 대웅전 안에서 피어나는 침향은 심실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대웅전 옆에 있는 영산회괘불은 괘불함에 보관되어 있어서 아쉽지만 친견할 수는 없단다. 초파일 행사 때만 공개한다고 하니 인연이 되면 볼 수 있길 바라본다.

영산전 중앙에는 삼존불이 모셔져 있고 16 나한상이 좌우로 배치되어 있다. 나한이란 깨달음을 득도하며 아라한과를 이루었으나, 열반에 들기를 미루고 미륵이 나타날 때까지 불법을 수하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 석가모니 제자로, 신통력이 뛰어난 16명의 아라한을 뜻한다.

이들을 가까이서 뵈니, 마음이 숙연해져 절로 합장의 예를 올리게 된다. 선돌 위에 가지런히 놓인 흰 고무신을 보고는 참선에 방해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나비 걸음으로 자리를 옮긴다.

나지막한 햇살은 머뭇거리는 뭇 생명을 보듬는다. 평온한 마음으로 본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와 따스한 위로를 받았다. 우리도 깨달아 10지경계에 이르게 되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니, 만년까지 힘써 공부해 봐야겠다. 해우소에 들러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세사의 근심을 비운다.

고목들이 묵묵히 세월을 감내하는 안심사 입구로 나와 잠시 쉬었다가, 개신동과 산남동에 거려있는 방죽을 돌아봤다.

두꺼비 서식지로 유명한 원흥이 방죽을 둘러보니 유년 시절 비 오는 날이면, 대문 안으로 떼 지어 들어오던 두꺼비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은 평온한 내 삶의 멋을 길에서 만난 숲과 바람, 별과 나비 그리고 습지와 방죽에 서식하는 생명체, 그리고 부처님이 계씬 도량과 세존 사리탑에 내려두었다.

느긋하게 서산에 내려앉은 가을볕에서 행복을 찾는다.

행복은 이렇듯, 가까운 걸음에도 찾아온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