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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0.11 16:02:11
  • 최종수정2023.10.11 18:21:19

김춘자

수필가

찬란한 정오의 햇살을 가리는 먼지처럼,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 유행의 시기에 우리는 마스크로 호흡기를 가린 체, 불편한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답답한 일상 속에서 하루라도 늪과 같은 무거운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어,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며 길을 걸었다. 야트막한 구룡산 능선을 따라 옮겨 딛는 걸음마다 구름 위를 걷는 듯 가볍다.

머릿속을 꽉 채운 상념을 호흡으로 뱉어내며 숲속에 서본다. 시원한 갈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을 보며 익어 가는 내 나이를 감지하게 된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세사(世事)에 경험도 많아지려니와 인생에 대한 이해도 투철해진다.

막연하게나마 인생의 깊숙한 맛까지는 아니더라도 만년의 농익음이 있을 법도 한데, 마음은 허허로운 들판에 홀로 선 것 같다.

구룡산은 아홉 마리 용이 승천을 준비하다가 세존 사리탑이 세워지자 승천을 포기하고 탑을 호위하는 호위병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세존 사리탑은 조선 고종 때 구천동에 옮겼던 것을 광우와 동원 스님이 안심사로 모셔와 종 모양으로 사리탑과 탑비를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안심사는 구룡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참선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법당이 보이고 단청이 곱게 채색되어 있다. 법당과 멀지 않은 곳에 원형의 작은 연못은 정원처럼 아름답다. 진표율사가 창건 후 편안한 마음으로 수행하여 득도하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안심사'라는 사찰명을 지었다고 한다.

안심사는 조선 중기, 목조 토기와로 지은 사찰이다. 건물 내부는 장엄하며 대웅전 안에 닫집을 지어 부처님을 공경하는 예를 갖췄다. 대웅전 안에서 피어나는 침향은 심실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대웅전 옆에 있는 영산회괘불은 괘불함에 보관되어 있어서 아쉽지만 친견할 수는 없단다. 초파일 행사 때만 공개한다고 하니 인연이 되면 볼 수 있길 바라본다.

영산전 중앙에는 삼존불이 모셔져 있고 16 나한상이 좌우로 배치되어 있다. 나한이란 깨달음을 득도하며 아라한과를 이루었으나, 열반에 들기를 미루고 미륵이 나타날 때까지 불법을 수하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 석가모니 제자로, 신통력이 뛰어난 16명의 아라한을 뜻한다.

이들을 가까이서 뵈니, 마음이 숙연해져 절로 합장의 예를 올리게 된다. 선돌 위에 가지런히 놓인 흰 고무신을 보고는 참선에 방해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나비 걸음으로 자리를 옮긴다.

나지막한 햇살은 머뭇거리는 뭇 생명을 보듬는다. 평온한 마음으로 본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와 따스한 위로를 받았다. 우리도 깨달아 10지경계에 이르게 되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니, 만년까지 힘써 공부해 봐야겠다. 해우소에 들러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세사의 근심을 비운다.

고목들이 묵묵히 세월을 감내하는 안심사 입구로 나와 잠시 쉬었다가, 개신동과 산남동에 거려있는 방죽을 돌아봤다.

두꺼비 서식지로 유명한 원흥이 방죽을 둘러보니 유년 시절 비 오는 날이면, 대문 안으로 떼 지어 들어오던 두꺼비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은 평온한 내 삶의 멋을 길에서 만난 숲과 바람, 별과 나비 그리고 습지와 방죽에 서식하는 생명체, 그리고 부처님이 계씬 도량과 세존 사리탑에 내려두었다.

느긋하게 서산에 내려앉은 가을볕에서 행복을 찾는다.

행복은 이렇듯, 가까운 걸음에도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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