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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1984년 어머님 회갑이 드는 해이다. 어떤 선물을 해 드려야 기뻐하실까? 회갑이 지난 어르신들께 여쭈워 보았다. 가묘를 해두거나 수의를 해놓으면 장수하신다고 하셨다. 1984년 음력은 12개월보다 1개월이 보태진 윤달이 10월에 드는 해였다. 어머님은 평소에 명주로 된 수의를 입고 본향으로 가고 싶다고 하셨다. 아버님 수의는 안동삼베로 하고 어머님 수의는 명주로 맞춰 선물하기로 하고 수의 만드시는 권사님께 부탁을 했다. 수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니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욕조에 고은 딩겨를 풀어 삼배를 풀어 당구고 발로 밟아 여러 날 헹구어 내고 햇볕에 말리고 손질하여 재단을 해서 남자 수의는 도포 도포띠 겹바지 속바지 겹저고리 속저고리 두루마기 이불 요 장애 악수 버선 베개 복건 오랑조랑 허리띠 댓님 면모 입 싸게 뎃포 갖은 수의 19종, 여자 수의는 원삼 원삼띠 겹저고리 속저고리 겹치마 겹바지 속바지 단속곳 9천금 지금 장애 악수 버선 베개 면포 오랑조랑 조바위 입 싸게 멧포 19가지를 갖은 수의만이 (갖은 수)라 한다. 연세 드신 분들이 손바느질로 만드셨다. 노란색 안동포 수의는 왕포처럼 품위가 있어 보였다. 한 분당 22 필이 들어가니 요단강 건너갈 때 입는 수의를 산 사람에게 입게 한다면 무게에 눌려 다 벗어버릴 것 같다. 완성된 수의에 켜켜이 신문을 넣어 문종이로 포장하고 박스에 담아 아버님 수의라 표시해 두었다. 어머님 수의는 어린아이 속살처럼 부드럽다. 부피도 적어 보관하기 좋을듯하지만 명주천에는 단백질 성분이 있어 보관하기가 까다롭다. 신문을 켜켜이 넣고 잎담배를 한지에 싸서 추가로 넣어야 좀이 먹지 않는다. 포장을 다하고 나니 죄송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면서 자식에 도리를 다 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였다. 39년이 지나고 보니 그때 내 나이 삼십 대 중반이었다. 어머님 회갑전날 시댁에 도착하니 남편 형제들이 모여 저녁을 드시고 계셨다. 우리 부부도 한옆에 앉아 식사를 하고 거실에 둘러앉아 서로에 안 부을 물었다. 시고모님께서 질부는 무슨 선물을 가져왔나 물어보신다. 뜸을 들이다가 수의를 해왔어요 하자, 효도했다면서 칭찬을 하셨다. 어머님 표정을 살폈다. 서운한 기색이 역력하시다. 펴보지도 않고 벽장 선반 위에 올려놓는다. 일 년 치 급여로 장만한 수의인데 반기지 않으시니 서운했다. 어머님 90세에 소천 하셨으니 수의 해 놓은 지 30년을 더 사시다 소천 하셨다. 수의는 좀 먹은데 없이 멀쩡하니 모두가 좋아하셨다. 미리 준비해 두지 않았다면 서걱거리는 중국산 삼베수의를 입고 가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나에게 잘했다, 칭찬을 했다. 수의 종류도 천차만별 명주 삼베 무명 지금은 지우로도 짖는다 하니 살아계실 때 여쭤보고 선택하신 것으로 맞춰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1993년 윤 3월 정선군 정선읍 동곡 마을에 도착했다. 공기가 맑아 힐링하러 여행 온 것 같다. 삼베 주산지로 도에서 지원받아 마을작목반에서 대마을 재배하고 있다. 삼은 대마라 하여 한 포기도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이장님 설명해 주셨다. 공무원이 점검 관리되고 있었다. 명인댁으로 안내되어 대마를 가꾸고 삼실이 되어 베필이 나오기까지 설명하시며 베 짜는 모습을 시범으로 보여주셨다. 삼베 44 필을 사다가 손질하여 육거리 대청포목 사장님께 부탁드려서 남편과 내 수의를 해두었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으면 가묘에 가거나 수의를 꺼내보며 죽음이 호흡지관인데 하는 생각과 동시에 불편한 마음이 편안해진다. 금년 2월은 효의 달 윤달이 드는 해이다. 윤달은 비어 있는 공달이니 길일 흉일 좋고 나쁨을 떠나 잠시 간다는 의미이니 얼마나 좋은 달인가? 15년 전 아버님 가시는 길에는 노란 안동포가 길을 밝히고, 어머님은 박꽃처럼 흰 원삼에 날개 달고 아버님 찾아 먼 길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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