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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화장실과 사돈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이 있다.

1남 4녀를 둔 우리 부부는 생면부지인 다섯 가정과 자식을 나누어 가진 인연으로 사돈이 되었다. 옛날 같으면 딸딸이 엄마라고 시댁 어른들 눈치 살피며 살아야 했겠지만, 지금은 딸이 많을수록 대우를 받으며 사는 좋은 시절이 되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이 결혼하는 날이다. 남편과 함께 대문을 열고 나란히 단상을 향해 행진을 한다. 사위와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남편 걸음걸이가 느려진다.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던 딸과의 추억들을 편지로 써서 사위와 사돈 그리고 축하하러 오신 하객들을 향해 읽어 내려갔다. 식장 안은 고요가 흐른다. 딸 가진 부모들이 공감을 더 하니 읽어내려가던 편지 위에 애틋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딸 내외는 직장이 있는 서울에 새 둥지를 마련했다. 한 달에 두 번씩 내려오니 결혼 전보다 얼굴 보는 횟수가 늘었다. 사위가 살갑게 대하니 결혼해서 층층시하에 16일간 살았던 시댁살이가 눈에 아른거린다.

형님은 상을 차려 신혼 방으로 넣어주시고 시어머님은 빨랫감을 내놓으라고 성화를 하셨다. 민망하여 설거지라도 할라치면 사기그릇 이 빠진다고 말리셨다. 물가에 세워둔 아이처럼 불안했었나 보다. 지금 생각해도 죄송하기 이를 데 없다.

옛 어른 말씀에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 절을 한다고 했었다. 딸애가 내조를 잘하고 있어서 자주 내려오는 것이라면 고마운 일이지만, 시댁 식구들을 어려워해서 친정으로 오는 것이라면 말리고 싶다. 딸 넷과 아들이 모두 출가를 했다. 텅 빈듯한 마음을 무엇으로 채우려나. 산행도 해보고 동전 내기 고스톱도 하고 날마다 마음자리를 점검하는 수련도 하였다. 허전해하는 속내를 사위에게 들키고 말았다. 둘째와 셋째 막내 사위도 맏사위를 닮아가더니 사위가 아닌 아들로 자리를 잡아갔다. 막내 사위가 아들이 되기까지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싶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집밥을 먹는 날이었다. 식사하고 후식까지 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서는 막내 사위에게 설거지를 시켰다. 잘못 들었나 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식사하고 난 뒤에 마무리하는 것이니 둘이 협동해서 잘 살아가라는 장모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네 명의 사위가 순번을 정해서 함께 여행을 가거나 맛집 기행을 한다. 막내로 태어난 아들은 처가에서 아들 노릇을 잘하고 있으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우리 부부에게는 네 명의 사위가 든든한 아들 노릇을 하고 있다.

한해를 보내는 동짓달쯤 나무는 단단한 나이테를 만들고 나는 3월이 시작되는 날 느슨한 나이테를 준비한다. 세화당 창호지 문틈으로 봄바람이 드나들고 흐드러진 매화 가지가 남포불을 밝힌 한지 창문에 드리운다. 핏빛 여명이 밝아오면 해빙의 봄기운이 연두빛 시어로 산야에 새싹을 틔운다. 연년이 동네잔치를 벌였던 어머님 생신날이자 남편 생일. 얼마나 지중한 인연이면 어머님 태어나신 날 남편을 출산하셨을까? 어머님 살아 생전 시댁에서 생일을 맞았었다. 어머님 소천하시고 십오 년째 남편 생일상을 사위들이 준비한다. 문경 가서 저장고에 있는 송이 버섯도 공수해 오고 네 명의 사위가 생일 음식 준비하며 하하하 거실이 들썩거린다.

내가 출가하던 날 친정어머니는 이제 출가외인이니 일부종사하라고 말씀하셨다. 지금은 아들 가진 부모가 장가가는 아들에게 일처종사하라는 부탁을 하지 싶다. 사위에게 씨암탉을 잡아주던 장모는 사위에게는 장어를, 아들에게는 암탉을 잡아준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일 년에 한 번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아이들이 인색하다고 하지는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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