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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2.08 15:45:02
  • 최종수정2023.02.08 18:20:43

김춘자

수필가

30년 전 효성 지극한 의뢰인을 만났다.

시골에 살고 계신 부모님께 살기 편한 집을 지어 드리고 싶다고 했다.

거리가 있어 거절했다.

며칠 후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인 아들 친구 아버지이며 할아버지 되시는데 하고 부탁을 했다.

의뢰인과 약속을 잡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미리 와계셨다.

선해 보이는 50대 중반의 남자였다.

부모님께서는 어려운 형편 가운데 상급학교에 진학시켜 주셔서 고위직 공무원을 하면서도 살기 바빠 효도 한번 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극해 보이는 효성에 감동하여 계약을 했다.

늦여름 기초를 시작해서 3개월 후 완공했다.

건축 대금을 정산하고 돌아오는 길에 늘 돌과 모래더미에서 놀던 아이들을 만났다.

잔돈을 아이들 용돈으로 주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눈만 반짝반짝하다.

뒤따라 나오셨던 건축주 할아버지가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이 아이들은 뒷집 아이들인데 모두가 벙어리고 아이 할아버지만 말을 한다고 하셨다.

막내딸과 여섯 살 동갑인 아이를 동의를 얻고 데려왔다.

청주에 도착하자,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료를 받으니 정상이라고 했다.

내 일처럼 기쁘다.

막내가 다니는 청주 어린이집에 입학시키려 했으나 거절당했다.

다른 원생수업에 방해된다는 이유였다.

원장님한테 종교를 물었다.

기독교라고 한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인데 이곳에서 받지 않으면 어디로 가느냐 반문하니 받아주셨다.

막내딸이 소통이 안 되니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을 가르치니 말문이 트였다.

딸 많은 집에 계집아이가 한 명 늘었으니 남편은 탐탁지 않아 했다.

때 물이 벗고 옷도 딸과 똑같이 입히니 도시 아이가 되었다.

남편이 데려온 아이라고 수군대던 동네 분들도 사정을 듣고는 모두가 감탄했다.

현장에서 만났던 아이는 여고를 졸업하고 결혼해서 잘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태어나서 선업을 쌓았으니 천국에서 포상을 받으리라.

병원에서 그때를 생각하며 위로를 받는다.

사랑과 행복이 새록새록 매력 있는 입원실 대접받는 기분이다.

우리 가족이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까?

대가족의 짐을 남편과 나눠지면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도리를 다하고 살았다고 스스로에게 '잘했다' 칭찬했다.

오전 수술 시간이 잡히고 뒤돌아보니 남편과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살았단 생각이 든다.

엄마의 넉넉한 품이 되지 못했고 살가운 아내가 되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뿐이다.

입원하고 있는 열흘동안 다 뒤로하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가리라!

나는 지금 간호병동에서 여행 중이다.

해풍을 맞으며 맑은 바닷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느낌이다

눈 달린 가위 모양의 로봇이 명주솜처럼 부드러운 솜털 모양의 파열된 근육을 찾아 로봇눈이 정리하는 게 바닷속에서 전복을 채취하는 해녀처럼 보인다.

반신마취 귀는 살아있어 의료진의 이야기 소리와 기계음 소리가 통증을 이야기 속에 가둔다.

긴 여운으로 남는 수술실 행복한 여행의 한 페이지로 오래 기억하며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교훈으로 삼으려 한다.

병원에 온 지 5일째, 세상에서 가장 편한 휴식을 취하고 가겠다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간호사들이 연방 들락거리며 혈압을 재고 피를 뽑고 체온을 잰다.

밤에는 한 시간 간격으로 간호사가 다녀가니 긴 잠을 잘 수가 없다.

잠든 사이 끈적한 액체가 흐른다.

내 몸에 이물질이 묻은 것처럼 심기가 불편하다.

비상벨을 누르니 간호사가 달려왔다.

주삿바늘 빠진 자리에서 피가 흐른다.

병실 안에 피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간호사가 다녀간 지 40분밖에 안되었는데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이니 간호사들한테 미안하다.

혈관을 찾는 간호사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네 번째 성공이다.

네 팔뚝에는 멍으로 그림을 그렸다.

매 맞고 사는 아낙 같다.

주사 바늘만 보면 혈관이 숨는다.

간호사는 미안해하고 나는 괜찮다 한다.

우리는 마주 보고 눈으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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