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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조용한 시간 찻잔을 앞에 놓고 지나간 시간을 회상한다. 남편 정년을 5년 앞두고 정년 후에 할 일을 미리 준비했다. 남편은 퇴직하면 주유소를 운영해보고 싶다고 하여 매입했었지만, 3년을 운영하다가 임대로 주어야 했다. 평생 공직에서 일하던 사람이 주유소 일을 하려니 어디 쉬운 일인가.

그 후 다른 소일거리를 찾아 땅을 보러 다녔다. 부동산 사장님과 대 여섯 곳을 발품을 팔았으나 마음에 와닿는 곳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 곳만 더 가보자 생각하고 들른 곳은 토목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땅이었다. 이상했다. 차에서 내려 땅을 밟는 순간 본드를 붙여 놓은 것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처음 가보는 그곳은 많을 다에 기뻐할 락자를 쓰는 다락(多樂)리였다. 땅 주인은 청주에서 갑부로 알려진 분이었다.

이 좋은 땅을 왜 내놓았느냐고 하니 모 대학교 교수 7명이 부탁하여 토목공사를 하던 중 땅에서 황금빛이 쏟아져 7천만 원을 더 요구하는 바람에 계약이 무산되었다고 했다.

일곱 필지라는 말에 더 마음이 갔다. 아이들에게 한 필지씩 나누어 주고 우리 부부 살 집을 짓고 한 필지는 주차장 부지로 하면 딱이지 싶었다. 땅 주인과 연락을 하여 매매 계약서를 쓰고 등기를 마무리했다.

퇴직하려면 아직 5년이 남았지만, 미리 집을 지어 시멘트의 독을 빼고 벽지를 붙일 요량으로 계획을 세웠다. 아이들이 결혼하고 손자 손녀까지 합하면 40명은 족히 될 것 같아 그 애들이 편히 쉬다 가기를 바라면서 설계하고 집을 지었다.

숯가루와 황토를 섞어 방통을 채우고 나니 모두 광부인 듯 눈만 반짝거렸다. 홍송으로 문을 달고 천장에는 옻칠을 했는데 그래서인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새집처럼 보인다.

마당에도 푸른 물결처럼 잔디를 예쁘게 가꾸었다. 정원에 심은 영산홍은 해마다 집을 꽃 대궐로 만들었다. 담장에 줄기 장미도 심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병충해도 입고 시들해졌다. 아파트와 달리 전원주택을 가꾸려면 잔손이 많이 갔다. 쇠퇴해가는 장미처럼 우리 부부도 어느새 팔십을 바라보니 몸도 마음도 버거워졌다.

생각해 보니, 대물려 살게 될 아이들의 일손을 덜고 우리도 관리하기 쉽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장마가 지속되니 텃밭의 흙이 떠내려가 플륨관을 메우니 일거리가 많아졌다. 집 주위 플륨관만 교체하는 것으로 남편과 합의를 보았다. 그런데 견적을 받아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나왔다.

오래된 집에 큰돈을 들여 수리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알고 지내는 목수와 토목공을 불렀다. 수리하려고 손을 대니 변화시켜보고 싶은 것이 하나둘 늘어났다. 장독대도 옮기고 원두막도 옮겨 변화를 주고 싶어졌다.

집 주위 잔디 위에 레미콘을 타설 포장하고 작은 텃밭만 남겼더니 삭막한 느낌이 들었다. 장독을 수도 가까운 곳으로 옮기니 삭막했던 느낌이 줄어들어 편안해졌다.

앞마당은 공사하느라 포크레인이 드나들며 망가뜨린 잔디를 거둬내고 오렌지색 블록으로 공사 중이다. 내가 감독하며 현장에 있으면 다시 손댈 일이 없겠지만 30년을 함께한 직원들이니 믿고 청주집으로 돌아왔다.

느긋한 삶을 살았더라면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도 알고 흐르는 물에 물장구치며 가재도 잡던 유년처럼 마음 가는 데로 살았을 텐데~~. 흘러간 세월은 손에 잡히지 않는 바람처럼 지나갔어도 욕심이 낳은 집이 눈앞에 있다. 욕심으로 채운 삶이 한 짐 가득하다. 지금은 한 삽씩 떠 내려놓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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