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7.3℃
  • 구름많음강릉 24.4℃
  • 맑음서울 27.9℃
  • 맑음충주 27.3℃
  • 맑음서산 27.0℃
  • 맑음청주 27.8℃
  • 맑음대전 28.1℃
  • 맑음추풍령 25.6℃
  • 맑음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1℃
  • 맑음광주 29.4℃
  • 맑음부산 29.5℃
  • 맑음고창 28.3℃
  • 맑음홍성(예) 27.2℃
  • 구름많음제주 27.0℃
  • 구름많음고산 26.7℃
  • 맑음강화 25.9℃
  • 맑음제천 26.3℃
  • 맑음보은 25.5℃
  • 맑음천안 26.6℃
  • 맑음보령 28.9℃
  • 맑음부여 27.7℃
  • 맑음금산 27.4℃
  • 맑음강진군 30.2℃
  • 구름많음경주시 26.1℃
  • 구름많음거제 26.8℃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4.06.12 14:48:43
  • 최종수정2024.06.12 14:48:43

김춘자

수필가

45년 전 함박눈이 내리는 날 첫딸이 태어났다. 하늘의 별이 된 아들 다음으로 내 테에 들어온 아이였다. 첫 아이를 잃은 트라우마로 병원에 가면서도 순산할 수 있을까 걱정했으나 딸아이를 무사히 분만했다. 산모인 나는 입원실로 옮겨졌다. 아기 씻기는 것을 보고 오겠다던 형님이 자정이 가까워질 때까지 오지 않았다. 산부인과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었기에 '무슨 일이 또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하고 나 스스로 다독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입원실 문이 열렸다. 형님이 들어오면서 아기가 이상하다고 하는 소리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파랗게 질린 내 모습을 보며 형님은 웃으며 말했다. 배냇저고리를 입히는데 아기가 "엄마!" 하고 옹알이를 해서 형님도 간호사도 모두 놀랐다고 했다. 병원에 가는 내내 불안해하던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형님의 따뜻한 마음에 나도 웃었다. 아기는 건강한데 병원이 얼마나 열악한지 작은 곤로에 물을 데워 씻기느라 늦었다고 형님이 덧붙여 말해서 안심이 되었다.

태어날 때도 가슴 조이게 하더니 퇴원 후에도 밤낮으로 울어대는 딸아이 때문에 내덕동에 있는 전소아과를 내 집 드나들듯 했다. 엄마 마음이 편안해야 아기도 정서적으로 안정이 될 텐데 육아에 서툰 엄마의 모유를 먹고 자라 딸도 불안했었던 것 같다. 한 번의 실패로 얻은 아이인지라 자라는 동안 온갖 정성을 쏟았더니 한 번의 실패 없이 무난히 대학교까지 졸업했다.

그때 나는 한 몸으로 세 가지 사업을 병행하느라 힘에 겨웠다. 대학을 졸업한 딸에게 위험부담이 가장 적은 대중목욕탕 운영을 맡겼다. 그러나 막상 목욕탕에서 일하는 딸을 보니 부모 잘 못 만나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안타까웠다. 생각 끝에 캐나다로 유학을 보내기로 마음을 정하고 딸에게 이야기했더니 기뻐했다.

캐나다에서 3년간 학업을 마친 딸은 서양인의 몸매를 닮은 채 공항에 도착했다. 아마도 음식 탓인 것 같았다. 귀국한 지 5일 만에 서울 서초동에 있는 S그룹에서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딸은 귀국하기 전 메일로 입사원서를 여러 곳에 넣고 왔다고 했다. 딸을 혼자 대도시에 내놓으려니 집 문제가 가장 걱정이었다. 나는 딸애의 사무실 근처에 집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파트가 나왔는데 딸애가 혼자 쓰기에는 넓다 싶어 서울에서 대학교와 대학원을 다니는 삼 남매를 같이 살게 해 주었다.

딸은 직장에서 건실하고 미래가 밝은 남자를 만났다. 사위는 카이스트에 근무 중 딸이 근무하는 회사에 스카우트되어 둘이 인연을 맺었다. 결혼해 아이 둘을 낳고 육아에 전념하던 딸이 어느 날 커피 분야에 심사위원이 되었다고 했다. 좋은 직장을 내놓고 아이들과 씨름하던 딸의 전화하는 목소리에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시 연구실 책임이사로 근무하던 사위도 딸과 함께 사업을 하겠다며 합류했다. 나는 목욕탕을 리모델링하여 N88 카페와 N88 바리스타 학원을 만들어 딸이 사업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 주었다. 이제는 카페와 학원이 모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사위한테 지나가는 말로 물어본 적이 있었다. 대기업 임원이었던 때와 지금 카페를 운영하는 것 중 행복지수를 따진다면 어느 쪽이 더 낫냐고 물었다. 사위는 대기업 다닐 때는 실적을 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고 지금은 좋아서 하는 일을 하니 봄바람처럼 설레고 행복하다고 했다.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아이들 다섯이 제 짝을 만나 일가를 이루어 살고 있으니 아이들에게서 해방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아이들이 집에 오니 사실 남편과 둘이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말해야 오해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쌀방개처럼 야무진 셋째 딸에게 귀띔했더니, 셋째는 엄마 모두 한날 오라고 하면 되지요. 얼굴도 보고 근황도 듣고 맛집 찾아 외식도 하고요. 라고 했다. 지금은 셋째 딸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렇게 하고 있다.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철탑산업훈장 수상'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 인터뷰

[충북일보] ㈜광스틸이 2026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영예의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2000년 설립 후 20년간 건축자재 제조 외길을 걸어온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는 이번 수상에 대해 "지난 20여 년간 오직 '더 안전하고 견고한 건축 자재를 만들겠다'는 외길을 걸어왔다"며 "그간 숱한 난관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기술 혁신과 품질 향상에 매진해 온 광스틸의 고집과 정직함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회가 매우 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년이 이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수훈을 계기로 향후 100년을 이어갈 지속가능한 건축 자재 리딩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광스틸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대표 대기업 산단 현장과 공공기관에 자재를 납품하며 독보적인 신뢰를 쌓아오고 있다. 안전과 품질에 있어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가운데 광스틸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현장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꾸준히 선택받고 있다. 광스틸의 시그니처인 '스피드블록메탈패널'은 세계 최초로 실리콘을 쓰지 않는 Non-Caulking(논 코킹) 방식이 적용됐다. 기존 패널의 외벽 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