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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농막에 나의 하루를 들여놓았다. 미선나무꽃이 피어 향기가 진동을 한다. 거실문을 활짝 열어 꽃향기를 가득 담았다. 그 뒤를 이어 햇살이 들어온다. 거실이 환해졌다. 3개월 만에 들렸더니 농막 세간들이 게으른 나를 향해 수군거리는 듯하다.

농막을 설계할 때 유년에 방을 옮겨놓은 듯한 격자문이 있는 방을 설계했다. 문 바른 문종이 위에 진달래 개나리꽃을 그려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붓을 놓은 지 오래되어 문종이만 버려 놓으면 일손만 늘이는 게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 소녀가 방문에 먹으로 나무와 줄기를 그리고 솔가지에 잉크를 묻혀 툭툭 뿌려 잎을 그리던 먹물 묻은 작은 손을 가진 소녀가 옆에 와 있다. 먼 여행을 하고 온 듯하다.

농막은 북쪽으로 있는 욕실의 작은 창문을 빼고는 사방이 넓은 창문으로 지어진 집이다. 눈이 오는 날에 서쪽을 바라보면 노적봉에는 백설기를 쪄 놓은 듯하다. 부자가 된 듯하여 동네 분들과 나눠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쪽 창문을 열게 되면 소나무와 편백나무숲에서 피톤치드 냄새가 바람에 업혀 와 머리를 맑게 해 준다.

북쪽으로는 교원대학교가 있으니 많을 다에 기뻐할 락, 많은 인재가 있는 고을인 다락리에 농막이 있으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남쪽으로는 산업단지 조성이 한창이다. 새로운 소식이 들렸다. 셋째 필지 부분부터 사 차선이 난다고 한다. 좋아해야 할지 걱정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나는 자연에 변화를 좋아한다. 농막이 가끔 우리 부부의 쉬는 공간이 되어 꿈을 꾸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을 구상하기도 한다. 아직은 나에게 주어진 달란트가 남은 듯하다. 서울에 있는 사업장은 아들에게 물려줘도 잘 이끌어갈 것 같은 믿음이 있다.

막내아들까지 독립시켰으니, 이제 작은 사업에 도전해보고 싶다. 며칠 있으면 내가 태어난 날이다. 가족이 모두 모이면 내가 구상하고 있는 사업을 상의해 보려고 한다. 한 명이라도 응원한다면 계획대로 진행해보려 한다. 오늘 산업단지를 바라보다 아이디어가 반짝 떠 올랐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 하지 않던가· 나는 오늘부터 50살이라 최면을 걸어봐야지. 청년기를 지나 중년기이나 한창 일할 나이 아닌가. 늦은 나이에 용기가 대단하다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이 되지 않을까·

봄은 여린 싹을 반기고 여린 싹은 봄 햇볕으로 자란다. 봄은 햇볕이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는가 싶다가도 꽃샘추위로 꽃눈을 오므리게도 한다. 무지갯빛으로 피어난 봄꽃을 맑은 눈으로 바라보다가 깜짝 놀란다. 꽃이 피는가 싶으면 꽃잔치가 끝난다.

봄에 태어난 나는 결혼하면서 새로운 도전으로 꽃도 피고 열매도 맺어 늦가을쯤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제 겨울 초입에 들어선 나이이지만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25년을 돌려 중년기로 새로운 촉을 틔우고 꽃을 피워 튼실한 열매 맺고 성공하는 모습으로 우리 가족에 게는 도전하는 엄마의 모습이 참 멋있었다고 내가 떠난 후 이야깃거리를 남겨주고 싶다. 나와 교류하던 친구 나 문우 모두에게는 그냥 지나치는 법 없이 보듬었던 문우로 함께해서 힘이 되었던, 오지랖이었다는 칭찬을 듣고 싶다.

청소년들에게는 희망의 봄 중년기에는 행복한 봄 노년기에는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희망의 봄. 설레는 봄을 가슴에 담아 싹을 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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