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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아침이 더디게 온다. 침대에 누우면 한기가 들도록 가슴이 두근거린다. 바로 누워도 불편하고 모로 누워도 편하지 않다. 건강할 때 감사하지 못했던 나에게 미안했다.

약속한 모임에 가기 위해 현관문을 열고 나가다가 주저앉았다. 고통이 밀려온다. 계단 난간을 짚으면서 내려갔다. 휘청거리는 다리는 내 몸에 일부가 아닌 듯 자꾸만 뒤처진다. '병원으로 갈까?' 하다가 절뚝거리며 약속 장소로 갔다. 반갑다며 웃는 얼굴로 맞아준다. 고통은 밀려오지만, 내색조차 할 수 없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누가 될까 싶어서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는 둥 마는 둥 잠자리에 누웠다. 통증 때문에 잠을 설친다. 왼쪽 다리가 남의 다리 같다. 새벽 다섯 시면 일어나 샤워하고 간단하게 식사 준비를 하던 습관대로 몸을 일으켰다 앉기까지는 했는데 일어설 수가 없다. 남편이 무슨 일이 있었냐며 깜짝 놀란다. 어제저녁에 있었던 상황을 설명하니 응급실에 가잔다.

아침밥 먹고 병원으로 향했다. MRI 상으로는 뼈는 이상이 없으니 기브스를 하고 상태를 지켜보자고 한다. 이틀째 남편이 요리해서 밥을 챙겨 준다. 고맙다는 생각보다는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처럼 불편하다, 지팡이를 짚고 화장실에 가는 시간이 지옥 불에 들어가는 것처럼 두렵다. 변기에 앉는 것이 불편하다. 약을 먹지 않는다면 물 마시는 것도 줄이고, 식사 양도 줄였으면 좋겠다. 한 일주일 금식하고 싶은 심정이다. 내 다리가 기브스에 압류 당한게 불편해 풀어 놓았다.

무릎과 발등이 소복히 부어오른다. 수건에 신문지를 두껍게 해 무릎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감았다. 발가락이 움직이니 좀 살 것 같다. 다음 날 문제가 생겼다. 오른쪽 다리 오금지에 가래톳이 생겼다. 힘을 분배해서 쓰지 못하고 오른쪽 다리와 지팡이 잡은 손에 힘을 주어서인 것 같다. 큰사위가 이 모습을 보고 기브스를 하고 걷는 방법을 시범을 보여가며 알려주었다. 경험자가 하는 말이니 불편을 감수하고 다시 기브스를 했다.

침대에 누웠으나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다시 일어나 푸른 솔 카페에 들어가 이곳 저곳을 들렸다가 자리에 누웠다. 악몽에 시달리다 일어나보니 온 몸이 땀으로 젖어있었다. 다리는 쇠덩어리를 달아놓은 듯 무겁다. 새벽녘에 수면제를 먹었다. 비몽사몽 남편 목소리가 들린다. "9시야 일어나 아침밥 먹고 약 먹어요~" 꿈결에 들리는 듯 하다.

건강은 건강할 때 잘 챙겨서 가족들이 걱정하는 삶을 살지 않아야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시간은 밤 11시. 뜬 눈으로 지새울 밤이 두렵다. 새벽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내일은 뿌리 병원에 가는 날이다. 의사 선생님이 회복되어 가고 있다고 하면 안심이 되려나! 다리를 만져본다. 뿌리가 튼튼하지 못한 내 몸 한 부분이 되어 고생이 많구나. 회복되면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걸어도 주고, 잘 보살펴 줄게. 하늘나라에 별이 되신 엄마가 그리운 날이다. 동무와 놀다가 상처가 나면 빨간색 요오드를 바르시면서 '조심 좀 하지' 하고 걱정하셨는데…. 지금은 남편이 '괜찮아?' 걱정스러워한다. "앞으로 조심해서 다녀. 둘 다 건강해야 아이들이 걱정하지 않지." 한다.

한치 앞을 모르고 살아간다는 말이 맞는 말 같다. 건강할 때는 사랑과 행복만 보였다. 허약해지니 걱정과 슬픔만 밀려온다. 혼자 걷는 길에는 그리움이 있었고, 둘이 걷는 길에는 예쁜 사랑만 있었다. 이제 마주 잡은 손에서 힘을 느끼고 싶다.

가을은 점점 깊어지고, 살살이 꽃들은 하늘거린다. 긴 밤은 지나가고, 건강한 다리로 꽃 구경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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