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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이른 아침 간단하게 운동복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가경천 둘레길을 걷는다. 발에 닿는 촉감이 딱딱하다. 초록 숲이 우거진 가로수길에도 구간마다 주인이 있다.

처음 주인을 만나는 구간은 우리 집 앞에 있는 느티나무 위에서 공연하는 새들이다. 각양각색의 음색으로 노래를 하면 귀가 즐겁다. 조금 더 걷다 보면 머리를 까딱거리면서 종종걸음을 걷는 잿빛 비둘기를 만난다. 사람을 따르는 반려동물처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비둘기를 보니 새 가슴에도 넉넉함과 편안함이 있는 것 같다.

100m쯤 걷다 보면 두 분 할머니가 며느리 흉보는 장소이다. 이곳을 지날 때면 늘 비슷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며느리가 늦잠을 잤다는 둥 게을러빠진 며느리 때문에 아들이 고생한다는 둥 아침부터 며느리 흉보느라 바쁘다.

이렇듯 천천히 걸어가도 편안한 구간이 있고 빨리 걸어도 불편한 길이 있다.

천변을 지나 경산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여러 명이 강강술래 하며 춤추는 듯 원을 그리며 걷고 있다. 그런데 모두가 맨발이다. 나는 오늘이 처음이지만 용감하게 양말과 운동화를 벗었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사람들처럼 맨발로 땅을 밟았다. 첫발을 떼는데 모래알들이 발바닥을 콕콕 찌른다. 어찌나 강렬한지 허리까지 느낌이 전해진다. 작은 돌을 밟았을 때는 깜짝 놀랄 정도로 아팠다. 한쪽 발을 드니 허리까지 기울어진다. 이왕 시작하였으니 두 바퀴만 돌아보자고 마음먹었다. 한 바퀴 도는데 10분이 걸린다고 하니 20분만 걸어볼 생각이다.

맨발 걷기를 끝내고 조회대 앞에 앉았다. 계속 걸으면서 운동하는 분들을 관찰했다.

다들 몸에 힘을 빼고 가볍게 걷는다. 자연스럽게 걷는 이들을 보면서 얼마나 오랫동안 맨발 걷기를 했을까 궁금증이 올라온다.

언제부터 맨발 걷기 운동이 이슈가 되고 있는 데 정말 효과가 있을까? 건강과 어떤 연관성이 있기에 고통을 감내하면서 걷고 있는 걸까? 저들처럼 맨발로 걷는다면 내 발바닥에 있는 굳은살도 없어질까? 앉고 설 때마다 뻐근하고 우리 해지는 허리통증은 사라질까? 연신 물음표가 맴돈다.

어깨 통증이 심해 비 맞은 새처럼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는 나는, 개운하게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나고 싶다.

한참 앉아 있는데 남편 간병하러 갔던 친구가 맨발로 자박자박 걸어와 내 손을 잡는다. 친구가 반가웠지만 먼저 친구 남편 소식을 물었다.

잠시 말이 없던 친구는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남편이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했다. 친구는 남편을 떠나보내고 손자 손녀를 돌보다가 쓰러졌었다고 했다. 시집간 딸이 편안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손자 손녀를 돌보기 시작한 것이 5년째인데 몸에 무리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친구는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면서, 그 후 지인한테 맨발 걷기 운동을 권유받고 건강을 위해 6개월째 한 시간씩 걷는다고 했다.

친구는 처음에는 지팡이를 짚고 걷다가 지금은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맨발로 걷다 보니 어둔했던 말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혈압도 떨어졌다고 했다.

친구는 앉아 있는 내게 왜 운동하지 않느냐고 했다. 나는 걷는 것이 불편하고 허리까지 통증이 온다고 했더니 친구는 몸에 맞게 조금씩 늘여가며 운동하라고 일러주었다. 처음에는 양말을 신고 걷다가 익숙해지면 맨발로 걸어보라고 조언했다.

다음날부터 걸음마를 배울 때처럼 천천히 걸었다. 한 발짝씩 걸을 때마다 무수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언제쯤이면 집중해서 걷게 될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맨발 걷기를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중년기에는 사는 게 바빠 내 몸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도 하룻밤 푹 쉬고 나면 거뜬하게 일어났다. 그때는 몸 밖으로 땀 한 방울도 안 내보낼 만큼 몸이 단단했었다. 지금은 어떤가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그동안 쉬어 주지 못하고 부려먹기만 한 몸에서 땀이 흐른다. 이렇게 망가진 몸을 생각하면 내가 나에게 미안해진다.

친구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나도 아직 늦지 않았노라고 생각하면서 엄마 품처럼 포근한 흙길을 맨발로 걷는다. 흙과 돌멩이들이 발바닥에 분포한 신경 말단을 자극한다. 혈액순환이 되는지 몸 전체가 달아오른다. 몸이 가벼워지며 개운해진다.

맨발 걷기를 하고부터 혈압이 정상으로 내려가고 허리통증도 없어지니 편안하게 잠을 잔다. 빠졌던 근육이 차오르면서 걸음걸이가 가벼워지고 근육이 붙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무릎과 발목 부상이 많았는데 이제 낙상 사고의 위험도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하니 하루가 가볍다. 맨발 걷기를 늦게 시작했지만, 천천히 꾸준하게 걸어 건강한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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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