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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급체를 한 것 같다. 입덧처럼 속이 울렁울렁 매스껍다.

강의실로 들어갔다. 예쁘장한 수강생이 사과를 쪼개고 있다. 집에 소화제가 없을 때 사과로 체기를 다스렸던 적이 있어 냉큼 사과 한쪽을 집어 들었다.

막 입으로 넣으려고 하는데 사과를 나누던 수강생이 한마디 한다.

"다 함께 먹어야 하는데…."

나는 "급체한 것 같아서요."라고 하면서 약초 공부를 하는 수강생에게 손을 내밀어 맡겼다. 그가 내 손을 지압하며 풀어주었다.

강의 듣는 내내 속이 시끄러웠다. '회비로 사 온 게 아니고 자비로 사 왔나?' 생각의 끈이 끊어지지 않을 즈음 그녀는 자비로 사 왔다고 너스레를 떤다. 아무리 사괏값이 금값이라도 그렇지. 사과 한쪽 먼저 집어먹는다고 그렇게 면박을 주다니.

그깟 사과 한쪽 먼저 집어 든 게 뭐라고 마음이 찜찜하다. 강의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데, 좀 전에는 미안했다고 사과하고 사과받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벌써 강의실을 빠져나가고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농수산물 도매시장에 들렀다. 냉장실에서 갓 꺼내온 사과는 크기와 빛깔이 내가 생각했던 기준에 못미쳤다. 단골인 영재농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사과 한 알 무게 200g이상 빛깔 최상을 찾았다. 사장님이 사진을 찍어 내게 전송해 주었다. 한 박스를 주문하고 나니 다음주가 기다려진다.

다음 강의시간이었다.

교수님은 앞에서 강의하고 계시는데 그녀가 옆줄에 있는 수강생과 손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과 사건으로 안그래도 곱게 보이지 않는 터라 강의시간에 잡담하는 그녀가 성숙해 보이지 않았다.

종강 2주를 남겨두고 그녀는 자비로 음료수를 사 왔다면서 몇 사람에게 한 컵씩을 권했다. 수강생이 20명인데 네댓 명한테만 음료수를 권하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교수님이 C 수강생댁에는 듬뿍 쌓아놓고 사는 것 같아 한번 들러보아야겠다고 했다.

순간 웃음이 났다. 쌓아두고 살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20명이 수강하는 강의실에 여섯 명분 음료수만 가져온 것만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회비도 있는데 왜 따로 먹을 것을 갖고 와서 생색을 내는지 그 심리를 알 수가 없다.

이번 수강생과의 일로 나도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따지고 보면 별것도 아닌 일로 마음에 상처를 받고 그녀를 미워한 것이 부끄러웠다. 이기적이고 개인주의가 심한 요즘 젊은 사람들보다 몇 살이라도 더 먹은 내가 너그럽게 이해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한 것 같다.

나는 이제껏 어떻게 살아왔는가.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생각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준 적은 없는가.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상대를 살피려고 노력했던가. 내 옹졸한 마음 때문에 서운한 마음이 더 커졌지 싶다. 생각해보니 이제껏 받기만 하고 살아 내게도 반성할 부분이 더 많은 것 같다.

나와 남이 다르다는 생각을 못 한 감정을 그녀에게 전가하는 것은 아닌지. 쇠짐처럼 단단하게 박힌 망가진 자존심을 새롭게 정립해야겠다. 몇 번을 망설인 끝에 여름방학 특강에 등록했다. 내 마음속에 박힌 8분의1쪽 사과를 빼내는 계기를 만들어보고 또 그녀와 화해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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