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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도화꽃이 새색시처럼 곱다.

우리 집은 1남 7여 딸 부잣집이다. 오빠와 언니는 유학하러 가고 네 자매는 도토리 키재기를 하며 자랐다. 넓은 울안에는 감나무, 배나무, 앵두나무, 감나무가 있어 우리 자매의 간식이 되어 주었다.

울만 넘으면 복숭아나무 한그루가 있었는데 복숭아가 주렁주렁 가지가 휘도록 달려있었다. 부모님께서는 아이 주먹만 한 복숭아를 까투리 복숭아라 말씀하셨다. 까투리 복숭아는 천도복숭아처럼 털이 없이 반질거렸다. 털이 없으니 알레르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복숭아 수확철인 6월부터 우리 자매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간식으로 먹었다. 이른 새벽 일어나 복숭아 몇 알씩 따다가 우물에 씻어 학교에 가져가 동무들에게 나누어 주다 보면 금방 동이 났다. 받지 못한 동무들은 책가방과 내 손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내일 가져다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책을 꺼내면 책과 공책이 젖어있었다.

새콤달콤 아삭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지금은 개량종 복숭아가 향기로 행복을 주고 맛으로 진수를 보여준다. 성질이 따뜻하고 과육이 물러 수확할 때나 과일마트에서 구입할 때 조심하지 않으면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요즈음 황도와 백도가 많이 나온다. 백도는 수분이 많고 부드러워 일반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품종이다.

반면 황도는 과육이 단단하여 통조림 가공용으로 쓰임새가 각기 다르다. 복숭아는 알칼리성식품으로 면역력을 높여 주기 때문에 병문안 갈 때 선물용으로 활용도가 높다. 발육이 늦은 아이나 야맹증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변비를 없애고 어혈을 풀어주니 혈압환자에게 안성맞춤이기도 하다.

복숭아는 장어와 함께 먹으면 설사를 하여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조심하여야 한다. 자라와도 궁합이 맞지 않는다. 가슴에 통증을 일으키니 주의하기 바란다.

종자는 한방에서 도인이라 하여 한약재로 쓰이니 버릴 것 하나 없는 귀한 과일이다

6~8월 사이에 수확하니 자주 먹어주는 게 좋다. 유년 시절에는 복숭아는 밤에 먹어야 예뻐진다는 속설 때문에 아무 의심 없이 먹었다. 50~60년 전만 해도 농약을 살포하지 않았으니 달콤한 복숭아에 벌레가 많았을 것이다. 자식들에게 먹이고 싶어 어른들의 지혜에서 나온 말이지 싶다.

벌레 먹은 과일 속에는 벌레가 다니는 길이 나 있다. 길이 난 부분에는 과육이 실처럼 단단해져 있었다

복숭아를 많이 먹고 자란 우리 자매는 덕분에 피부가 희다.

아버지께서 위암 수술을 받으시고 병원에 입원해 계셨었다. 항암치료를 받고 나면 노란 물까지 올리셨다. 면회하러 가면서 황도 통조림을 가지고 가 두 알을 드렸더니 올리지 않으시고 넘기셨다. 입맛을 돋게 한 것도 황도였고 기운을 회복시킨 것도 복숭아였다.

면역력을 높여 주는 복숭아를 왜 진즉 사 다 드리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컸었다. 퇴원하시고 까투리 복숭아를 추억하셨다. 아버지는 소천하시고 우리는 추억을 되삭임하고 추억으로 인해 다시 활력소를 얻기도 한다.

우리 부부는 옥천 묘목단지까지 가서 까투리 복숭아 묘목을 구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조치원과 괴산으로 다니며 찾아보았으나 시간만 낭비하고 돌아오는 길에 분지리에 들렸다.

몇 년 전만 해도 있었는데 신품종으로 바꿔 심었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이 무거웠었다.

친정어머니를 닮아 나는 딸딸이 엄마가 되었다. 복숭아 철만 되면 자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날도 복숭아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회사에 출근했다.

첫째 딸애가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에 도착하니 입술은 부어오르고 몸 전체가 알레르기가 올라와 있었다. 복숭아를 동생들과 나눠 먹고 급체해서 생긴 알레르기였다. 그 후 큰딸은 복숭아를 먹지 않는다.

오늘도 큰딸이 강의 간 틈을 타서 복숭아를 나눠 먹으며 추억 속으로 여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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