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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출근하니 목단꽃이 먼저 반긴다. 부서 이동이 있는 날. 예금계로 발령받았다. 아차 결제인 도장을 준비 못했구나! 당황스럽다. 상무님이 어디론가 전화하셨다. 점심시간이 가까이 올 무렵 인각하는 분이 오셨다. 50여 년전 플라스틱 도장이 30원, 목도장이 50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월급은 1만2천원, 상아 도장은 10만원, 상아에 인각했으니 지금이나 그때나 생각이 없기는 매일반인 것 같다. 상무님은 동그랗게 뜬 눈으로 쳐다보시고, 인각하시는 분 또한 놀라신다. 이름을 찍어 보고 또 찍어 본다. 매일 사용하는 도장 위로 실핏줄처럼 붉게 물들어 오르며 자리를 잡는다.

도장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일제 강점기 때이다. 일제가 지주들의 땅을 수탈하기 위하여 도장을 만들어 나누어주고 강제로 찍게 했다는 아픈 역사가 있다.

5년을 사용하다 보니 테두리가 먼저 닳아 이름만 섬처럼 동동 찍힌다. 인각 하시는 분께 부탁드려 닳은 부분은 잘라내고, 재인각하였다. 도장 덕분인가? 일복이 터져서일까? 45년을 매일 사용했다. 길었던 상아는 여섯 번을 재인각하는 동안 키가 절반으로 줄었다. 요즈음 신세대들은 싸인으로 대체한다. 마음만 먹으면 남의 글씨체를 흉내 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니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할매가 되어 은행에 가면, 도장을 두 번씩 찍게 된다. 출금 전표를 써서 창구에 내면 '도장 좀 다시 주세요' 한다. 테두리가 닳아 이름만 찍혀 있으니 의심스러운가 보다. 미안했는지 웃으면서 '몇 년을 쓰셨길래' 말끝을 흐린다.

'한 50년 사용한 것 같아요. 이런 도장 처음 봐서요' 신기해했다. 애인처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늘 함께해서인지 지금도 정이 간다. 허둥대다 떨어뜨리면 또르르 굴러 숨는다. 결제인 도장을 찾느라 잠시 쉬어가기도 했지만, 붉은 빛깔 때문에 금방 찾았다.

그 시절이 행복했던 것 같다. 덕분에 송아지는 어미 소가 되고, 어미 소가 송아지를 낳으면, 분양하고, 예금 통장에 숫자가 더해지니, 결혼할 때 부모님 도움을 받지 않고, 준비할 수 있었다.

161cm 키가 158cm로 줄어든 할매가 앞만 보고 달렸던 풀뿌리 같은 근성을 함께한 너는 생물이었다면 쉬어 가자며 앙탈을 부렸을 것 같다. 무생물인 너는 칭찬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주인이 책임지는 일을 주인보다 앞장서 일처리를 했던 너에게 고맙다고 인주밥을 닦아주니 손바닥 위를 붉게 수 놓는다.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 묻는다. '먼지 한 톨까지 찾아내던 엄마였는데 지금은 성글은 가마니 꿰매는 큰 바늘처럼 느슨해진 이유가 궁금해요' 한다. 책임질 일들이 줄어든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등에 진 짐이 가벼워져서가 아닐까?

도장을 사용할 때마다 긴장했다. 지금 한동훈 장관이 한 글자로 검수 완박법을 대통령 시행령으로 뒤집을 수 있는 빌미를 잡은 것처럼 내가 살아온 길도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실패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자식들도 다 컸고, 책임질 일도 없어 홀가분하니 마음이 느슨해졌다.

현대는 쉽게 싸인으로 대신 하지만, 그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으니, 신중하게 해야 된다. 이제 테두리 닳은 도장은 유리 상자에 넣어 거실에 보관하여 아들, 딸들에게 교훈으로 남겨주려 한다. 나의 아들, 딸들은 옆에서 내가 살아온 모습을 보고 자랐으니 더 꼼꼼하게 살펴가며, 생활하리라 믿는다. 일할 때는 긴장하고 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마음이 느슨할 때, 늘 책임질 일이 따라다닌다. 테두리 닳은 엄마의 도장을 보고 늘 마음을 점검하며, 직장 생활에 모범을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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