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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쇠고기 양지머리 육수에 토란을 넣어 토란 곰국을 추석을 전후해서 먹던 때가 그립다. 조부모님 돌아가신 후부터는 토란 곰국을 집에서 끊이는 것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은 삼 형제 중에 셋째 아들이니 집에서 차례상을 차리는 일이 없었다.

토란은 추석 전후가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제사상에 올렸다가 송편과 함께 먹으면 궁합이 맞는 음식이다. 흙 속에 알이라 하여 토란이란 이름으로 불렀다. 연잎처럼 잎이 퍼졌다 하여 토련이라고도 했다. 토란잎을 잘라 햇볕을 가리었던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른다.

한가위가 가까이 오면 먼저 조상 묘를 벌초하여 말끔하게 정리했다. 며칠 전 아주버님한테 전화가 왔다. '혹시 동생이 벌초했어요?', '아닙니다. 언제 벌초하나 연락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도련님댁에도, 작은 아버님 댁에도 전화를 돌려 여쭈었는데 모두가 벌초하는 날을 기다렸다고 했다.

누가 남의 산소를 벌초하고 갔을까? 묘야 모두 네 장이지만, 잔디 식재 면적이 500평이나 되니 다섯 사람 정도가 깎고 갈퀴질해야 겨우 끝난다.

우리 묘 상석 옆에 자손들 이름이 분명히 있는데 글을 모르시는 분이 벌초하셨나? 남의 묘를 벌초한 자손을 둔 조상들이 참 가엽다는 생각이 든다. 조상 묘가 어딘지도 모르는 자손을 위해 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며, 가르치고 먹이고 하셨을 텐데 1년에 한 번 머리 깎아 단장시키는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다니 지하에서 통곡하리라.

한가위가 가까워지면 금박을 넣은 예쁜 한복을 입고 환하게 비추는 만월 아래 언니들과 강강술래를 춤추던 때가 그립다. 내 아이들과 손자들은 이런 풍속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아쉽다. 이번 추석에 손자 손녀가 오면 오색 송편을 빚어볼 생각이다.

쌀가루 서너 되를 익반죽하고, 네 등분하여 치자로 노란색, 아로니아로 보라색, 쑥으로 푸른색, 녹두, 밤, 풋콩. 참깨로 속을 넣어 빚어볼까 한다. 괴산 청천 가서 조선 솔잎도 뽑아왔다. 시장에서 솔잎을 사서 쓸 수도 있지만, 외솔잎을 쓰면 떡이 검어질 수도 있고, 향이 조선 솔잎만 못하다. 고사리손으로 가지각색으로 송편을 만들겠지만, 명절이라는 추억을 갖고 자라게 하고 싶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정도 쌓고, 송편의 유래도 알려주고 싶다.

양반 송편은 만월 송편이다. 조선시대만 해도 양반과 반가를 차례상에 올려진 송편으로 구분헸다. 반가에서 제사상에 올리는 송편은 반달 송편으로 만들기가 쉽다. 멥쌀 반죽에 속을 파고, 고명을 넣고, 손안에 넣어 네 손가락으로 눌러주면 반달 송편이 된다. 양반 송편인 만월 송편은 둥글게 빚어야 하므로 정성이 배가 들어갔다. 차례상에 올릴 송편만 만월 송편을 만들어 고이고, 가족과 친척들이 먹을 송편은 반달 송편으로 만들었다.

가을은 '결실'을 맺는 계절이기 때문에 햇과일과 곡식을 수확하여 조상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추석 명절을 보냈던 것 같다. 소먹이놀이로 일꾼과 소의 노고를 위로하는 놀이인 남정네 놀이가 있다. 농악대와 소로 가장한 사람들 중심이 되어 부농으로 들어가면, 주인이 술과 안주와 떡을 푸짐하게 대접하고 한바탕 어울리는 놀이이다. 소먹이놀이로 동네 분들 모두가 흥겨워했고, 우리 조무래기들도 덩달아 따라다니던 유년 시절이 그립다.

2022년 추석을 맞이하여 국운은 창대하고 국민들은 코로나로부터 해방되며, 이재민들을 위로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가위가 며칠 남지 않았다. 코로나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는 이웃에게 혼자가 아닌 우리가 행복한 한가위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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