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프랑스의 여류조각가 카미유 클로델은 어린 시절부터 조각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그 재능을 일찍이 알아본 아버지가 정식 조각 교육을 받도록 해 주었고 이후 현대 조각의 거장인 로댕의 제자이자 조수로 활약하게 된다. 당시 카미유의 나이는 19세, 로딩은 43세였다. 카미유는 젊고 아름다웠으며 조각 실력이 탁월했다. 단연 돋보였던 카미유는 로댕과 사랑에 빠진다. 로댕의 작품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에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다. 함께 작업하며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깊어져 갔다. 로댕은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했고, 카미유 역시 여성으로서 온 마음을 다해 그를 사랑했다. 그러던 1888년 카미유가 살롱에서 최고상을 받으며 활약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은 물 흐르듯 곡선적이며 유려했다. 모델이 있어야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로댕과는 달리 모델이 없어도 제작이 가능한 카미유가 관념적 표상을 표현하는 점에서 월등했다. 이후, 로댕은 카미유를 견제하기 시작했고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로댕의 작업실에서 나와 작품활동에 몰두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로댕의 작업실에서 그를 사랑한 나머지 무임금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모아둔 돈도 없었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 친구가 평생 간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직 이해관계가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시절의 친구들이 오래 남는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고등학교 교사로서 요즘 학생들의 친구관계가 정말 평생 갈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얼마 전, 한 고등학교 수업 컨설팅을 하러 갔다. 요즘은 웬만한 고등학교 2~3학년 수업은 이동수업을 한다. 자신이 선택한 과목에 맞춰서 해당 수업을 들으러 다닌다. 평소 수업할 땐 몰랐던 사실을 컨설팅에서 발견하였다. 쉬는 시간이 매우 조용하다는 사실이었다. 혹자는 쉬는 시간이 조용한 것을 긍정적으로 볼지 모르겠다. 그러나 '낙엽만 굴러가도 웃는 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의 청소년기 학생들이 조용하다는 것은 꼭 바람직하지는 않다. 무언가 부정적 신호일 수 있다. 쉬는 시간에 조용한 학생들이 수업 시간이라고 달라질 리 없다. 50분의 수업 시간 내내 교실 곳곳에 띄엄띄엄 앉은 학생들은 고요했고, 수업 종이 끝나자 부리나케 교실을 빠져나가 다른 교실로 향했다. 수업 전후 1시간 가량 서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끝난 것이다. 지난해 12월 29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의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에 따르면, 약 4명
최근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된 가운데 어린이 안전사고가 증가세를 보여 보호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어린이 안전사고에 대해서 미리 숙지하고 예방 및 빠른 대처를 알아두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우선 부상 아동에게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119에 신고하여야 한다. 현장에서 화재나 연기에 노출되었다면 기도(숨구멍)가 호흡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발생 장소가 밀폐된 공간, 심한 연기, 유독성 가스 및 기체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화상을 입었을 때 비정상 호흡음, 비정상적인 자세,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 있다. 그을린 코털이나 그을림이 섞인 객담(가래)은 기도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연기 흡입은 기관지 경련이 일어날 수 있어 빨리 119에 신고합니다. 소아 화상 응급처치에서 주의할 점은 저체온증이 위험이 있으므로 오염을 제거하거나 화상의 진행을 정지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상처를 씻거나 적셔서는 안 된다. 화상 부위를 건조하고 깨끗한 시트로 덮거나 들러붙지 않게 느슨하게 붕대로 살짝 감아준다. 화상 부위를 덮는 것은 상처가 공기의 흐름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해 통증을 줄여주는…
비가 내린다. 투둑-톡! 툭! 유리창을 두드린다. 빗방울들이 미끄러지며 그리는 선 뒤로 무채색 도시가 배경으로 펼쳐져있다. 물안개 속 흐릿한 실루엣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오래된 주택 낮게 이어진 지붕들 끝자락에 신축 중인 아파트가 식물처럼 날마다 자라는 풍경은 언제 보아도 낯설고 생경하다. 빗방울이 굵어지며 창밖의 도시는 물무늬를 따라 몽환적으로 녹아내린다. 빗소리가 모르스 신호처럼 무덤덤한 가슴속 촉수를 건드린다. 걷고 싶다. 며칠 깊은 크레바스에 갇힌 듯 침묵하던 시간에서 탈피해 문을 나선다. 겨울비는 눈을 부드럽게 하고 들숨도 촉촉하게 만들어 걷기에 좋다. 오늘따라 차들이 지나며 내는 물 가름 소리가 시원하게 느껴진다. 큰 길을 건너 골목으로 접어들자 우산 위에서 부서지는 빗소리가 리듬이 되어 경쾌하다. 골목길에는 집집마다에서 풀려나온 삶의 냄새들이 물비린내에 섞여 흐르고 있다. 약간은 퀴퀴하고 시큼하기도 비릿하기도 한. 골목 끝 어느 집에서 빈대떡을 부치는지 진한 들기름 냄새가 풍겨온다. 비 오는 날이면 습관처럼 김치전이며 파전을 부쳐내던 어머니.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방에 모여 와글거리는 아이들의 무료함을 달래주던 그 손길은 기억 어드메에 이르면
한 겨울인데도 참 포근한 아침이다. 몇 년째 장롱에서 나오지 않은 겨울 등산복을 꺼내 먼지를 털고 캠핑카 시동을 걸었다. 오늘은 내가 사는 충주에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가까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딱 한 번 가보았던 소백산을 향했다. 오랜만에 도전하는 겨울 차박이다. 죽령재 휴게소 조용한 한쪽 공간에 주차하고 무 시동 히터를 틀었다. 점점 따뜻해지는 차 안에서 준비해온 양촌리커피 한 잔을 들고 커튼을 열었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겨울 저녁 하늘이 선명하다. 빼곡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와 몇 개의 가로등 그리고 하늘 촘촘히 박혀있는 별들이 만들어낸 풍경. 그동안 잊었던 유년 시절의 밤하늘이 눈앞에 있다. 커피 향과 별빛과 낮은 바람 소리가 어우러진 이 시간이 천국의 시간이다. 이 고요 아닌 고요, 적막 아닌 적막을 무심코 지나가는 자동차 불빛 몇 개, 그리고 다시 멈추어진 시간, 감당할 수 없는 고요와 적막의 시간을 두고 차마 잠들 수 없어 겨울 외투를 챙겨입고 밖으로 나왔다. 한발 한발 옮길 때마다 흩어졌다 모이는 고요의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그렇게 걷다 보니 새벽 두 시다. 전기담요를 켜고 누웠다. 별이 촘촘한 하늘이 그려진 창문의 커튼은 열어놓은 채….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메뉴를 정하지 않고 식당을 찾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메뉴의 식당을 찾았다. 그런데 그 식당 안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들어가기가 잠시 망설여졌다. 다른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선호하거나 싫어하는 메뉴가 아닌 '그저 그런 메뉴'의 식당이었다. 그 식당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맛이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손님이 찾는다는 것은 '음식이 맛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들로 붐비는 것처럼, 세 사람이 모이면 그 집단에 힘이 실리는 현상이 '3의 법칙'이다. 누군가 거짓말을 할 때, 처음 한 명이 할 때는 별 효력이 없다. 둘이서 하더라도 역시 효과는 별로이다. 그러나 셋이 거짓말을 한다면 그 거짓말에 힘이 실리면서 사람들은 그것이 '정말일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실이 아닌 거짓말을 여러 사람이 함으로써 상대방을 믿게 하는 것이다. 신호등 앞에서 누군가 한 명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우리는 생각 없이 지나갈 것이다. 심지어 누군가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3명 이상의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푸른 용의 해라는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2023년이 시작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새로운 달력을 꺼내 들 때가 되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는 것은 왠지 모를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한다.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느끼면서도 작년에 남겨둔 아쉬움과 후회들이 반복될 것 같은 막막함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새로운 한 해를 잘 보내기 위해 우리 대부분은 새해에 가장 먼저 '목표'를 세운다. 어떤 사람은 굉장히 촘촘하게 계획을 세우지만, 또 다른 사람은 큰 목표 몇 가지만을 정하기도 한다. 각자가 세우는 목표의 내용과 범위는 다르지만 보통 한 해에 이루고자 하는 일종의 '결과'를 설정한다. 조직과 개인의 변화와 성장, 혁신에 대해 많은 영감을 제시하고 있는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의 골든서클(Golden Circle) 이론이 떠오른다. 그에 따르면 골든서클은 크게 What, How, Why라는 세 요소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What)을 하는지에 대해 알고 있고, 그 중 일부는 어떻게(How) 더 잘 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굉장히 적은 소수만이 그것을 왜(Why) 하는
검푸른 바다 위 대장선에서 북채를 잡고 이순신 장군이 온 힘을 다해 북을 두드린다. 전장에서 북소리는 듣는 이의 심장 고동을 조율하게 되어 아군의 사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직접 북을 크게 치면서 전투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말라는 독려의 소리를 전한다. 갑자기 총소리가 울리고 북소리가 끊긴다. 총상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 이순신 장군은 "싸움이 급하다. 내가 죽었다는 말을 내지 마라. 결코, 이 전쟁을 이렇게 끝내서는…."이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다. 누군가가 다시 일어서며 북을 치기 시작한다. '둥둥둥 둥둥둥' 바다에 울려 퍼지는 북소리가 수면 아래로 침몰한다. 이순신 장군의 옷을 입은 첫째 아들이 울리는 통곡의 북소리가 가라앉는다. 짙은 어둠 속 검은 바다에서 전투가 시작되고 동이 틀 때까지 거대한 장송곡이 흐른다. 이순신 장군의 시신을 운구하면서 흐르는 상여가로 영화는 종결된다. '노량'에서 이순신 장군이 맞이한 최후의 순간도 먹먹했지만, 아버지가 아들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난중일기에 보면 막내아들 면이 죽었다는 편지를 받고 "내가 죽고 너가 사는 것이 올바른 이치인데, 너가 죽고 내가 살다니"라고 통곡하며 "아직 목숨은 남아있지만,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은 지구의 자원에 대한 인류의 수요가 지구의 생산 및 폐기물 흡수 능력을 초과하게 되는 시점을 말한다. 생태적 적자를 맞이하는 날로써, 이날로 인류는 한해에 주어진 생태의 자원을 모두 소모하게 되는데, 문제는 매년 이 시점이 앞당겨 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미래세대에게 생태적 빚을 지게 되는 것이며, 2030년에는 연간 지구 2개에서 생산하는 생태 자원을 소비하게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생태자원의 소비를 줄이면서 지구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폐기물 증가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화되면서 재활용의 차원을 넘어 쓰레기 배출의 양 자체를 줄인다는 프리사이클링 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프리사이클링이란 미리를 뜻하는 'pre'와 재활용이라는 'recycling'의 합성어이다. 가공이나 재생산 과정에서 소모되는 자원으로 또 다른 폐기물이 야기 될 수 있는 재활용대신에,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 하고 중요한 가치에 집중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에게 프리사이클링 운동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프리사이클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 할 수 있을까. 크게 기업과 소비자
기다림은 그리움이 된다. 많은 시간동안 기다리면서 하늘에 그림을 그렸다. 그리움은 기다리는 얼굴을 그리게 하였다. 우리는 무언가를 기다리며 살고 있다. 기다림은 알고 있는 기다림도 있고, 언제일지 모르는 기다림도 있다. 기다림은 설렘도 있지만 한편으로 두렵기도 하다. 크고 있는 자식을 기다려주고, 늙어가는 부부가 어떻게 늙어갈지 느긋하게 기다린다. 노년을 기다리고, 새로운 인연을 기다리고,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 사라져 주길 기다리고, 하고 싶은 일이 이루어지길 기다리고, 오늘보다 더 좋은 내일을 기다리고, 산책하는 강아지가 주변 환경을 느끼도록 기다려주고, 우리는 이렇게 기다림 속에서 살아간다. 스스로 기다리지 않고 다른 것에 의해 작용하는 기다림도 있지만, 스스로 원하는 기다림도 있다. 수동이든 능동이든 우리는 원하는 곳에 다다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왔다. 목적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방향 잡아 항해하는 배처럼 기다림을 조종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스스로 기다리지 않고 다른 것의 작용으로 움직이는 기다림은 두려운 기다림이며, 스스로 원하는 기다림은 두려움을 설렘으로 바꾸어 준다. 인간(人間)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말한다. 사이에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질시대의 이름은 '현생이언 신생대 제4기 홀로세'이다. 기후 변동성이 안정화되고 따뜻해진 약 1만 2천여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이러한 기후 덕택에 인류는 농사를 짓고 정착생활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지구 평균기온이 낮아지면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소빙하기에는 날씨 변동성이 커지면서 농업 생산량이 감소했고 곡물 가격을 폭등시켜 기근, 전염병 발생으로 이어졌다. 이 시기 유럽은 "여름을 잃어버린 해"라는 별칭이 있으며, 한국은 조선시대로 전국 8도에 이상 저온으로 인한 각종 재해가 휘몰아쳐 전쟁 때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았다고 전해진다. 한편 영국은 추위를 견디고자 값비싼 목재를 대신할 석탄의 수요 증가로 생산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증기기관이 발명됐으며 이는 산업혁명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후 산업혁명의 영향력은 인구수, 생활 수준을 역사상 처음으로 계속 증가시켰고 1차, 2차, 3차를 거치면서 엄청난 기계문명의 번영을 이루게 됐다. 하지만 산업혁명은 과도한 도시화, 환경오염 등의 원인을 제공하면서 과거 문명을 지탱해 온 안정된 기후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제 인간은 자연적인 기후변동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체로 변모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이 충북에서 해야 할 일은 첫째도, 둘째도 물갈이 공천이다. 공천 과정에서 대대적 세대교체를 이뤄 새로운 인물로 승부를 걸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를 맞을 수 있다. 충북에서의 선거 결과가 전국의 성적과 일치하는 풍향계 역할을 해 온 바 있기 때문에 중원의 땅 충북에서 바람을 일으키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여부와 무관하게 집권여당이 국정의 중심을 잡지 못해 나라꼴이 말씀이 아닌 처지를 탈피하기 위해서 그러하다. *** 물갈이 공천이 최대 승부처 국힘은 사실상 파산 직전에 한동훈 비대위를 구성했고 국민들은 예민하게 지켜보며 평가를 위한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동훈 비대위에는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좌고우면하며 머뭇거리다가 딱 한 수만 잘못 둬도 "뭐여~"라는 충청도 사투리 한 방에 훅 가는 수가 생긴다. 충북 8개 선거구 중 절반인 4개 의석씩 국힘과 민주당이 나눠가졌는데 4.10 총선의 승부처는 어느 당이 제대로 된 물갈이를 하는지에 달렸다고 본다. 국회의원 선거는 정책보다 인물에 대한 선호도와 정당 지지도가 당락을 좌우하는 전통적 투표성향이 바뀌지 않는 한 적합한 인물을 내세우
집이 거꾸로 서 있고 작품 한가운데 사람과 강아지가 둥둥 떠다닌다. 그런가 하면 새 나무 아래 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다. 서양화가 '장욱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독특한 형상들로 그의 그림 세계에 자주 등장한다. 그가 세상 떠난 지 30년이 지난 가을, 덕수궁 미술관에서 '가장 진지한 고백:장욱진 회고전'이 열렸다. 네 군데 공간에 상당히 많은 그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60년간 화가로, 한 인간으로서의 긴 이야기를 관객에게 그림으로 말하고 있다. 작고 소박한 작품만큼이나 생전 모습도 소박해 보인다. 평생을 밥 먹듯 그림을 그렸을 만큼 그리기를 좋아했던 젊은 시절이 있는가 하면 쪼그리고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중년의 남자도 있다. 불교에 심취한 노년의 모습도 보인다. 이런 그의 모습이 여느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르다면 생전에 직업이 화가였다는 것인데 전문적 지식 알림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그에게 인생은 무엇이고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진지한 생각을 듣고 싶었다. 예술가는 자신만의 세계와 바깥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자신만의 세계란 무언가. 적어도 한 장의 그림, 한 줄의 문장을 보고도 바로 이건 누구의 그림이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 이국의 땅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거나 화려한 프로필을 보면서 이 친구는 참 멋진 인생을 살고 있구나 하며 부러워할 때가 있다. 하지만 멋이란 개념은 달리 해석될 수 있다. 흔히들 '멋진 인생'이라고 하는, 여기에 쓰인 '멋'이 과연 '멋'일 수 있을까? '멋'이란 본래 내면에 숨겨진 것이 겉으로 배어날 때 돋보이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잘못 전해져서 흔히 겉으로 나타난 상태만을 단적으로 의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마치 열매가 맺히기 전에 꽃만을 보고 아름답다고 하는 것과 같다. 옛날 중국의 당나라 시절의 이고(李庫)와 운문선사의 대화처럼 그렇게 판단하려 한다. 운문선사라면 당대에 너무나 법도가 높기로 소문이 나 있어 이고(李庫)는 자기 나름대로의 운문선사의 모습을 마음에 그리고 있었다. 하루는 운문선사를 뵈려고 찾았다. 소나무 밑에서 불경을 읽고 있는 이를 보고 실망한 나머지 불경한 말로 소리를 질렀다. 볼품없이 생긴 운문선사는 빙그레 웃으며 하는 말이, "당신은 어째서 귀만 귀(貴)하게 여기고 눈은 천히 하느냐"고 했다는 고사가 있다. 꽃과 열매의 경우도 이 한 마디의 말 가운데 함축시킬 수 있다. 눈에 보
옛 부터 단양은 '울고 갔다 울고 나오는 곳'이라는 속설이 있다. 처음 단양관리로 부임하게 되면 길이 멀고 험하여 울고, 임무를 끝내고 돌아올 때는 단양 인심을 잊지 못해 운다는 것이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단양을 답사해온 필자는 두 갈래로 길로 다녔다. 충주에서 수안보 방향으로 가다 제천 한수 쪽 국도를 이용했다. 한쪽은 충주에서 매포를 지나가는 산업 도로다. 모두 비포장였으며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면 시간도 몇 시간이나 걸렸다. 버스가 구 단양읍 가까이 이르자 차창으로 옥순봉 절경이 들어온다. 남한강 푸른 강물위에 펼쳐진 옥순봉은 절경이었다. 한 폭의 산수화도 이 보다 아름답지 못했다. 조선 정조는 단양팔경이 아름답다는 말을 들어 경치를 구경하고 싶어 했다. 마침 도화서 화원 김홍도를 연풍현감으로 보내면서 특별히 단양팔경을 그림으로 그려오라고 당부한다. 지금 전해지는 보물 지정의 아름다운 단원의 단양팔경 산수화는 이런 연유로 태어난 것이다. 단양과 특별히 인연이 있는 학자 두 분이 있다. 한분은 고인이 되신 전 교원대 호불 정영호 교수였다. 단양 적성산에 있는 국보 적성비는 호불이 발견한 유물이다. 1978년 1월 토요일 필자는 정
2024년의 태양이 떠오를 때 한 해 소망을 빌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막상 1월이 되고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이렇게 매달 바쁜 일상에 파묻혀 지내다 보면 한 해가 순식간에 지나가고 때로 일 년 동안 의미 없이 산 것 같아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빛의 속도로 우리 곁을 지나가 버리는 시간을 그나마 잠시라도 곁에 붙잡아 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는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화두이자 소망이기도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워라밸', '소확행' 같은 신조어가 탄생하고 일과 행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어쩌면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고 붙잡아 두려는 관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한다. 시간이 이렇듯 중요한데 과연 우리는 이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으며 어떻게 보내야 할까.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1월인 만큼 한 해 동안 내가 보낼 시간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우리는 스마트폰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누구나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속 가능한 다양한 매체에는 각종의 정보들이 넘쳐나고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 흥미로운 이슈들이…
해마다 1월이면 마음은 분주하지만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올해도 읽고 싶었던 책을 읽으면서 좀 미루어 두었던 일을 하며 겨울을 보내고 있다. 여러 가지 일정 중, 오늘은 먼저 안경점에 들러 시력 체크를 하고 안경을 손보기로 했다. 자주 가는 곳이어서 안경점 안에 있는 화분들 하나하나까지도 눈에 들어왔다. 게발선인장이 꽃을 화려하게 늘어뜨리고 창밖을 보고 있었다. 노란 장미는 꽃봉오리를 한껏 부풀려 개화를 앞두고 있었고, 해피트리도 화분 밑동에 반짝이는 어린 새싹을 돌보고 있었다. 사거리 모퉁이에 있는 안경점에서 안경을 맞추며 그동안 밀려있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코로나19로 기간만료일이 지난 지 꽤 된 여권을 신청하기 위해 여권 사진을 찍으러 갔다. 먼저 와 사진을 찍고 기다리는 노부부가 있었는데 여자는 의자에 앉아 졸고 있고 남자는 왔다갔다하며 사진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관은 한산한 편이었다. 그래서 바로 사진을 찍고 좀 기다리면 된다고 해서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사진관 문이 열리더니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들어왔다. 초등학생을 데리고 온 가족이 있고, 여행을 가기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구는 생산 및 군사력이라는 긍정적인 면과 부양대상의 사회적 부담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었다. 고대에서 발굴된 유물을 보면, 어떤 사회에서는 노인들과 어린아이들의 두개골이 둔기에 함몰되어 죽음에 이른 흔적이 발견된다. 추정컨대, 어떤 사회의 한정된 자원제약에서 생산력이 없는 사람들을 죽여서까지 자원과 부양인원을 조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폭력적이지는 않지만 1798년 인구론을 써서 악명(?)을 떨쳤던 맬더스는 부양할 자원(식량)에 비해 인구증가가 지나치게 빨라 출산을 억제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멸망할 수 있다는 비관적 예측을 하였으며, 출산억제를 위한 가족계획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점차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생산능력의 비약적 증가, 노동수요의 증가, 소득증가로 인한 생산물시장수요의 증가 등으로, 인구는 경제의 걸림돌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핵심요소라는 생각이 주류를 차지하였다. 급기야 저출생은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1961년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출범하고 본격적으로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하였으며, 1994에서야 비로소 산아제한 정책을 공식적으로 폐기
한동훈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은 패셔니스타다. 법무부 장관 지명 당시부터 그는 돋보이는 패션감각으로 단숨에 국민관심의 중심에 섰다. 그가 걸친 옷과 넥타이, 안경과 서류가방 등에 대한 문의가 넘쳐나더니 접어 올린 바지 단이나 타이를 매는 스타일링까지 주목을 받는 재미진 현상이 벌어졌다. 최근엔 한 위원장의 티셔츠가 화제다. 부산을 방문한 한동훈 위원장은 자갈치 시장과 BIFF 광장에서 시민들과 만나며 정장 대신 '1992 LIKE MOST' 문구가 새겨진 맨투맨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했다. 한 위원장은 1992년 LIKE MOST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해 고졸신인으로 1992년 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를 우승으로 이끈 레전드 투수 염종석을 언급했다고 한다. 정치 신인인 한동훈이 신인투수 염종석처럼 총선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올만한 맞춤형 티셔츠 연출이다. 연 그레이 바탕에 푸른색 문구를 새긴 평범한 티셔츠는 한동훈이 입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몰이 중이다. 옷을 선보인 다음날부터 바로 국내 패션 플랫폼의 티셔츠 실시간 랭킹 1위에 올랐고 주문이 폭주했다. 한 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식지 않는 한동훈 티셔츠의 열기로 인해 미처 주문량을
썩은 방귀는 구리다. 선거철이 다가오자 구린내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음식물 제공 불법선거가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한 언론은 지난 12월 9일 대부분 보은 유권자들로 구성된 산악회원 90여 명에게 음식물을 제공했다는 의혹기사를 실었다. 산악회원들 다수는 회장이 제공한 회를 먹은 것으로 보도했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은 관광버스 및 음식물제공 불법선거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치에서 돈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애기가 아니다. 독재 시절 고무신 막걸리 선거를 시작으로 돈봉투 선거 등 사회를 혼탁하게 만든 주요인이 선거였다. 국민을 이롭게 하기 위한 정치가 아니라 권력을 거머쥐고 부와 명예를 채우려는 악귀들의 잔치가 되었던 것이다.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돈봉투 선거가 사라지는 듯 하더니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사회악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에서 선거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누구는 얼마를 쓰고 당선 됐다. 누구는 건설사를 통해 마을 주요인사에게 명절마다 선물을 돌린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떠다닌다. '어느 당선자는 다수의 업자들이 지원을 했으며, 지원 금액에 따라 공사를 서로 나누어 먹기로 결정했
대법원 행정처가 2024년의 법관 정기 인사 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장 추천제는 일선 판사들이 투표를 통해 법원장 후보를 추천하고 그중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임명하는 제도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사법 민주화'의 일환이라며 도입했던 제도입니다. 김명수가 누굽니까. 당초부터 진보 측에 기운 사람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등장해 각종 구설에 시달리면서도 꿋꿋이 임기를 지켜낸 사람이 아닙니까. 공관의 외관을 이탈리아산 석재로 꾸미기 위해 대규모의 예산을 무단으로 이용하거나 전용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지만 아무런 사과나 변명이 없었고, 공관에 강남 아파트 분양에 당첨된 아들 부부가 무상으로 함께 거주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아파트 분양 대금 마련을 위한 '공관 재테크'라는 논란이 일었지만 묵묵히 버텨냈을 뿐만 아니라, 며느리가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의 법무팀 동료들을 공관으로 불러 만찬을 열었지만 역시 사과나 변명 한 마디 없이 지나갔습니다. 그뿐인가요.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연루된 판사가 탄핵소추 직전에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탄핵이 상정될 예정이어서 곤란하다며 수리를 거부했는데, 그런 발언을 한 사
자가면역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줄기세포치료제, 합성생물학, 바이오 파운드리 등등. 바이오 산업이라는 큰 범주에 포함되어 사용하는 용어들이다. 자연스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성장 산업이고 여기에서 학업과 진로, 투자의 기회가 파생되기 때문이다. 위 주제들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면 더 자세히 파고 들어가기란 매우 어렵다. 그렇더라도 바이오 산업은 국가의 경제 활동 부문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기초적인 부분이나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처럼 나의 안위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미래 가치가 밝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문적인 분야이지만, 사(史)적 맥락과 구조를 이해한다면 흐름 정도는 파악을 할 수 있다. 먼저 바이오 산업의 형성 초기 단계를 살펴보자. 1973년에 미국의 Cohen과 Boyer 교수는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재조합하여 살아있는 생물체를(Living Modified Organism) 만드는 유전자재조합기술을 개발하였고, 1975년에는 영국 국립 의학연구원 Kohler와 Milstein 연구원이 단일 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 제작 기술을 개발하였다. 이러한 기술들의 개발을 계기로 생명체 또는 생체의 기능
요즘 본격적인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급격히 온도가 낮아지고 매서운 한파가 시작됐다. 이른 아침 출근길을 보면 도로 주변 물이 고여있던 작은 웅덩이 등 제법 빙판이 많이 보인다. 이렇게 추위가 찾아오면 겨울철 '도로 위 암살자'라 불리는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블랙 아이스는 매년 겨울철에 교통사고 주범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블랙 아이스는 겨울철 낮 동안 도로 위에 내린 눈이 녹았다가 밤 사이에 다시 얼면서 투명한 얼음이 검은 아스팔트 위에 코팅한 것처럼 뒤덮은 도로 결빙 현상을 흔히 말하며 차량 운행 중에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그늘진 도로, 터널 앞, 다리 위, 산모퉁이나 해안도로 등 기온이 낮은 곳에서 많이 나타난다. 그래서 사전에 대비해야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블랙아이스가 많이 발생하는 장소 중 특히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곳이 지열을 받지 않는 교량이다. 교량은 빙판이 되면 잘 녹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겨울철 교량을 지날 때는 특히 저속 주행을 하며 주의할 필요가 있다.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는 2차, 3차, 그 이상의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블랙아이스는 일반 도로보다 14배, 눈길보다
많은 전문가는 우리가 불확실성의 시대를 넘어 초불확실성의 시대(Age of Hyper-uncertainty)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를 포함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새로운 형태의 대형 재난과 인명피해 발생 등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공직자에게 어떠한 능력과 자세가 필요할까? 첫째, 변화에 대한 공감 및 대응 능력이 있어야 한다.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중요성, 탄소제로 등 다양한 변화의 흐름을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MZ세대의 등장과 비대면 활동이 확대되면서 직원과의 소통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자신만이 옳다는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각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디지털 사회에서 필요한 정보를 가려내어 재조합하고 운용해 나가는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정책집행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현대사회는 상호의존성, 속도의 중요성, 복잡성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현장에서 그 정책의 집행이 제대로 될 수 있는지가 정
눈이 내렸다. 하룻밤 사이에 핀 꽃이 천지에 가득하다. 처음 발자국을 내고 싶은 충동에 대문을 나섰다. 눈 내린 세상에 귀 기울이니 은하수 물결치는 소리가 사락사락 들렸다. 뒤미처 뜨락에 지붕에 눈꽃송이 피어나는 소리와 먼 산길 돌아가는 발자국 소리. 눈 속에서 벙그는 꿈이 생각할수록 설렌다. 얼어붙은 손에 입김을 넣어 가면서 가꾼 눈 속의 초상이 꽃 피는 사월보다 따습다. 설화 꽃가지에 둥지 튼 파랑새를 보았다. 눈 덮인 탱자 울에는 물망초가 푸르러졌다. 첫눈 오는 날 가시성을 뚫고 들어와 울던 노래라서 그렇게 고왔으리. 가끔 첫 새벽에 일어날 때는 인적미답의 숲을 생각한다. 어딘지 모르지만 먼 산골짜기 아무도 긷지 못했을 맑은 물소리가 들렸다. 골짜기 작은 새들은 이제 처음 꽃을 피우는 나뭇가지에서 울었다. 시작할 때의 열정이면 무슨 일이든 이루련만 포부는 식게 마련이다. 처음이니 '첫'으로 시작되는 말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일까. 특별히 예쁜 말이라면 '첫 나들이'다. 갓난아기가 처음 바깥에 나가는 것을 뜻하는데, 얼굴에 검정 칠을 한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잡귀를 물리치기 위해서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깥 행차를 그렇게 부른다니 감동
[충북일보]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후보, 법 개정으로 지역 부흥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후보는 법 개정에 무게를 뒀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을 당당하게', '상당구를 상당하게' 등 공약을 크게 2개 파트로 분류했다. 첫 번째 부분인 대한민국을 당당하게 공약에선 △판·검사 등 국가 공무원과 변호사를 분리 선발하는 시스템 마련 △검찰청의 기소청 전환 △검사의 특활비 축소 △저출생 정책 수립 추진 등을 제시했다. 이처럼 이 후보는 주로 사법시스템 개혁 방점을 찍었다. 대체로 현행 법을 개정해 잘못된 국가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것이 골자다. 공약 중에 또 눈에 띄는 부분은 SK하이닉스 지원 등 미래 산업 육성이다. 청주 지역경제의 한 축인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공정(M15, M17) 증설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공약이다. '상당구를 상당하게' 부문에는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교육 등의 공약이 담겼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와 상업지역 공동주차구역 관리제를 도입하는 공약과 근로자 법적 지위 향상을 위한 '상조휴가법' 신설 등이 눈에 띈다. 또 △아동수당으로 월 20만원을 지급 △기업 대상 청년인력 유지지원금 혜택 부여 △다함께 돌봄센터 설치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의 한 경로당에서 노인을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한 60대가 검찰에 넘겨졌다. 청주상당경찰서는 특수협박·폭행 혐의로 A(61)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3일 오후 2시 30분께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한 경로당에서 노인 B(77)씨를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술을 마시고 경로당을 찾았다가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절당하자 "왜 나는 이용을 못 하냐"며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계속해서 소란을 피우자, 경로당 안에 있던 B씨가 "왜 욕을 하냐"며 제지했고, 이에 격분한 A씨는 주먹으로 B씨를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가 폭행을 당한 뒤 112신고를 하자 흉기를 들고 "죽여버리겠다"며 난동을 부린 것으로도 파악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긴급 체포했다. / 임성민기자
[충북일보] "지역경제와 회원사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여기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차태환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 지역 상공인 권익 향상을 위한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더욱 충실하겠다는 다짐을 담담한 어조로 밝혔다. ◇청주상공회의소가 확산시킬 신(新)기업가 정신은. "기업의 역할에 있어서 사회적 가치 창출이 중요해졌다. 기업이 가진 혁신역량과 기술, 자본, 아이디어를 활용해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기업의 새로운 역할에 부응하겠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들을 위한 쉼터버스 제작, 위기청소년 심리상담과 일자리 제공, 저출산 극복을 위한 돌봄환경 개선사업 등 기업의 다양한 사회공헌활동뿐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가 비즈니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 ◇지역내 소비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촉진방안에 대한 구상이 있나. "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우리 지역의 행사에 저희들이 이제 적극적으로 동참해서 좀 도움을 드리거나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소비 촉진 챌린지에 동참했다. 이같은 방향으로 청주상의에 대기업, 중견, 중소기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