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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10.15 14:43:53
  • 최종수정2020.10.15 14:43:53
주먹만 하다는 심장(心臟)이 한동안 반항하여 잠을 설쳤다. 60여 년 동안 규칙적으로 뛴 심장이 그동안 수고를 알아달라고, 자기의 존재를 알아달라고 했다. 이제는 쉬기도 하고 뛰고 싶은 대로 뛰고 싶다고 할 때, 온몸은 죽음의 두려움으로 몸서리쳤다. "심장아, 좀 바르게 뛰자."라고 하면, 그동안 나를 힘들게 했으니 내가 평안하도록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해보란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우리 다 같이 죽는다."라고 하면, 이제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단다. 심장이라는 생체 기계의 점화플러그에 이물질이 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술을 끊고 커피를 줄이고 일도 무리하지 않는다. 쿵딱 쿵딱 규칙적으로 뛰다가도 가끔 '쿵딱 쿵쿵딱'하며 빠르거나 느리거나 건너뛰면서 엇박자를 낸다. 잊고 사는 자신의 존재를 느껴달라고 한다. 이럴 때는 앞만 보고 가는 나에게 주변을 돌아보라는 신호이다. 교만하니 겸손 하라고 주신 은총으로 생각한다.

이제는 위(胃)도 자기 존재를 알아달라고 한다. 60여 년간 하루 세끼를 쉼 없이 삭혀 내렸으니 이제 좀 쉬자고 한다. "네가 쉬면 우리가 모두 기운을 차릴 수 없다."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가끔 지쳐 꼼짝하지 않으면 온몸은 경련으로 식은땀을 쏟아내야 한다.

무엇이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할 때는 이상이 생긴 것이다. 아내는 평생 세끼 때를 거르게 한 적이 없다. 자기가 아파도 밥은 챙겨주고 누웠다. 아내의 부재를 생각해본 적이 없어, 때가 되어도 밥을 걱정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차츰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 때가 되면 가끔 끼니를 스스로 해결하라고 한다. 에둘러 두식이 삼식이 이야기를 한다. 뭔가 이상이 생기고 있다. 늙어가면서 때를 챙기는데 싫증나고 귀찮아지는 것 같다.

하루는 일정에 맞추어 재활용 쓰레기를 대문밖에 잔뜩 내어놓았는데 가져가지를 않았다. 대문으로 들락거리면서 며칠 동안 불편했다. 청소부의 존재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른 새벽에 음식물 쓰레기 치우는 "텅!, 텅!"하는 소리에 잠을 설치기도 한다. 나도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는 것 같다.

어느 글에서 사람의 몸에서 가장 소중한 곳이 어딘가라는 질문에 심장도 머리도 아닌 아픈 곳이라고 했다. 몸에 아픈 한곳이 있으면 온몸이 고생한다. 직장의 조직도 인체와 비슷하다. 직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서가 총무과나 재무과도 아닌 가장 힘들거나 갈등이 생긴 아픈 부서이다. 그런 부서를 방치하면 조직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

부서를 책임지는 사람이 자기의 존재감을 나타내면 그 부서는 힘들다. 힘들다는 직원들의 말을 듣고, 업무를 조정하고, 부족하면 가르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텔레비전에서 정치인들의 고함과 윽박지르는 모습을 심심찮게 본다. 국회 청문회 때는 각자의 존재감을 극도로 표출한다. 존재감을 잘못 드러내 망신을 당하거나 본인이 보살펴야 할 국민을 불안케 하고 갈등을 일으킨다.

요즘 생물도 아니고 무생물도 아닌 미천한 미생물인 코르나 19로 온 세상이 비상이다. 이 지구에 인간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도 있다고 외치는 것 같다. 올 1월부터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석 달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자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인간의 행동반경과 나약한 모습을 들추어냈다. 특히 가서는 안 될 곳을 가는 사람들의 추한 모습도 들추어냈다. 마치 만물의 영장을 가르치는 모습이다. 칠 개월이 지나도 인간의 발목을 붙잡고 전 세계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활동을 막고 있다.

인체나 사회조직에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있는 것이 가장 편안하고 정상적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라는 말이 있다. 나쁜 일이 없으니 나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존재하는 것이 공기나 물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다. 존재의 표출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표징이다. '내가 잘났다. 내가 최고다. 내가 완벽하다.'는 말은 내 속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못나도 좋다. 최고가 아니어도 좋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삶의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며 물같이 공기같이 살면 모두가 평안할 것 같다.

전민호

충북대학교 도서관 근무

푸른솔문학 신인상 수상

가페 작품공모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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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