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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3.07 15:40:03
  • 최종수정2024.03.07 15:40:03
아내는 힘겨운 항암 과정을 잘 견뎌내고 있다. 3주마다 시행되는 항암치료는 받을 수만 있어도 다행이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수치가 일정한도를 넘어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한번은 호중구 수치가 0인 상태가 돼 외래 진료 중에 바로 입원을 하는 상황도 겪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놀라 어쩔 줄을 몰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항암 할 때 병가를 내고 함께 생활했다. 주사액이 피부에 닿으면 위험해 잠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질 때마다 온갖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제발 무탈하게 치료가 마무리되길 빌면서.

항암은 계속될수록 힘들다. 약물이 몸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6차 항암 치료를 무사히 마친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우리는 그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집으로 가기위해 짐을 싸면서 그동안 잘 견뎌내고 고생한 아내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의료진들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자 다시는 입원하지 말라는 덕담도 들었다. 마무리가 잘 됐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집에 도착한 아내는 긴장도 풀리고 지친 상태라 침대에 누워 계속 잠을 잔다. 얼마나 고될까 하며 기다리는 방법 밖에는 별 도리가 없다. 까라져 먹지 못하는 상태가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가게 되자 나의 불안감은 점점 증폭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는 몇 가지가 되지 않기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허둥지둥대기만 한다. 아내의 입맛을 빨리 돌아오게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나의 부족한 음식 솜씨가 야속하다. 김치 냉장고에서 꺼낸 묵은지를 여러 번 헹구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 쪽쪽 찢어놓고, 멸치와 다시마, 마른 표고버섯 육수를 낸 물에 된장을 풀고 푹 끓인 찌개를 차려 주었다. 이제야 밥을 먹기 시작한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아내가 조금씩 밥과 찌개를 오무작거리며 먹는 모습을 보니 안도의 미소가 지어진다. 반포기 정도로 끓인 찌개를 삼시세끼로 먹으면서도 아내는 질려하지 않으며 조금씩 식사량을 늘려간다. 연거푸 3번이나 끓인 나의 정성이 듬뿍 담긴 묵은지 된장찌개를 먹고 조금씩 기운을 차려가니 날아갈 듯 기뻤다. 그 요리의 이름을 모르기에 특별히 나의 정성을 가득 담은 묵은지 된장찌개라 줄여서 정가묵 찌개라고 이름을 붙였다. 아내는 정가묵 찌개를 자신을 살린 음식으로 첫 번째 소울 푸드(soul food)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그럴 때면 덩달아 나의 어깨도 으쓱해진다.

아내는 지금도 치료 중이다. 향후 2년은 매우 조심해야 하고 5년, 10년, 아니 평생을 관리해야 한다고 마음먹으며 음식과 운동, 수면을 조절하고 있다. 묵은 김치가 떨어져 설날에 처가에서 다시 얻어 와서 가끔 정가묵 찌개를 끓이고 있다. 특별한 맛은 아닐지라도 갓난아기에게 우유를 타주는 부모의 심정으로. 뾰족한 방법이 없기에 이것저것 애쓰는 남편이 가여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만든 김장김치와 남편의 어설픈 손맛이 들어가서 아내의 입맛을 돌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기운을 차려야 남편과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아직도 예전처럼 건강을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지만 아내는 잘 버텨내고 있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다. 웃으려고 노력하고 그간의 잘못된 식생활이나 수면 습관들을 고치려고 애쓰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있다. 자신의 그림 사진을 가족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보여주면서 즐거워한다. 정해진 식단도 잘 챙겨 먹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맨발걷기를 하루도 거르지 않는 것은 나를 놀라게 한다. 몸을 규칙적으로 움직이니 잠도 푹 자고 있다. 잠잘 때가 가장 예쁘다는 말이 실감난다. 이따금 아내가 힘이 없거나 기운이 쳐지는 기미가 보이면 나는 긴장하게 된다. 평생 눈치 없이 살았는데, 이제는 아내의 심기를 살피려고 애쓴다.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이면 말없이 조용히 묵은지를 썰고 있다. 내가 해줄 수 있고 아내가 좋아하는 일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아파트 주변에서 산책하고 있지만 봄이 오면 함께 여행을 가려고 한다. 푸른 파도가 일렁이는 해변을 걸으며 아내가 좋아하는 맨발걷기를 하고 싶다. 싱싱한 해산물도 풍성하게 먹었으면 좋겠다. 그간 힘들었던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한 바닷바람에 날려 보내길 바란다. 마음이 즐거우면 몸도 편안할 것이기에 아내의 컨디션이 허락하는 한 경치 좋고 편안한 곳으로 함께 가고 싶다. 그것이 내가 명퇴를 한 이유다. 따뜻한 봄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심정열

-중등교사 퇴임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수필창작 수강

-푸른솔문학회 회원

-공저: 노을빛 아리랑, 수필창작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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