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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봄의 향연 -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함기석의 생각하는 시

  • 웹출고시간2021.03.11 13:15:02
  • 최종수정2021.03.11 13:15:02
김민정의 초기 시는 명랑한 그로테스크 미학을 통해 잔혹극 세계를 연출한다. 부조리한 사건 속에서 시의 화자들은 들끓는 욕망을 내보이며 거침없이 욕설들을 내뱉는다. 시인은 요설(饒舌) 혹은 장광설(長廣舌)의 랩 문체로 세계를 반어적으로 재구성하는데 왜 이런 희롱의 방식으로 시를 펼치는 걸까· 폭력의 희생물인 여성의 몸 깊은 곳에 자리한 고통과 고통의 실체를 직시하게 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어른들 세계의 위악적 현실을 폭로하고 냉소적으로 비판하기 위함이다.

김민정 시의 주요 특징은 화자의 복수(複數)성, 음성적 언어유희, 명랑한 유머감각, 그로테스크한 무대연출 등이다. 그녀의 시에 등장하는 나나는 나라는 존재의 이중성, 천사와 악녀라는 자아의 복수상태를 나타내며 심각한 폭력사건에 자주 휘말린다. 그런데 심각한 상황임에도 명랑만화 속의 여주인공처럼 장난스럽고 행동하고 유쾌하게 까분다. 유머의 코드와 말투로 현실의 허구적 가면을 폭로한다. 그래서 매우 충격적이고 끔찍한 장면임에도 독자는 픽픽 웃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웃음은 반어적 인식의 결과물로 폭력의 실상을 희화화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반드시 주목하고 주의해야 할 점이 폭력의 주체 문제다.

김민정의 시에서 폭력의 발생 장소는 주로 가정이고 폭력의 주체는 아빠와 엄마다. 그들은 육친의 가족이 아니라 사회적 가부장제도 속의 권력을 상징하는 존재들이다. 시의 화자들은 이 어른들에 대항하여 맞서는데 이 과정에서 섬뜩하고 잔인한 이미지들이 출현한다. 원초적 배설의 문장들이 통제 없이 설사처럼 쏟아져 나온다. 이것은 잔혹극 무대를 통해 현실의 은폐된 치부와 썩은 살을 폭로하려는 시인의 의도된 장치들이다. 즉 폭력과 공포, 야만과 잔혹으로 상징되는 좀비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보하고 있음을 똑똑히 확인하라는 무서운 경고다. 시인의 그로테스크 문장들의 목적이 여기에 있다. 첫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2005) 출간 이후 김민정의 시 세계는 점진적으로 변화 중이다. 거세고 공격적이던 세계 대응방식이 부드럽게 내면화되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시 「아름답고 쓸모없기를」는 세 번째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2016)의 표제작이다. 경북 울진에서 주워온 돌 이야기다. 돌을 발견하고 줍는 첫 장면이 재밌고 인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건 돌의 습득 장면 자체보다 돌을 달걀과 눈사람의 몸으로 생각하는 시인의 사물 수용태도다. 돌을 주어온 다음에는 돌을 대야에 담가놓고 오랫동안 사색하고 명상한다. 돌에 스민 색과 시간을 헤아리고 시간을 반으로 잘랐던 칼날이 바로 돌이라는 인식에 도달한다. 나아가 너와 나, 남성과 여성, 돌과 물의 관계로 사유를 확장시키면서 죽은 자의 마음과 아픔까지도 헤아린다. 돌이라는 사물을 대하는 시인의 섬세한 눈길, 세상과 사람에 대한 시인의 따듯한 사랑이 느껴지는 시다.

/ 함기석 시인

아름답고 쓸모없기를-김민정(1976~ )

지지난 겨울 경북 울진에서 돌을 주웠다

닭장 속에서 달걀을 꺼내듯

너는 조심스럽게 돌을 집어들었다

속살을 발리고 난 대게 다리 두 개가

V자 안테나처럼 돌의 양옆 모래 속에 꽂혀 있었다

눈사람의 몸통 같은 돌이었다

야호 하고 만세를 부르는 돌이었다

물을 채운 은빛 대야 속에 돌을 담그고

들여다보며 며칠을 지냈는가 하면

물을 버린 은빛 대야 속에 돌을 놔두고

들여다보며 며칠을 지내기도 했다

먹빛이었다가 흰빛이었다가

밤이었다가 낮이었다가

사과 쪼개듯 시간을 반토막 낼 줄 아는

유일한 칼날이 실은 돌이었다

필요할 땐 주먹처럼 쥐라던 돌이었다

네게 던져진 적은 없으나

네게 물려본 적은 있는 돌이었다

제모로 면도가 불필요해진 턱주가리처럼

밋밋한 남성성을 오래 쓰다듬게 해서

물이 나오게도 하는 돌이었다

한창때의 우리들이라면

없을 수 없는 물이잖아, 안 그래·

물은 죽은 사람이 하고 있는 얼굴을 몰라서

해도 해도 영 개운해질 수가 없는 게 세수라며

돌 위에 세숫비누를 올려둔 건 너였다

김을 담은 플라스틱 밀폐용기 뚜껑 위에

김이 나갈까 돌을 얹어둔 건 나였다

돌의 쓰임을 두고 머리를 맞대던 순간이

그러고 보면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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