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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6.11 13:56:36
  • 최종수정2015.06.11 13:56:36
남의 아픔을 나의 아픔처럼 여기며 보살펴주는 사람은 늘 아름답게 보인다. 아마도 진실한 마음이 배어 있어서 감동을 하게 되나 보다. 이런 사람은 초면이지만 헤어져도 여운이 오래 남는다.

행복은 마음에다 어떤 씨앗을 심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심은 씨앗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희망의 싹이 틀 때의 뿌듯함이란 경험을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나에게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일주일에 한 번 어느 교수님 강의를 듣는다. 강의 내용에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있고 따뜻한 정과 나눔의 철학이 담겨져 있다. 작은 일에도 진지한 토론의 장으로 이끄신다. 강의하는 그대로를 나눔으로 실천하는 분이시다. 오래전, 교수님께서는 모교에 후학양성에 도움이 되고자 평생 모은 몇 억 대의 발전기금을 선뜻 기탁하신 걸로 알고 있다. 또한, 스승의 가르침이 제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골고루 미칠 수 있도록 세심히 배려하신다. 스승의 사랑은 정년퇴임 후 오늘날까지도 변함이 없으시다. 가르치는 교육열이 남다른 정신이신 것 같다.

나는 강의 시간 내내 구름 위를 걷는다. 강의를 듣노라면 교수님의 반이라도 닮는다면 내 삶이 달라질 거 같아서 즐겁다. 그것도 잠시뿐 돌아서면 다시 구름 아래로 내려앉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하였다. 그동안 내 가족만 편안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살아왔다. 내가 나눌 수 있는 게 무엇이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초여름이 다가오면서 우리 집 뜰에는 영산홍 꽃이 만개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가꾼 영산홍은 꺾꽂이하여 키운 것으로 유월 초 순 경까지 꽃을 볼 수 있다. 애지중지 보살핀 보람으로 영산홍 꽃에 매료되어 한 달여는 나만의 행복한 시간이다. 아름다운 이 꽃을 누군가와 함께 감상하고 싶은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어버이날은 지났지만, 문득 시어머님 생각이 났다. 생전에 꽃을 참 예뻐하셨는데….

동네에 있는 마트에 오가는 길 중간쯤에 경로당이 있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시원한 막걸리라도 한 병 사다 드린다면 어르신들이 얼마나 기뻐하실까, 하는 마음을 갖기도 하였었지만 생각뿐이었다. 누군가 그랬다. 무엇이든 심중에 담고만 있는 게 능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여 실천에 옮겨야 삶에 윤활유가 된다고 하였다.

늘 마음이 가 있던 터라 음료수를 사 들고 경로당을 방문하였다. 워낙 내성적이어서 발걸음이 주춤거렸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평소에 자주 들려 얼굴도 익히면서 친분을 쌓아 놓을 걸 하는 생각을 하였다. 혹시 사양이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용기를 내어 경로당에 들어서자 마침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시는 할머니들이 계셨다. 이 동네 사는 사람이라고 우선 말씀을 드렸다. "저의 집에 제가 키운 영산홍 꽃이 예쁘게 피었는데 시들 때까지만 어르신들이 보실 수 있게 여기에 갖다 놓으면 어떨까요·"라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여쭈어 보았다. 내 뜻을 알아챈 할머니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고마운 일이 어디 있느냐면서 꽃나무의 관리를 걱정하셨다. 집이 가까우니 때맞춰 물은 주고 갈 테니 염려 마시라고 하니, 어느새 할머니들은 활짝 웃으시며 즐거워하신다. 아직 화분을 가져오기도 전에 "이쪽에 화분을 놓으면 꽃이 잘 보이겠지· 저쪽에다 놓는 게 더 좋아." 하신다. 금세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내 성의를 받아주심이 분명해지자 그제야 조바심이 사라졌다. 남을 기쁘게 하는 일도 상대방이 받아들여야 행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하더라도 자칫 오해의 소지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어서다.

경로당을 나오면서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두둥실 흘러가는 하얀 뭉게구름이 평화로워 보였다. 저 흰 구름 따라 공중을 훨훨 나는 느낌이랄까. 마음이 훈훈해져 온다.

남을 즐겁게 해주는 일에 첫걸음인데도 세상이 밝아 보이는 듯하였다. 아니 나 자신이 먼저 밝아져 있었다. 그동안 강의를 들으면서 남의 이야기처럼 늘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다. 실천을 해보니 이렇게 흐뭇한 마음이 드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제 강의 시간을 통하여 얻은 과제들을 받아들여 내 안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마음으로 바꾸어 가야겠다. 그리하여 누군가에게 작은 나눔의 보람으로 살고 싶다.

내 이웃이나 사회가 더욱 평화롭고 성숙해지는 길은 서로 온정을 나눌 때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긴 날은 아니더라도, 어르신들이 영산홍 꽃을 보는 시간만이라도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고승희 작가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교실 수료

-푸른솔문학 신인상 (수필가 등단)

-푸른솔문학 작가회 회원

-정은문학상 수상

-공저: <심연에 자리한 이름 > <반딧불> <무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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