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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4.19 17:27:58
  • 최종수정2018.06.07 10:27:46
[충북일보] 김지하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반체제 저항시인으로 민중시의 사회비판 기능을 가장 실천적으로 보여준 시인이다. 신랄한 풍자정신과 민요조 가락을 바탕으로 하는 그의 시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초기 서정시 계열로 현실에 대한 강렬한 부정과 자유의식을 토대로 1960~70년대의 메마른 현실과 정치판을 반역적 감수성으로 노래한 시들이다. 시집 『황토』(1970)와 『타는 목마름으로』(1982)가 대표작으로 사회 현실에 대한 울분을 서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첫 시집 『황토』 서문에서 시인은 말한다. "이 작은 반도는 원귀들의 아우성으로 가득 차 있다. 외침, 전쟁, 폭정, 반란, 악질(惡疾)과 굶주림으로 죽어간 숱한 인간들의 한에 찬 곡성으로 진동하고 있다."

둘째는 담시 계열로 우리의 전통적 민중문학 양식을 계승하여 1970년대의 정치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비판한 시들이다. 시집 『오적(五賊)』과 『비어(蜚語)』가 대표작으로, 판소리 가락과 난해한 한문을 차용해서 권력층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통렬하게 풍자한다.

셋째는 서사시 계열로 1980년대의 생명사상에 따른 후천개벽(後天開闢)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0역사적 상상력을 펼친 시들이다. 대설(大說)이라 이름붙인 시집 『남(南)』(1982)과 최제우의 삶과 죽음을 판소리가락으로 풀어낸 서사시 『이 가문 날의 비구름』(1988)이 있다.

되먹임 - 김지하(金芝河, 1941~ )

내 목숨은

아득타

별로부터 오셨으니

내 목숨은

가까이 흙으로부터 풀 나무 벌레와 새들 물고기들

내 이웃들로부터 오셨으니

죽고 싶어도

죽기 어려운 것

우주가 날 이끌고 있어

튕기고 이끌고 또 튕기고

살고 또 살아

갚아야 하리니

이 은혜를 갚아야

쪼그려 앉아 흙 위에 돌팍으로 쓴다

가슴팍에 깊이깊이 새기며 쓴다

'되먹임!'
넷째는 후기 서정시 계열로 초기 서정시에서 보여주었던 직설적인 표현은 급격히 줄어들고 달관의 마음, 초월의 자세로 구도자적 정서를 펼친 시들이다. 여성에 대한 사랑을 그려 시적 전환점을 이룬 시집 『애린』(1987),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보다는 개인적인 내면의 독백과 자연에 대한 동화 등 서정적인 내용을 담아낸 시집 『별밭을 우러르며』(1989), 『중심의 괴로움』(1994) 등이 있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점이 시인의 생명에 대한 관심 촉발 계기다. 김지하는 한일회담 반대 운동으로 투옥되면서 감옥생활을 시작한다. 수감 중이던 어느 날 그는 흙바람을 타고 날아든 식물 씨앗이 감옥의 시멘트 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서 꽃까지 피운 것을 본다. 그날 밤 그는 극심한 자책에 시달리며 서럽게 운다. 풀 같은 미물도 감방까지 날아와 시멘트 작은 틈에 꽃을 피우는데 '나는 무엇인가, 나는 풀만도 못한 존재가 아닌가·' 하는 자기 비하와 연민에 울음이 복받친 것이다. 그날 그는 암흑의 갇힌 삶에도 봄이 오는 것은 틈, 그 작디작은 틈에 뿌리내린 채 꽃을 피우는 미물들의 생명의 힘 때문이란 걸 깨닫는다.

이런 한계상황에서의 실존적 체험은 훗날 그의 관심을 사회현실 이데올로기에서 점차 동양적 생명사상, 한울님 사상, 후천개벽 사상으로 전환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이후 그는 점차 너와 나, 생물과 무생물, 천당과 지옥, 육체와 정신을 나누는 서구문화의 이분법적 사고가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에 파괴와 분열을 낳았음을 깨닫고 이 악순환을 반복하는 역사를 넘어서서 상생적 일원론의 세계로 나아간다. 서양 기독교의 현세/내세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서서 삶/죽음이 합일된 동양 불교의 연기론에 귀착한다.

시 「되먹임」은 시집 『화개(花開)』(2002)에 수록된 작품으로 시인의 이런 변화된 세계관과 생명사상을 반영한다. 나의 목숨이 먼 우주의 별에서 왔으며, 나의 존재가 숨 쉬며 살아가는 주변의 수많은 생명체들 덕분이라는 불교적 세계관이 내재되어 있다. 순환적 생명인식을 통해 세계가 하나의 꽃이고 먼지이고 그것이 전 우주라는 화엄의 세계관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니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으며, 살고 살아서 그 존재들에게 빚진 생명의 은혜를 되갚아야 하는 것이다. 이를 시인은 되먹임이라고 한다. 시인이 말하는 것은 결국 존재의 되먹임으로 자기희생을 통한 사랑의 확장, 타자들의 생명적 존귀와 가치 재인식, 그것의 전우주적 확산이라 할 수 있다.

/ 함기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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