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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봄의향연 - 봄은 고양이로다

함기석의 생각하는 시 9

  • 웹출고시간2016.05.12 16:05:16
  • 최종수정2016.07.07 17:16:22
이장희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생생한 감각과 이미지의 조형성이다. 그는 대상의 내적 감정이나 심리를 시각적 이미지로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그의 시 저변에는 쓸쓸한 적막감이 자리 잡고 있는데, 고독의 정서는 다섯 살 때 겪은 어머니의 죽음에 뿌리내리고 있다. 어머니의 상실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고 시세계에도 깊은 영향을 끼친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는 재혼하였으나 두 번째 부인도 사망하고 세 번째 부인을 맞이한다. 이처럼 친모를 잃은 채 어린 시인은 두 계모 밑에서 열일곱 명의 이복동생들과 자란다. 복잡한 가정환경은 그의 성격을 내성적이고 우울하게 만들고 폐쇄된 자아는 시 속에서 아프다고 혼자 발버둥치는 가엾은 새, 밤마다 마루 밑에서 우는 벌레, 헐벗은 버들가지에 혼자 걸려 있는 연 등의 이미지로 전이되어 나타난다. 불우한 환경과 자아의 유폐가 아이러니컬하게도 감각적 이미지, 환영(幻影)의 이미지를 낳는 배경이 된다.
'봄은 고양이로다'는 감각미가 매우 돋보이는 시다. 고양이의 생김새와 표정에서 봄의 속성들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시인 특유의 섬세하고 정밀한 관찰과 연상이 결합되어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봄을 마치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고양이는 시인이 의도한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물적 대상이 아니라 감각 자체로 봄을 대리하는 즉물적 이미지인데, 시인은 이 고양이 이미지를 구조적으로 정교하게 분산 배치한다. 1연과 3연에는 섬세하고 여성적인 정적(靜的) 이미지를, 2연과 4연은 거칠고 남성적인 동적(動的) 이미지를 배치한다. 상반되는 두 이미지가 대칭구도로 교차되면서 감각의 이완과 긴장을 낳는다. 1연에서는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서 느껴지는 촉각을 향기라는 후각적 이미지와 결합하여 봄의 기운을 전하고, 2연에서는 금방울과 같이 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담긴 봄볕에서 타오르는 봄의 불길을 연상해낸다. 3연에서는 포근한 햇살 속에서 고요히 입을 다물고 있는 고양이의 입술에서 나른한 봄의 졸음을 느끼게 하고, 4연에서는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을 통해 생동감 넘치는 봄의 생기(生氣)를 전한다. 각 연의 어미를 '도다'와 '어라'로 처리하여 음악적 리듬을 낳은 점도 감각의 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李章熙 1900~1929)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香氣)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의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生氣)가 뛰놀아라.
이장희는 고독과 폐쇄 속에서 예민한 감성을 심미적 이미지로 표출한 시인이다. 그는 시의 주제, 형식, 이미지, 리듬, 여백 등 시작(詩作)에 요구되는 어느 하나도 소홀히 여기지 않았다. 그 정도로 그에게 시는 비극의 삶을 견디게 하는 유일한 것이었다. 고립된 자신을 바깥으로 드러내는 마지막 통로이자 꿈의 밀실이었다. 그러나 시에 대한 집착과 열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빈궁한 생활과 생의 어두운 비극성에 또 다시 절망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1929년 11월 3일 대구의 자택에서 음독자살 한다. 말이나 글은 이승에 대한 미련이라고 여겨 한마디의 유언도 유서도 남기지 않는다. 죽기 전 며칠 동안 그는 방에서 나오지 않고 배를 깔고 엎드려 금붕어만 그렸다고 한다.

이장희 시의 빛나는 감각들은 수사적 기교 차원을 넘어 삶의 절망과 비극에서 나온 것이기에 아픔과 슬픔을 동반한다. 지금도 어디선가 대중의 몰이해와 궁핍 속에서 유폐된 삶을 사는 시인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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