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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9.10 15:06:37
  • 최종수정2015.09.10 15:06:09
나무 한그루 꽃 한포기 심을 곳 없는 집으로 이사를 했다.

어떻게 이 삭막한 집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을까. 생각 끝에 궁여지책으로 옥상에다 분재(盆栽)가꾸기를 시작한 것이 20여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근교 분재농원을 찾아 기르는 법을 보고 배우기도 했고, 내가 좋아하는 소나무 십년 생 다섯 그루를 구입하였다. 어느 정도 기본수형이 잡힌 어린나무를 작은 분에 심고, 아침마다 들여다보며 즐거움에 푹 빠졌다.

분재가 살아 숨쉬는 '느림의 미학'이라 할 만큼 더디게 자라지만 지금은 수령 30년쯤 되고 보니 해를 거듭할수록 산이나 정원에서 보는 낙락장송(落落長松)의 모습으로 해마다 한 거름씩 변해가는 모습에 흐뭇한 느낌이 든다.

그동안 이 소나무를 가꾸면서 곁에서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게 된다. 햇빛. 물. 영양이 필요한지, 잎과 줄기마다 내 몸에 핏줄이 흐르는 것 같은 수맥이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

'자연의 축소판' 이 분재라고도 하고, 작을수록 아름답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작은 분 안에 생명체를 심어놓고 내손으로 가꾸는 '손끝의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손으로 쓰는 붓글씨나 머리로 창작하는 글짓기와 같은 예술성이 있다고도 여겨진다. 분재가 다른 점이 있다면 생명을 다룬다는 면에서 어느 것보다 더 인간적이 아닐는지….

분(盆)안에서 작게 기르자니 모든 것을 정상적인 자람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 축소된 분경(盆景)에 느끼는 세계가 너무나 깊은 뜻이 있다. 마치 긴 산문을 압축해 놓은 한편의 시 와 같은 느낌이다. 몇 자 안 되는 시가 긴 소설보다 더 많은 심연의 이야기가 있듯이 오래된 분재를 보면 그와 같은 감동을 받는다. 계절 따라 변하는 모습, 연륜의 무게만큼 이나 두터워지는 울퉁불퉁 한 줄기와 표피, 가지 끝에 피는 잎, 노출된 굵은 뿌리를 보면서 세상경험을 많이 하고 깨달음을 얻은 사람에게서 연륜이 녹아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 같다.

분재를 기르면서 자연의 축소판이 되게 하려면 성장을 억제 할 수밖에 없다. 자라는 가지를 자르고 잎을 따주며 분갈이 때는 뿌리를 사정없이 잘라내고 물도 거름도 나무가 원하는 대로 줄 수가 없다. 이렇게 자람을 억제하는 일만 되풀이하는 분재손질이 내 욕심만을 위한 조형미가 되다보니 너무나 잔인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자라는 가지를 내 마음 먹은 대로 벋지 않는다고 전지가위로 무참히 자를 때는 가슴이 뭉클 했다. 소나무에 솔잎을 뽑는 일이야 해마다 유월이면 잎 갈기로 하는 일이지만 가지를 구리철사로 칭칭 감아 구부리는 일은 나무의 미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상처 입은 분재를 보는 마음은 안쓰럽다.

내가 기르는 소나무 가지를 구리철사로 칭칭 감아 가지를 휘여 놓고 제때 풀어주지 모한 부분에 철사가 나무껍질 속에 묻혀버렸다. 말없는 나무지만 얼마나 아파했을까! 얼마나 원망했을까. 철사가 묻힌 윗부분이 누렇게 시들어갔다. 암환자가 종양을 도려내듯 굵은 줄기를 자르는 큰 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 상처는 아물지 않아 옹이가 되어 볼 때 마다 미안한 마음이다. 상처받은 소나무는 미적 가치도 떨어 졌다. 하루속히 그 흉터가 아물기를 바라지만 30년이 되어도 아물지 않고 옹이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 분재의 아픈 마음에 거름도 더 주고, 물도 더 주고 하여 성장을 돕지만 그것은 오히려 성장을 억제하여 나무의 미적 가치를 높이는 일이 아니었다.

나무 기르는 일에도 교육의 뜻이 담겨있다는 생각이다. 나무나 사람도 기르는 목적이 바람직한 가치를 위한 것이라면 상처를 위한 과잉보호보다 나무 스스로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살아나기를 기다려야하지 않을까.

분재의 아름다움은 미관에 있지만 잘리고 끊기고 구부리는 손질과 물, 영양, 풍설 등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며 사는 인고(忍苦)의 모습을 더 값지게 보는 이가 많다.

파도치는 해변의 구불구불한 소나무 모습을 더 아름답게 보는 의미가 무엇일까. 파도치는 해풍을 이겨내고 척박한 바위절벽 틈에 기사회생한 왜소한 소나무의 인고의 삶! 그 가치가 독특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옥상 상처 입은 소나무분재가 옹이눈을 부릅뜨고 자꾸만 처다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하루속히 상처가 아물어 멋진 청솔의 모습이 될 날을 기다려본다.

△ 이정식 작가

충북대 평생교육원 시· 수필창작 수료

푸른솔문학 신인상 등단

전국 노인서예대전 초대작가.

중등학교장 정년퇴임.

저서 - 그리운 삶의 향기, 여몽(如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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