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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0.31 16:46:29
  • 최종수정2019.10.31 16:46:29
'녹색평론'최근호의 좌담회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서강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의 약 40%가 아버지한테 원하는 것은 오로지 돈뿐이란다. 서울대 학생들은 부모가 63세에 퇴직금만 남겨놓고 죽으면 좋겠다는 설문 답변이 가장 많았단다. 우리 세대에선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던 이런 일들이 요즘 학생들이다. 수많은 경쟁 속에서 단지 내 자식 하나만이라도 잘 키워보자고 열심히 일한 결과가 이렇다니 그 허탈감이야 오죽하겠냐만 그렇다고 성장 과정에서 간과해 온 인성교육의 부재를 부모들은 무책임하게 피해갈 수도 없다. 우리 가정도 예외는 아니기에 이러한 설문 결과에 대해서 나 역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이러한 문제와는 아주 거리가 먼 여고 시절의 한 친구를 얼마 전 시골에서 우연히 만났다. 졸업 후 처음 만난 그 친구는 너무도 행복해 보였고 그녀의 가족들도 그랬다. 그 친구의 친정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녀의 친정어머니는 "딸애 친구가 왔는데"하시며 손수 과일을 깎아주시는 모습이 참 인자해 보였다. 옆에 같이 있던 친구의 아들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었다.

"어머니, 저는 세상에서 저의 부모님이 가장 존경스러워요. 저는 나중에 장가가서 아이를 낳고 키우게 되더라도 꼭 제 부모님처럼 내 자식을 키울 거예요. 저의 이 끝없는 자존감은 늘 어머니로부터 나오는 것 같아요. 어머니,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아, 이 얼마나 고맙고 감격스러운 말인가! 진심 어린 그 말에 뭔가 한방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랄까? 아마 자식들에게 듣는 최고의 찬사가 바로 이런 말이 아닐까 싶다. 가슴은 철렁했고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어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교육계에 종사하고 있다고 뱉어낸 내 말이 너무도 부끄럽고 초라했다. 도대체 어떠한 환경이 저토록 자존감을 드높여줬을까? 감탄을 연발하고 있는 내게 친구는, "나는 항상 아이들이 뭐든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늘 격려만 해주는 차원이었지. 난 매일 아이들에게 빠짐없이 해주었던 말이 있는데 '넌 뭐든지 할 수 있어', '사랑해', '고마워', '나는 네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해' 이런 말들을 매사에 생활화하려고 노력했어."

이런 말들의 중요성은 교육학이나 상담공부를 하면서도 종종 들었던 말이다. 난 이론 따로, 행동 따로 삶을 쭉 살아왔던 거였다. 바로 자녀의 성공을 일류대학의 간판이나 출세보다는 아이의 꿈과 행복에 초점을 두고 키우는 것, 교육학을 전공하지 않은 친구도 저렇게 잘하고 있는데 나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다양한 감정들이 교차 되는 순간, 난 지난날의 내 부모님과 나의 과거를 살짝 들춰보았다.

"딸은 어차피 시집만 가면 끝인데 계집애가 대학은 가서 뭐해, 어디 부모 말에 꼬박꼬박 말대꾸냐"라고 나무라셨던 기억들…...

'그런 부모님을 닮지 말아야지'하면서도 칭찬보다 질책을 먼저 받고 커온 나는 습관적으로 나와 타인의 실수를 쉽게 용납할 줄을 몰랐다. 첫아이한테는 대리만족을 요구하며 바로 연년생으로 둘째를 낳고 난 후부터는 다 큰애 취급을 하면서 키웠다. 지금 돌아보니 그 어린 가슴이 얼마나 아팠을까.

자책에 자책이 끝없이 이어지며 이 부끄러운 자녀교육의 상을 더이상 대물림하지 않겠노라 '사랑해, 소중해, 고마워'를 수없이 반복해 보았다. 인디언들의 속담인 '1만 번의 법칙'을 떠올리며….

그 후, 스킨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들에게 종종 어깨도 툭툭 치고, 때때로 안아주기도 하며 '사랑해', '울 아들 쵝오', '난 네가 세상에서 젤로 좋아, 아들 짱 멋쪄'라고 종종 오버해서 표현을 해보았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멋쩍어하던 아들이 조금씩,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변해갔다. 그러더니 요즘은 엄마의 푼수 같은 표현들에 그냥 곧잘 웃어준다.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냥 무심코 지나치고 살 뻔했는데 삶에서 가장 소중한 이 사랑의 의미를 똑똑히 체감케 일깨워준 그 친구가 무척 고맙다.

전금희

충북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현 창신유치원 교사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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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