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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3.26 16:48:10
  • 최종수정2015.03.26 16:47:26

봄의 시작은 졸업생과 신입생이 교차하는 시즌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인사이동과 승진이 따르는 계절이기도 하다. 지난날 내가 근무하던 직장은 삼년차가 되면 부서를 이동하는 원칙이 따랐기에 만남의 인연은 많은 추억을 자아냈다.

봄이 오면 기쁘고 좋은날이 있는가 하면, 한 달 내내 눈물을 흘리며 지내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동료 직원 아홉 명이 낚시를 즐기러 위도 섬으로 가던 중 배가 침몰되어 구사일생으로 두 분만 살아남고 모두 다 참변을 당하고 말았으니 그 아픔이 어떠했겠는가. 깊은 바다에서 시신을 찾아 인양하는 순서대로 장례를 치르며 한 달이 넘도록 영안실을 떠나지 못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애틋한 정과 추억이 담긴 분들이기에 오랫동안 슬픔이 가시질 않아 잔잔한 음악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앞을 가리고 가슴이 에이던 기억을 해본다.

해마다 인사철이 다가오게 되면 공연히 마음이 예민해지곤 한다. 부서장은 누굴까. 함께 근무할 사람은 또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기 이를 데 없었다.

부서장의 인격과 성품은 업무분위기를 좌우하니 윗사람을 잘 만나는 것이 큰 복이라 할 만큼 만남의 인연을 중요시 한다. 어느 부서에서 괴팍하기로 소문난 상사를 만났다. 그 분은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고 고집과 아집이 있어 자기식대로 상대를 폄하하며 불평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필 이 무렵 나는 건강상 예기치 못할 사정으로 일주일간 쉬어야 할 형편에 이르렀다. 괴팍한 상사의 눈치를 살피다 병가를 쓸 수가 없어 곧 바로 출근을 했다. 신, 구(新 舊) 상사가 비교되는 순간 서러움이 앞서 눈물이 나지 않던가. 그때 무리를 한 탓일까 허리가 나를 괴롭힐 때마다. 지난날 지혜롭게 처신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긴 하나 그렇다고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은 더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

수년간 근무를 하며 부서를 옮길 때 마다 주어진 환경이 다르고 느낌이 달랐다. 그 중 의과대학은 인체를 해부하는 실험실이 있어 비가오고 흐린 날은 스산한 기분이 감돌아 근처에 가기를 꺼려했던 곳이기도 했다. 한날, 야간 순찰차가 순찰도중 지레 겁을 먹고 해부학실험실 유리창 앞에서 손전등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착각하여 기절을 하던 웃지 못 할 해프닝을 듣기도 했다.

대학진학 합격을 위해선 무슨 짓을 못하랴. 누구의 짓인지 알 수는 없으나 의과대학 간판까지 떼어갔던 샤머니즘적인 행동. 평소 존경하던 분이 시신기증으로 들것에 실려 오는 모습은 많은 감정을 교차하게 했다. 죽음의 마지막을 의학 발전에 기여했던 그분의 숭고한 정신을 느껴, 나 자신도 감화되어 장기기증을 위한 서약을 거뜬히 해 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따뜻한 동료와 함께하는 사무실 분위기는 언제나 가족적이고 행복했다.

어느 날, 피곤해 하던 나에게 정 많은 동료는 몸보신을 하라며 왕개구리를 서너 마리 들고 왔다. 푹 삶아 국물을 내어 먹으면 보신이 된다는 말에 성의가 고마워, 산 개구리를 냄비에다 넣고 불을 집혔으나 궁금하여 살짝 열어보니 눈이 말똥말똥하여 기겁을 했다. 개구리의 눈이 아른거려 버리자니 미안하고 먹자니 징그럽고 결국 시골 닭에게 보신을 시켜주고 말았다. 그 후 직원에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니 이번엔 토끼 한 마리를 먹기 좋게 손질하여 가지고 왔다. 별미를 먹는 즐거움보다 동료의 따뜻한 마음이 더 감동케 했다.

그 동료가 지병으로 돌아가시던 날, 얼마나 슬프고 가슴이 에이던지…. 이렇게 겸손하고 착한 분을 또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이정골 시골앞마당에 석류가 열리면 한 보따리씩 안고 와서 맛을 보게 하던 따뜻한 정이 그립다.

캠퍼스의 봄은 지금도 여전하겠지. 퇴직 후 지난날을 돌이켜 보며 좀 더 따뜻한 사람으로 많은 사람에게 다가서지 못한 것이 이내 아쉽다.

퇴직자의 삶이란 경쟁에서 벗어난 자유스런 몸이요, 평가받지 않는 긍정의 삶이다. 긍정은 곧 나를 위한 것이요,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행복한 삶의 길이 아니겠는가.

◇연숙희 약력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교실 수료.

-푸른솔문학 신인상

-효동문학상 대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푸른솔작가회 회원

-저서 : 수필집 '영롱한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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