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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가을동화 - 젊은이를 기다린다

  • 웹출고시간2017.08.31 14:28:20
  • 최종수정2017.10.12 17:35:32
[충북일보] 우리 집 옆에 봄부터 상가를 신축 하고 있다. 무더위에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남일 같지 않아서 마음이 쓰인다. 나도 지난 해 까지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과 함께 건축에 종사 하였다. 이십년 넘게 같은 분들과 인연을 맺기도 하고 짧게는 오륙년 함께 일했다. 그 분들은 대다수가 평생을 뙤약볕이나 추위 속에서 묵묵히 힘든 일을 다 하셨다. 그렇게 공사판에서 일해서 집도 마련하고 자녀들을 가르쳐 성장한 아들딸을 결혼도 시켰다.

이제는 쉬엄쉬엄 일해도 되겠지만 그분들은 지금도 바쁘시다. 현장에는 일할 사람이 없다. 그분들은 쉬고 싶어도 공사장에서 찾으니까 힘에 부치는 일이지만 계속 하신다. 공사현장에는 젊은 사람 보기가 쉽지 않다. 일 배우려는 젊은이가 없다.

오십대 나이면 청년 축에 든다. 힘든 목수일이나 미장일하는 아저씨들은 우리세대 지나면 누가 집짓고 건물 올리겠느냐며 소용도 없는 걱정들을 한다. 아무리 기계나 장비가 많은 일을 처리 한다 하지만 아직 건축현장에서는 사람이 해야 되는 일이 많다.

일손이 필요한 곳에는 일 할 사람이 없다. 반면에 취직이 안돼서 부모님께 얹혀사는 젊은이가 내 주변에도 있다. 부모 세대의 고생을 대물림 하지 않으려고 너도나도 자식에게 힘들게 대학까지 공부 시킨 것이 오히려 일자리 찾기를 어렵게 만든 것은 아닌지· 건축 현장에서도 배 울 수 있는 기술의 종류가 많고 수입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젊은 사람 중에 평생 직업으로 공사판에서 일 하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버지 세대에는 하던 일을 아들 세대에는 힘들어서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한다. 부모부터도 그러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므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공사현장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편이다. 특히 힘들고 위험한 거푸집을(콘크리트를 타설하기 위한 틀)해체 하는 일은 거의다가 외국인 몫이다. 요즘 들어서는 도면을 보고 해야 되는 목수 일도 외국인 근로자가 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육칠십 년대 우리의 형제나 이웃이 외국에 나가서 그랬던 것처럼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온 근로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일을 하다보면 그 중에 간혹 잊혀 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일용직 근로자였지만 한국말을 잘해서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던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청년이었다. 대학 다니면서 한국에 오려고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 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 온지 4년 되었고, 일해서 번 돈을 꼬박꼬박 집으로 송금 하면서 가족들이 보고 싶지만 참는 단다.

그가 쉬는 날 저녁때 우리 현장에 와 있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 다음 일을 하기위해 미리 남의 공사현장을 방문해서 어떻게 작업을 할 것인가를 배우려고 찾아와 본다고 했다. 일과를 마친 뒤에 현장을 보러 오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귀찮은 일이다. 하물며 외국에서 온 거푸집 해체를 하는 일용직 근로자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놀랍게 생각 하는 내게 그가 말했다. 본인이 성실하게 일을 잘하면 우즈베키스탄 사람은 일을 잘 한다고 인식 될 것이고, 그래야만 본국의 청년들이 일 하러 많이 올 수 있지 않겠냐고 한다. 대학을 나와 공사판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면서도 나라 생각과 일자리 이야기를 하던 그 청년의 말이 영 잊혀 지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저들처럼 어렵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노력으로 오늘날 이만큼의 부를 누리고 사는 것은 아닐까. 내가 결혼 했을 당시에 30대 중반이신 아주버님은 중동에서 일하고 계셨다. 그 곳에서 벌어온 돈으로 논도 사고 장사 밑천도 했다. 그 돈을 기반으로 자식들 공부도 시키고 뒷바라지 하여 시집 장가보냈다. 이제 칠순이 넘으신 아주버님은 간혹 그 시절을 회상 하시지만 재미있었고 좋았던 이야기만 하신다.

힘겨웠던 일은 내색 하지 않으신다. 고생하신 그 시절을 표내지 않으니까 우리는 없었던 일처럼 자꾸만 잊고 산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했던 일을 요즘은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한다. 그 먼 나라로 일자리를 찾으러 갔었는데 지금은 내나라 에서도 힘든 일은 외국인이 하고 있다.

씁쓸한 현실에 나는 오늘도 괜한 걱정이다. 우리의 일자리를 점점 잃어가는 것이 안타깝다. 젊은이들이여! 현장은 그대들을 기다린다.

이성숙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강

제5회 효동문학상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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