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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4.05 18:33:38
  • 최종수정2018.06.07 10:28:07
[충북일보] 봄의 계절은 몸단장으로 연둣빛 열정을 알알이 매달고, 조르르 피어난 벚꽃의 향긋한 냄새가 산사를 뒤덮는다. 연연히 찾아와 내 몸에 나이테를 남기는 봄의 흔적들 속에서 산새들의 지저귐은 봄꽃과 같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온 가족이 산사로 봄나들이를 갔다. 손자들은 모처럼 걸어보는 산길이 신기한 듯 앞질러 뛰어간다.

숲속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푸드득' 소리가 났다. 예쁜 깃털에 아주 작은 산새다. 참 아름다웠다. 나의 발걸음 소리에 놀란 어미 새가 등지에서 땅바닥으로 뛰어내린다. 어미 새는 날개를 펼쳐야 날 수 있을 텐데 날개를 반은 접고 뒤뚱 거리며 걸어간다. 짹짹거리며 애달프게 운다. 남편은 나뭇가지에다 지은 새 둥지 안을 들여다보며 새끼가 다섯 마리 있다고 한다. 그때다. 어미 새는 아예 땅바닥에서 뒹굴고 있다. 새끼는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알몸이었다. 솜털도 하나 없는 새끼는 어미의 위험 신호를 알아들었는지 움직이지도 않고·죽은듯이 가만히 숨죽이고 있다. 그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마음이 애잔하다.

까치처럼 높은 미루나무에다가 알을 낳아 놓으면 동물이나·뱀, 뻐꾸기 같은 힘센 적들의 피해를 보지 않겠지만, 작은 산새는 야트막한 나뭇가지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다. 알둥지를 발견하면 누구나 손만 뻗으면 알을 꺼낼 수가 있다. 그렇게 위험한 곳에서 어미는 집을 짓고 사명을 다한다. 불리한 조건에서도 해마다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모습이 가히 대견스럽다. 어미 새는 우리 일행을 뒤돌아보며 말은 못하지만, 새끼가 있는 둥지로 가지 말고 나를 잡으라고 손짓, 발짓 다 해가며 울부짖는다. 어미 새의 모성이 대단하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우리 젊은이들은 아이를 하나만 낳아 기르면서도 힘들다 하고,· 아예 낳지 않는 부부도 있다. 저 작은 새의 삶을 보며 모성을 본받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새끼를 살리기 위해 어미새는 잡힐지도 모르고 위험을 감내하며 나의 시선을 돌려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예전에 어른들이 무엇을 하려다가 얼른 생각이 나지 않으면 새대가리인가. 이런 말을 했었다. 나는 하늘과 산하를 모두 하나로 품어 안아 보아도 산새의 영리한 머리에 미치지 못 할 것 같다.

따뜻한 봄 햇살 속에서 산새들의 지저귐은 봄꽃과 같이·마음을 들뜨게 하는 계절이다. 봄은 생동감 넘치는 활력소를 뿜어낸다. 새로이 꽃을 피워내고, 새들은 알을 품어 여러 마리의 새끼들을 작은 한 몸으로 지켜내는 모습은 가히 찬탄할만하다.

나는 봄을 좋아한다. 나는 온갖 벌, 나비들이 모여들어 봄의 축제를 여는 시골 마을에서 성장했다. 어릴 때는 살생이 무엇인지 몰랐다. 산속 숲의 새둥지에서 인정사정없이 꿩 알, 뜸부기 알, 콩새 알, 참새 알, 작은 산새 알까지 동구리에다 주워 다가 먹었다. 새알을 깨지지 않게 나뭇잎으로 싸서 잿불에 구워먹었다. 그때는·동심에 젖어 즐거움만 알았지 들새들의 고통은 몰랐다. 돌이켜 보면 어미 새가 얼마나 가슴 아파했을 지 생각조차 못했다.

어릴 때 모르고 저지른 살생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새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죄를 저질렀다. 이제는 멀리 바라다 보이는 나무줄기 가지에 새둥지가 있어도 조심스럽게 피해 다닌다. 빛바랜 추억들이 알알이 영글어가던 어릴 적 일이지만 마음속의 죄를 새들에게 용서 받고 싶다.

민안자

충북대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강

푸른솔문학 신인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공저: <삶의향기>. <꿈꾸는 나그네>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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