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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여름의 추억 - 충혼탑 앞에서

  • 웹출고시간2015.06.04 10:50:08
  • 최종수정2015.06.04 10:23:02
현충일하면 먼저 6, 25전쟁을 상기시키게 되는 것은 왜일까.

민족전란(戰亂)에 꽃다운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희생이 될 수밖에 없었던 쓰라린 흔적과 아픔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현충일은 우리 민족 모두가 슬픔의 날이다. 전쟁이 준 비극은 어머니의 심장과도 같은 귀한 아들들을 조국을 위해 전쟁터로 떠나보내 목숨을 바쳤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일 년 삼백육십오일 잃은 자식에 대한 그리움을 한순간이라도 떨칠 수 있었겠는가. 육십오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어머니의 가슴속엔 젊고 푸른 늠름한 아들로만 기억되어 가슴 한켠에 영원히 묻어 두고 사셨겠지. 나라를 지키느라 목숨 바친 호국영령들의 충성을 기념하는 현충일이 세월이 흐르며 추념(追念)보다는 '쉬는 날'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이 현충일을 단순하게 '노는 날' 정도로 인식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다.

해마다 내 시어머님에게 찾아온 현충일은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겪으며 지내야 했던 날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장남이 전사한 후 마을 뒷산에 묻혀야 했다. 자식이 묻혀있는 곳을 바라보며 어머니는 그 아픔을 어떻게 견디셨을까. 자식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은 가슴이 까맣게 탈 정도로 슬픔을 감추지 못하시고 사셨으리.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 배불리 먹이지 못한 아들생각에 가슴을 억누르며 마지막 모자간의 헤어졌던 모습을 이렇게 회고 하셨다.

열아홉이 되어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입대한 아들은 첫 휴가를 나와 세 살배기 동생을 얼싸안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 하셨다 한다. 배가 고파하는 아들에게 늘 먹는 꽁보리밥과 새우젓, 무장아찌로 찬을 하여 허기진 배를 채워 주었던 기억을 하시며 가슴 아파 하셨다. 그러나 모자간에 온정을 나눌 새도 없이 갑자기 귀대명령 전보를 받고 아들은 하룻만에 부대로 귀대를 해야 했다. 이제가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스쳐 아들을 깊은 산속에 숨겨두고 보내고 싶지 않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국가의 명령에 움직여 대문 밖을 나서는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단다. 멀리 언덕 넘어 아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어머니는 손을 흔들고, 아들은 모자를 휘저으며 '엄마' 하고 떠난 모습이 마지막 이란다. 얼마 후 아들은 강원도 화천의 전쟁터에서 열아홉 꽃다운 청춘의 생애를 마치고 한줌의 재가 되어 하얀 보자기에 싸인 채 어머니 품으로 돌아왔다 하셨다. 고향 마을 뒷산에 아들을 묻었던 그 당시 정황을 지금 다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3년 넘게 벌어진 6.25전쟁은 십삼만 명에 달하는 국군 전사자 유해가 아직도 이름 모를 산야 어딘가에 묻혀 안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조국을 위해 희생한 그들이 영면(永眠)에 들 수 있도록 한구도 남김없이 국립묘지로 안장되기를 바란다.

많은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시어머님의 꿈속에 아들이 나타나 "엄마 나 국립묘지로 보내줘" 라며 애원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나 아들의 묘를 찾아갔다 한다. 노모의 심정이 얼마나 아팠을까.

그 후 노모님 생전에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국방부로 진정서를 보낸 결과 답이 왔다. 군번의 위력은 대단했다. 다행이 오십 여 년 동안 형의 군번을 잊지 않고 있었던 아우 덕에 나라를 위해 순직한 증거가 되었고, 고향마을 뒷산에 묻혔던 아들의 유골함을 국립묘지에 안장(安葬) 할 수 있게 되었다.

비석에 새겨진 이름 석 자를 껴안고 쓰다듬으시며 오열하는 시어머님의 마음은 전사한 아들을 품에 안은 듯한, 느낌이었다. 어머니 생전에 이렇게 기쁨과 슬픔이 함께하는 날이 또 있으랴. 어머니는 기뻐서 울고 또 슬퍼서 운다. 그 흐르는 눈물이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제는 아무 여한 없이 편히 눈을 감으실 것 같은, 구십 오세 노모의 마음이 읽혀졌다.

전쟁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그 끝은 비극이요, 인간의 잔인함만이 드러날 뿐이다. 한 시대의 꽃다운 젊은이들이 피지도 못한 채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

현충일의 충혼탑. 그 앞에서 우리는 빗진 자임을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연숙희 수필가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교실 수료.

-푸른솔문학 신인상

-효동문학상 대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푸른솔작가회 회원

-저서 : 수필집 '영롱한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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