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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겨울연가 - 휠체어를 밀던 여학생

  • 웹출고시간2015.12.10 17:08:15
  • 최종수정2015.12.17 15:28:39
안개가 잔뜩 밀려와 긴장했던 출근길이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희미한 앞차의 비상 깜빡이가 반갑다.·요양원에 도착해서 어깨에 힘을 주고 움츠렸던 자세를 바로 세우고 긴장했던 마음을 풀었다. 안개가 많은 날은 햇살도 좋다고 하는데 오늘도 나의 하루는 맑음이다.

층계를 오르니 학생들이 일찍 와 있다. 멋쩍어 하는 학생들에게 "봉사?" 라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 한다. 학생봉사는 많지 않지만 어떤 이유를 달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 무심하게 지나쳤다. 그런데 남학생과 여학생 2명이 나에게 배치되었다.

여학생은 지각을 많이 해서, 남학생은 담배를 피워 학교에서 사회봉사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학생들 얼굴은 반성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전혀 없다. 지각한 여학생에게 "집이 가까웠나보구나" 하자 동정을 받기라도 한듯 그렇다고 한다. 남학생에게는 "담배를 그렇게 빨리 피우고 싶었어·"하고 묻자 씩 웃으며 "다 피워요" 라는 스스럼없는 태도에 오히려 내가 당황했다. "친구들이 호기심이 많구나." 로 대화를 끝냈다.

며칠 전에도 4명의 학생들이 사회봉사를 왔었다. 그때는 화장을 진하게 해서 왔다고 했다. 입술색이 너무 밝아 나도 놀랬다. 화장을 진하게 해서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음에도 그 여학생은 여전히 화장이 짙었다. 선생님이 반성하라고 보냈으니 봉사하는 동안은 화장을 하지 말자고 했다. 다음날 화장은 여전하였으나 다행이 입술색깔은 자연스러웠다.

일주일을 지내는 동안 밝고 상냥하고 부지런하게 일도 잘했다. 봉사하는 동안 "이쁜이"라는 호칭으로 불리었다. 문제아가 아닌 밝은 청소년으로 호기심이 많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진학은 하지 않고 돈을 벌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이 그렇게 바쁘게 어른의 길로 재촉하는지 조금은 의아한 생각이 들 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준비가 필요한 것이고 나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것이니 천천히 생각하라고 일러주었다.

두 학생은 또 다르게 다가 왔다. 유달리 어르신들을 잘 보살폈다. 식사를 챙길 때도 어떠냐고 어르신과 이야기를 하며 보조를 했다. 그 모습이 예뻐 유심히 보게 되었다. 보통 학생들은 핸드폰을 보고 있거나 수동적으로 움직인다. 일이 생소하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을 찾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각여학생'은 늘 어르신들과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손이 부족해 산책이나 운동을 못시키고 학생들이 오면 어르신들을 모시고 햇볕 쪼이기를 한다. 어르신들과 함께 있어도 자기들 끼리 장난을 치거나 핸드폰을 하는데, '지각여학생'은 어르신에게 말을 걸고 설명도하고 웃기도 한다, 손을 잡고 복도도 걸어 다니고, 휠체어도 밀고 이야기를 나누고, 말을 하지 못하는 어르신께는 글로 써서 대화를 했다. 능동적이고 마음이 담긴 대화를 하며 웃음을 보이고 어르신들을 웃게 하였다. 지각을 하지 않았으면 이런 좋은 경험을 해 보지 못했을 거라며 이런 "좋은 곳"이 있는 줄을 몰랐단다. "좋은 곳?"이라는 말에 웃으며 반문하자, 자주 오고 싶다고 한다. 좋은 기억으로 오래도록 남기를 바랐다.

'지각여학생'을 보며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여학교 다닐 때 처음으로 무심천에 둑을 만들었다. 적십자활동을 하고 있던 여름방학 때 천막에서 아이 돌보는 봉사를 하였다. 아녀자들은 애기를 데리고 나와 천막에 맡기고 틈틈이 젖도 먹이며 일을 했다.

돌을 머리에 이고 나르는 고된 일을 하는 엄마를 함께 기다렸다. 요즈음 같은 기저귀도 없던 시절에 더위를 견디고, 함께 배고프고 했던 어려움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 살아오며 그것이 원동력이 되어 지금까지 봉사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은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지각여학생'이 10일간의 봉사경험이 인생을 살아가며 어떤 영향을 줄지는 모르지만 사회를 밝게 하는 바른 길을 찾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마음을 주고 간 '지각 여학생'은 매일 어르신께 글로 문안 인사를 했다. "할아버지 힘내세요. 웃어야 행복해져요" "할아버지 밥 많이 드세요. 한국인은 밥 심입니다. 파이팅" "할아버지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할아버지는 꼭 걸으실 수 있으세요. 파이팅" 이라고 쓰고 사랑표시를 많이도 그려놓았다.

어르신에게 이렇게 마음으로 다가간 봉사자는 없었다. 학교에 돌아가서도 봉사하는 이런 마음으로 보다 아름다운 학생이 되기를….

양승복 수필가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수강

-제2회 효동문학상 대상 수상

-푸른솔문학 신인상 수상

-푸른솔문학 작가회 회원

-요양병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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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