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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봄의향연 - 인정(人情)의 다리

  • 웹출고시간2015.03.12 19:14:49
  • 최종수정2015.03.24 09:08:46

청주의 서쪽인 복대동과 가경동의 경계를 두고 가경천이 흐른다.

따스해진 햇살을 받으며 가경천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죽천교와 발산교 사이에 여러 모양의 다리들이 있다.

자동차들이 다니는 다리들 외에도, 이름은 없지만 무지개 모양의 보행자를 위한 철제 다리와 흐르는 물위에 바로 놓인 시멘트 다리, 돌 몇 개가 띄엄띄엄 놓인 징검다리가 나온다.

다리 아래로 맑은 물이 유유히 흘러가면 다리가 더 멋있어 보일 테지만 그렇지가 않아 안타깝다.

가경천은 여름 한철 폭우 때가 아니면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겨우 냇물이 이어져 흐른다.

차들이 많이 다니는 번듯한 다리보다는 징검다리에 더 정감이 간다. 물을 건너기 위한 최초의 다리는 징검다리가 아니었을까.

낮게 흐르는 개울에 누군가의 배려와 정성으로 놓인 돌 몇 개. 그 위를 조심스레 건너며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낸다.

겨울은 가고 얼음도 녹아 개울물이 졸졸 흐르면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 내려가 떠들며 폴짝폴짝 건너던 추억의 다리.

그 징검다리를 수없이 건너다니면서도 돌을 옮겨다 놓은 사람의 따듯한 마음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나이 들어 이제야 훈훈하게 느껴지면서 징검다리라는 단어마저 내 가슴속으로 정겹게 파고든다.

어릴 적 우리 집은 마을 꼭대기에 외돌아 앉아 있었다. 낮은 언덕을 넘어 폭이 좁고 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도랑을 우리가족은 얼마동안을 다리 없이 내리고 오르며 그냥 건넜다.

사람들이 다니기에는 괜찮았지만 자전거가 건너기에는 몹시 불편했다.

인정 많은 이웃들이 우리 집을 위한 섶 다리를 놓아주었다. 정말로 고마웠다.

우리 집으로 가는 길가의 연녹색 풀들도 즐거운 듯 몸을 마구 흔들고 마치 동네 사람 모두가 아껴주는 듯 우리도 마음이 풍요로웠다.

한여름 비가 많이 와 다리가 무너져 내리면 우리 집은 동네와 단절되었었지만 섶 다리는 며칠 안 가 다시 고쳐지곤 했었다.

가끔 꿈속에 그곳이 보인다. 그 언덕과 다리, 우리 집을 위해 마음을 모아준 이웃들이 그립고 또 보고 싶다.

이제 우리 주변에 길이 불편해 가지 못할 곳은 없어졌는데 사람들 사이에 마음의 거리가 더욱 멀어져 있다.

서로의 왕래도 지난 시절만 못하다. 여름 장마에 다리가 끊긴 것처럼 고립된 채로 사는 것에 너무도 익숙해져 간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데, 어울려 사는 것이 본능이요 자연스러운 것인데, 언제부터 빗나가기 시작한 걸까.

많은 이들이 이제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는데 왜 내게는 옛날이 더욱 그리운 걸까.

봄이다. 얼어붙었던 냇물이 따사로운 햇살에 녹아 천천히 흐르고, 갓 피어난 가경천 풀꽃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 해준다. 가경천을 가로지르는 여러 모양의 다리들을 보면서 차들이 쌩쌩 달리는 넓고도 튼튼한 다리들보다 이름 없는 좁다란 다리, 돌 몇 개가 엉성하게 놓인 징검다리에 나는 왜 더 마음이 가는 것일까.

국가가 나서서 국민의 세금으로 견고하게 건설한 다리들보다 누군가를 배려하는 따듯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놓은 다리에 더 마음이 끌린다.

오가는 이들의 인정과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들. 이름 없는 지난날의 돌다리, 섶 다리는 인정으로 시작하여 서로를 이어주던 마음의 다리가 아니던가.

자신과 남을 배려하는 징검다리. 내게 큰 감동을 주었던 마을 사람들이 놓아 준 섶 다리.

마음 편히 걸어 다닐 수 있는 보행자를 위한 다리. 그 모든 다리처럼 서로를 향해 인정과 배려를 베푸는 사회를 이루며 살아갈 수는 없을까.

죽은 듯이 얼어붙었던 산하가 수런거리며 기지개켜듯 되살아나는 이 봄에는 우리들 가슴에 인정(人情)의 다리 하나씩을 놓으며 살아갔으면….

수필가 최한식

-충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료

-푸른솔문학 신인상 수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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