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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2.03 16:48:03
  • 최종수정2015.12.03 16:48:02
맑지도 탁하지도 않은 황톳물 속 작은 연못에 잉어 한마리가 놀고 있다. 혼자서 멋쩍은 듯 가다 쉬고 가다 쉬고를 반복한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바람이 외로움을 달래주려는 듯 물결위에 헤엄치는 여러 마리의 물고기 문양을 그려준다. 물도 바람도 물고기도 함께 흔들리며 헤엄을 치는 연못이다. 황금잉어는 연못의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돌고 돈다. 그리고 꽤 많은 시간이 흐른 즈음 연못 가운데의 멋스럽게 생긴 그릇으로 들어간다. 질그릇 같이 투박하고 둥글게 생긴 그릇에는 여울과 함께 은은함이 넘쳐났다. 어떻게 보면 은은함의 그릇에 황금잉어를 담은 모습이다. 너무 맘에 들고 멋있다. 황금잉어를 담은 그릇은 모양이며 크기며 색깔이 모든 게 조화롭고 주위환경과 잘 어울린다.·

문득 나를 담는 그릇, 내가 담기는 그릇은 어떤 그릇이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어 연못에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그릇이 있다. 모양이 화려하고 내용도 알찬 야무진 그릇, 모양은 화려하나 내용이 부실한 그릇, 모양은 변변치 않은데 내용이 알찬 그릇, 모양도 부실하지만 내용도 부실한 그릇이 있다. 모양이나 내용이 그저 모두 수수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그릇에 담겨져야 하는가. 우선 그릇보다도 무엇을 담아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할 듯하다.

물을 담으면 물그릇, 막걸리를 담으면 막걸리 사발, 소금을 담으면 소금그릇으로 담긴 내용에 따라 그릇의 이름이 달라진다. 아무리 그릇이 화려하고 멋지다 하더라도 물을 담으면 그냥 물그릇이며, 밥을 담으면 밥그릇이고, 국을 담으면 국그릇이다.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그릇이 새로워지고 몫을 단단히 할 수 있다. 담겨진 내용물에 따라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고 천덕꾸러기가 될 수도 있다. 좋지 않은 것을 담아두면 불행한 그릇이 되고 만다.

사람의 마음 그릇도 감사, 사랑, 겸손 등 좋은 생각을 담아두면 내 자신이 행복한 그릇이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무엇을 담느냐 하는 것은 누군가 해주지 않는다. 그저 내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오롯이 그릇에 담아야 하는 게 중요한 일이다. 허세로 가식으로 점철된 겉만 포장된 허식을 배제하고 진솔하고 깊은 생각 있는 마음을 담고 싶다.

이런 마음을 담는 그릇은 굳이 반짝일 필요가 없다. 반짝임이 아까워 장식장에 놓여있는 그릇들은 그릇이라 할 수 없다. 늘 무엇을 담고 있어, 쓰이고 있는 손때 묻은 그릇이어야 한다. 이가 빠지고 때가 끼고 금이 갔을 지라도 세월을 이겨낸 흔적들이 촘촘히 배여 있을 때 그릇은 숨소리가 살아있고 가치가 있다. 흔하고 평범한 막사발 같이 생김이 투박하고 특별한 용도 없이 밥그릇으로 국그릇으로 막걸리 사발로 물 대접으로 이렇게도 저렇게도 쓰여 지는 그릇이 어쩌면 평범하면서 많이 활용되는 그릇중의 그릇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릇에도 품위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인품이 묻어난다.

사람의 인품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가정교육에서 올바른 학교 교육을 받으면서 인성이 쌓아져 성숙되는 인간미이다. 아름다운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연스럽게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화향천리(花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라고 하지 않던가. 꽃향기가 아무리 멀리 간다 해도 덕을 담은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고 한다.

사람의 육체가 그릇이라면 저마다 나름대로의 마음을 담고 살아가고 있다. 어떤 마음을 담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자신은 물론 이웃을 행복하게 만들어 갈 수 있다. 인품은 사람의 그릇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이다. 인간의 향기는 주변 사람들을 너그럽게 만든다. 인품은 그 사람의 그릇이다.

그릇은 품위이고 아름다움이며 향기이다.

사람들은 왜 오랫동안 묵묵히 지내온 세월의 흔적을 거추장스럽거나 볼품이 없다고 생각할까. 흔하고 평범한 그릇은 왜 멀리할까. 쓸모 없는 그릇이라도 잘 닦아 이용하면 나름대로의 가치를 알게 될 것이다. 쓸모없다고 버려진 생각들을 오래되고 흔한 막사발 같은 그릇에 나를 담고 싶다. 어떤 내용물을 담아도 소화될 수 있는 그런 그릇에 흘러가는 구름 한 점이 그려있으면 더욱 좋을 테지. 그리고 어떤 모양으로 어떤 크기로 어떤 색깔로 만들어야 하는지 생각하며 여생을 살아야겠다. 늘 세월을 생각하며.

김학명 수필가

-충청북도 자치연수원 교수

-전 청남대 관리소장

-충청북도의회 의사담당관

-푸른솔문학 신춘수필공모 우수상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교실 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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