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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3.03 15:54:03
  • 최종수정2016.07.07 17:11:22
직장에서 60세 정년을 맞아 퇴직을 했다. 햇수로 36년을 근무했다. 되돌아보니 참으로 긴 세월이었고 나름대로 사명감을 가지고 일도 열심히 해왔다는 자부심도 있다. 지난날 함께 근무하던 선배님들의 퇴임하시는 모습을 수없이 보면서 그 때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만 여겨졌었다. 막상 내가 맞이하고 보니 마음이 혼란스럽고 좌불안석이다. 한순간에 바뀐 생활과 환경의 변화에 미처 적응할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처럼 출근준비를 하다가 "아! 퇴직을 했지"하고는 창밖에 출근하는 모습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서있다. 소외감과 허전함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일터가 없어지고 해야 할 일이 없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 홀로 덩그러니 남아 있으니 허허벌판에 혼자 내팽개쳐진 기분이다. 마음은 청춘인데 어느새 믿기지 않는 퇴직이라니 차라리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

미리미리 익숙한 일터와 정든 사람들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웠어야 했는데 후회스럽다. 지인들과의 만남도 한 순간일 뿐이고, 친구가 있다한들 늘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외로움을 탈출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상이 되어버린 집안 청소를 하다가도, 문득 하찮은 일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다는 생각에 애꿎은 걸레를 집어던지기 일쑤다. 혼자서 해결해야 할 끼니는 설거지와 청소가 더 힘이 들고 번거롭기만 하다. 한 낮에 쓰레기를 버리러 가면, 누가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지나 않을까 쓸데없는 상상을 한다.

출근하는 아내가 집에 홀로 있는 내가 걱정스러워 밥은 어떻게 하고, 오늘은 무엇을 하며 지낼 거냐는 물음에 공연히 놀리는 것만 같아 화가 나기도 한다.

누가 무어라 하는 것도 아닌데 혼자만의 자격지심에 하루해를 하는 일없이 빈둥대는 것만 같아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스스로 떳떳하지 못해 괴롭다.

얼마가 지나서부터 외로움과 고독감을 달래기 위해 애를 쓰기 시작했다.

매일 이른 아침 헬스장에 나가 운동을 하고, 사람들과 소통을 위해 골프연습장도 나간다. 오후엔 앞산에 올라 한가롭게 산책을 하며 사색도 즐기고, 음악동호회에 나가 색소폰 연주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일주일에 2∼3회는 마음의 양식도 넓히려고 기관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 강좌를 수강 한다. 이렇듯 하루가 바쁘긴 하다.

문제는 무엇을 해도 성에 차지 않고 헛되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만 같은 내 마음이다. 일이 없다는 것이 못내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지금 우리는 말뿐이 아닌 진정 100세 인생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남아있을 30-40년의 세월을 취미생활이나 즐기며 보낸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삶이 아니다.

나는 오래전 직장에서 퇴직을 하면 아내와 따뜻한 제주도에 내려가서 바닷가에서 낚시도 하고 좋아하는 여행을 마음껏 즐기며 유유자적한 생활로 편안한 노후를 보내리라 계획을 했었다. 그래서 10년 전에 집을 지을 자그마한 토지도 마련해 두었고 종종 여행을 가서 둘러보며 무지개 꿈을 키워 오기도 했다. 그렇게 장밋빛 꿈에 사로잡혀서 시대와 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퇴직을 하고 사회로 나와 보니 안에서 생각했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지난날 계획했던 노후설계는 80세 인생시대의 구시대적 낡은 사고에 불과한 것이었다. 편안한 노후준비가 아닌 인생 2막을 활기차게 열어갈 준비를 했어야 했다. 무엇인가 보람되고 가치 있는 사회적 역할이 있어야 한다.

퇴직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다. 노후라는 말은 아직 나에게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나이 60은 능력 없는 은퇴자가 아니라 이제야말로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자아실현의 시기임을 이제야 깨달아 간다.

나는 한바탕 열병을 앓고 나서 소박하지만 소중한 꿈을 찾아가고 있다. 여유로운 생활은 기약 없이 먼 훗날로 미루어 두었다. 모든 것이 낯설기는 하지만 꿈을 가지고 인생 2막에 새롭게 도전하고자 한다. 욕심 부리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순리에 따르며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련도 있겠지만 어두운 밤을 격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지난 1월 한 달 동안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영농기술교육을 열심히 수강했다. 그리고 그 동안 임대 주었던 논을 밭으로 경작하기 위해 흙을 채우고 퇴비를 넣었다. 내 소중한 꿈을 키울 작은 일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서 장밋빛인생을 가꾸는 희망찬 봄이 오기를 기다려진다.

김종권 수필가 프로필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강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공무원 정년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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