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시·수필과 함께하는 겨울연가 - 훈련

함기석의 생각하는 시 43

  • 웹출고시간2018.01.11 16:55:33
  • 최종수정2018.01.11 16:55:33
[충북일보] 박남수의 시는 절제된 함축, 비약에 의한 암시와 상징, 존재의 고독에 대한 형이상학적 상상력, 근원에 대한 반성적 탐구 등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그의 시는 시어의 간결미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정지용, 김영랑과 연계되지만 언어의 암시성 비중이 더 크다는 점, 형이상학적 사유와 성찰을 통해 지적 깊이를 추구한다는 점, 대상을 아름다운 서정의 언어로 치장하지 않고 대상에 내재된 관념을 적확히 포착한다는 점 등이 다르다.

박남수의 시는 크게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초기 시에는 빛과 어둠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식민지 현실이 조명된다. 식민화된 땅에서 겪는 시인의 고통과 불안감이 상징적 시어들로 함축되어 나타난다. 주관적 감정이나 해석을 최소화하여 간결하고 정제된 문장을 추출하기 때문에 이미지는 비약적 암시성을 띠고 시의 밀도는 높아진다.

중기 시에는 6.25 전쟁의 참화가 낳은 비극적 상황과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암울한 절망 속에서 시인은 인간 존재에 대해 고뇌하고 회의하는 실존주의적 태도를 취하는데, 불안에 휩싸인 자아의 심리적 위기의식, 삶에 대한 허무의식이 짙게 나타난다. 박남수 시의 중요 소재인 새는 당시 전쟁의 참화 속에 놓여있던 시인 자신의 초상, 죽음과 허무의식이 드리워진 표상이다. 시인이 추구했던 순수의 본질적 요체로 그의 시의 핵심 소재라 할 수 있다. 이 새를 운동성을 통해 상승 후의 하강에 의해 새의 존재는 완성되고, 빛은 어둠 때문에 의미를 띠고, 삶은 죽음에 의해 완성된다는 자각에 다다른다.

후기로 접어들면서부터 시인 자신의 생활이나 신변과 연관된 시들이 많아진다. 초중기의 수사적인 표현, 절제된 언어는 다소 줄어들고 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고독과 무상함을 직접적으로 표출한다. 죽음과 상실 속에서 보내는 시인의 유폐된 자아가 절실하고 안타깝게 드러나는데 특징적인 점은 삶과 죽음의 합일, 생성과 소멸의 동일화, 지상과 천상의 통합적 수용태도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새 이미지 또한 계속 등장하지만 후기에 접어들면서 상승 이미지보다 하강 또는 추락의 이미지가 우세해진다. 또한 고국을 떠나 먼 이국땅에서 살아온 유랑민으로서의 고독과 아픔도 시의 곳곳에 나타난다.

시 「훈련」은 후기의 시집 『그리고 그 이후』(1993)에 수록된 작품이다. 유랑의 삶을 함께 했던 아내의 죽음을 겪고 쓴 것으로 생전의 아내의 애절한 마음이 잘 묻어나 있다. 자신의 죽음 이후 홀로 남겨질 남편을 근심하는 아내의 애틋한 속마음과 깊은 사랑이 가슴을 아프게 하는 시다. 이 시에서처럼 시인의 후기 시들 전반에 걸쳐 죽음에 대한 초월적 수용과 화해의 태도가 나타난다. 시인에게 인생은 아내와 함께 걸어온 아름다운 소로(小路)였고 그것이 곧 새의 길, 자궁에서 무덤에 이르는 고독의 길이자 쓸쓸한 유폐의 길이었던 것이다.

/ 함기석 시인

훈련 - 박남수(朴南秀, 1918∼1994)

팬티 끈이 늘어나

입을 수가 없다. 불편하다.

내 손으로 끈을 갈 재간이 없다.

제 딸더러도 끈을

갈아 달라기가 거북하다.

불편하다. 이제까지

불편을 도맡았던 아내가

죽었다. 아내는

요 몇 해 동안, 나더러

설거지도 하라 하고, 집앞

길을 쓸라고도 하였다.

말하자면 미리 연습을 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성가시게 그러는 줄만

여기고 있었다. 빨래를 하고는

나더러 짜 달라고 하였다.

꽃에 물을 주고, 나중에는

반찬도 만들어 보고

국도 끓여 보라고 했다.

그러나 반찬도 국도

만들어 보지는 못하였다.

아내는 벌써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팬티

끈이 늘어나 불편할 것도

불편하면서도 끙끙대고 있을

남편의 고충도.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