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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9.06 17:12:56
  • 최종수정2018.09.06 17:12:56
[충북일보] 색동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한 가을 산을 보며 아들, 남편과 동해안 도로를 따라 여행하고 있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여행길에 동행했다. 동해바다, 맑고 깨끗함이 영혼까지도 맑음으로 채워준다.

"여보, 나 죽으면 이 푸른 바다에 뿌려줘요." 바다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냥 좋아서 그런 적이 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아들이 "엄마 저는 청개구리가 될래요. 한다. "돌아가시면 산소를 만들어 예쁜 동화속 궁전처럼 내 아이들과 꽃도 심고 가꾸며 엄마를 생각할래요." 바다에 뿌리면 어디 가서 엄마를 만나요 한다. 4학년 11살의 아들 말은 가슴 벅차고 흐뭇했다.

강릉 항에서 회를 먹고 매운탕을 끓여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이 동행해서 기쁨이 배가 된 것 같다. 낙산사에 들러 삼배를 하고 오죽헌도 둘러보고 돌아 내려오는 길 아들이 했던 말들이 뇌리를 맴돌고 있다.

몇 년이 지나 길을 나서 산에 있는 산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포근하고 앞이 트인 잘 정리된 산소를 보면 그 곳에 눕고 싶다는 생각이 몇 년 계속되었다. 임종후 장례에 따른 경비마저도 자녀들에게 빚이 되고 싶지 않다.

수의도 가묘도 맘에 들게 살아있을 때 해야겠다. 강원도 삼척시에 대마를 길러 삼베를 짜는 분의 소개로 남편과 도반 두 명과 삼베를 사러 간 적이 있다. 면 전체가 대마를 기르고 있다. 길옆에 난 한 포기의 대마도 함부로 뽑지 못한다. 마약 재료이기 때문이다. 면 전체가 군의 허가를 받고 삼베 원료인 대마를 심고 가꾸어 농가소득으로 삼베를 짜고 있었다. 그곳에서 삼베를 사왔다. 물에 담가 풀기를 빼고 남주동에 있는 대청 포목 집에서 수의를 만들어 신문을 켜켜에 넣어 남편것 내 것을 표시하며 박스에 담아두고 맏딸에게 알려 놓았다. 참 흐뭇하다. 임종후 아들딸이 우왕좌왕 하지 않도록 준비해둔 깨끗한 수의를 입고 본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실천했다.

막내 동서가 유방암으로 칠년을 투병하다 세상을 떠나기 5일전 형님이 동서에게 다녀오셨다. 형님이 막내 동서 산소 쓸 장소를 고민하셨다. 그때만 해도 나도 고향 산으로 묻히리라 생각했다. "형님 우리는 같은 서열이니 동서 산일할 때 작업을 해두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돌아온 대답은 "좋은 산 다 망쳐놓는다."였다.

내가 결혼하기 전은 주로 연료가 나무였던 때가 있다. 산이 없는 집들은 몰래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쓰다가 상감한테 종종 혼줄 나던 때이기도 했다. 작은 아버님 댁과 한 동네에 아버님이 사셨기 때문에 형제가 함께 땔감 조달 목적으로, 아주버님이 네 살 때 조부님께서 산을 매입하여 장손자 명의로 하셨다고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명의가 아주버님으로 되어 있으니 형님댁 재산으로 착각하신다.

시댁 재산엔 관심도 없고 또한 형님 심기가 불편하신 것 같아 함께 묻히고 싶지 않다. 부동산 사장님께 마땅한 산이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틀 후 다섯 군데의 산을 둘러보았는데 마음에 드는 산이 마지막에 본 좌구산이다. 능선이 좌청룡 우백호로 뚜렷하고, 앞에는 맑은 물이 동에서 서로 흘러 합수가 되고, 조산은 장군봉 ,노적봉, 문필봉이 또렷하다.

괴산경찰서장이 산의 주인인데 아드님 사업 자금을 주기위해 매도하신단다. 눈시울이 붉다. 위로하는 마음으로 매매가에 백만 원을 더 드리고 점심도 사드렸다.

장지관에게 가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3일후 꿈을 꾸었다. 새로 만든 산소가 두 개 보였다. 하나는 시댁 산에 하나는 우리 산에 있다. 뽀얗게 화장한 동서가 새집으로 이사를 간다고 했다. 깜짝 놀라 깨니 꿈이었다. 음력 4월 6일 다니는 사찰의 초파일 상단에 올릴 과일을 고르고 있는데 장지관에게 가묘를 다 만들어 놓았다고 연락이 왔다. 10분후 막내동서가 임종했다는 전화를 과일가게에서 형님에게 받았다. 예지몽이었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막내동서가 하늘나라로 간지 10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측백나무를 뒤쪽에 심고 연산홍 1500주를 좌우로 심어, 봄이면 꽃동산이 되어 벌나비의 놀이터가 되고 지나던 길손도 잠시 쉬어간다. 훗날 내 아이들이 벌초를 하러 올 때 함께 온 손자손녀들의 멋진 놀이터가 되겠다는 생각만으로도 흐뭇하다. 추석이 다가와 벌초를 하고보니 더 아름답다. 마음이 심란할 때 이곳에 오면 편안해진다. 호흡지간,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지 못하면 이곳에 묻힐 텐데. 생각만으로 내려놓게 된다.

가묘, 수의, 임종 후 입고 입주할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 4학년 어린 아들이 궁전을 꾸며 주겠다는 마음에서부터 비롯됐다. 마지막 가는 길 내 아이들에게 빚지지 않으려 다 준비했다. 양택과 음택, 스스로에게 만족하게 살고 준비 완료되었으니 금생에는 복된 삶이었다.

김춘자

농협은행근무 퇴임.

충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수강

양성평등 작품공모 대상

저서 : 산문집 <그것은 사랑이었네> <다시 푸름>

시집 <오월이 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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