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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봄의향연 - 쓸쓸하지 않은 퇴임식

  • 웹출고시간2017.03.30 10:06:47
  • 최종수정2017.03.30 10:06:47
어느 때부터인가는 몰라도 나이가 들어 세상을 알아가면서 제일 존경하고 좋아하는 직종이 남을 가르치는 교직이다. 내가 배워 아는 것을 남에게 가르쳐주고, 성장을 도와주고, 삶을 윤택하게 하고, 인류를 편히 살게 하는 것이 얼마나 존귀한 일인가· 그래서 선조들은 "스승에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선생님들은 아이들 다루기가 무척이나 힘들다고 한다.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한탄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를 일으켜 언론의 질타를 받는 경우도 때로는 있다. 어려운 여건에도 묵묵히 바른길로 학생들을 인도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셔서 교육이 바로 서고 있어 다행이다.

며칠 전 중학교 교장선생님의 퇴임식에 초청을 받아 가보았다. 교통이 막혀 조금 늦게 도착하였다. 퇴임식 장소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강당이다. 황급히 강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은은한 음악이 들린다. 학생들이 연주하는 곡이다. 음악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순간 마음이 정돈되며 엄숙해진다.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아 습관처럼 기도 했다. "어려운 길을 잘 통과하고 퇴임하는 선생님께 인간이 보상할 수 없는 공적을 하나님께서 보상하여 주세요."하는 기도였다.

시간이 되어 순서에 있는 대로 퇴임식이 진행되었다.
가슴에 꽃을 꽂은 선생님 내외분이 나란히 입장하였다. 순서가 막바지로 향하여 선생님의 고별사 순서다. 평소와 달리 떨리는 목소리로 교단에서의 마지막 고별사를 한다. 저의 교직 생활을 잘할 수 있게 도와준 여러분과 특히 어려운 가계를 잘 꾸려주어 가정을 바르게 이끌고 마음 놓고 후학을 가르치게 도와준 아내에게 감사합니다. 학생들에게는 덕담을 남기고 학생 여러분 사랑합니다. 라고 끝을 맺는다. 인사를 맺는 목이 멘 목소리가 옹벽 같은 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는 쓸쓸한 뒷모습을 보면서 황혼 길에 접어든 나의 뒷모습은 저보다 더하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선생님보다 나이가 더 많으니 오죽하랴,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였다.

퇴임하는 모든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선생님의 오늘 퇴임은 쓸쓸하지를 않고 보람이 넘친다. 잘 가르쳐 넓은 세상으로 내보낸 어린것들이 세상을 활개 치고 다녀 성공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인재가 되어 돌아온 제자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 나가 자리를 잘 잡은 제자들이 찾아와 꽃다발로 감사를 표시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경이롭다. 얼마나 보람되고 가슴 벅찬 일인가 생각하니 부럽기만 하다.

이 시간 나도 나를 가르치고 감싸주신 스승을 생각해 본다.삐뚤어질 뻔한 어려운 시기를 바로잡아준 고마운 선생님이 계셨다. 그분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하여 사회에 나와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가정을 이루고 잘 살아가니 고맙고 감사하다. 스승에 은혜는 하늘 같다하는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 것 같아 송구하고 후회스럽다.

아주 오래전 퇴근길에 복잡한 시내버스 승강장에서의 일이다. 버스를 타려고 내려오는 사람을 피하여 기다리고 있는데 고등학교 은사이신 박 선생님께서 내려오신다. 졸업한 지도 오래되었고, 나와는 특별히 접촉한 사연도 없으며 더더욱 담임도 하지 않았다. 배정된 시간에 국어를 가르치신 분이시다. 학교 졸업한 지도 오래고 특별했던 내가 아니어서 나를 모르시겠지 하는 생각에 인사하지 않으려다 얼굴이 너무 가까이 마주쳐 "선생님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였다. 바로 그 순간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선생님께서 "어! 신 군 오랜만 일세. 지금 은행에 근무한다지?"하신다. 만일 내가 인사를 하지 않고 그냥 차에 올라갔다면 얼마나 마음이 서운하셨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민망스러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선생님들은 제자들 하나하나에 관심을 두셨기 때문에 모두를 기억하시나 보다.

나의 은사님들을 생각하면서 나를 초청한 은퇴하는 선생님을 목수라는 생각에 머물렀다.

목수는 이 산의 곧은 나무 저 산의 굽은 나무를 함께 모아 곧은 나무는 다듬어 기둥 삼고 굽은 나무는 다듬어 들보 삼고, 어린나무는 서까래로 쓴다. 목수는 어떤 나무도 버리지를 않는다.

목수는 집을 만들어 문을 달고, 연장을 챙기면서 그때야 이 집이 내 집이 아님을 안다.아직은 연장을 대장간에 보내지 마시구려. 그 연장으로 바빠서 손 못 댄 내 집 문도 달아보고….

선생님은 어린 학생을 가르치고 보살피느라 진작 자기 집 관리에는 소홀하였으니 이젠 집안 관리도 하시고, 기회가 오면 남은 지식을 다른 이에게 나누는 일도 좋으리라. 바른 선생 바른 제자들이 많아 더 바른 사회와 나라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신문식 작가 프로필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수필작품공모 우수상

-한국문인 시등단

-충북은행지점장 정년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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