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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여름의 추억 - 키 큰 남자를 보면

  • 웹출고시간2015.08.06 10:39:23
  • 최종수정2015.08.06 10:38:30

키 큰 남자를 보면 / 문정희(1947 - )


키 큰 남자를 보면

가만히 팔 걸고 싶다

어린 날 오빠 팔에 매달리듯

그렇게 매달리고 싶다

나팔꽃이 되어도 좋을까

아니, 바람에 나부끼는

은사시나무에 올라가서

그의 눈썹을 만져보고 싶다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그의 눈썹에 한 개의 잎으로 매달려

푸른 하늘을 조금씩 갉아 먹고 싶다

누에처럼 긴 잠 들고 싶다

키 큰 남자를 보면

키 큰 남자를 보면 깊이 숨겨둔 여자의 욕망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일까. 심장이 뛰듯 욕망이 경쾌하게 점핑한다. 여동생이었다가 나팔꽃이었다가 꿈틀거리는 벌레이었다가 마침내 긴 잠 드는 누에가 되고 싶어 한다. 훤칠한 키에 가슴이 넓고 등과 어깨가 든든한 남자. 느티나무처럼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끄떡도 하지 않는 남자. 눈썹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남자.

이런 남자를 꿈꿔보지 않은 여자가 어디 있으리. 아무리 투정을 부려도 그저 다 받아주고, 힘들고 어려울 때는 언제나 등과 어깨를 내어주며 속삭여주는, 수호천사처럼 그림자로 따라와 든든하게 지켜주는,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이런 남자가 한 생애 동안 한 번은 꼭 나타나리라는 꿈을 꾸면서 여자들은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오빠처럼 기대고 싶고, 나팔꽃이 되어 기어오르고 싶고, 나뭇잎처럼 가벼워지고 싶고, 허물을 벗기 위해 긴 잠을 준비하는 누에가 되어 야금야금 갉아먹고 싶은 남자는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을까. 주위에 사람이 이렇게도 많은데 사는 게 외롭다고들 말한다. 그런 남자가 숨어 있어서 삶이 외로운 게 아닐까. 외로워서 꿈이라도 꾸어보는 것이 아닐까. 외롭지만 뭇사람들은 속 깊은 꿈의 발설을 꺼려한다. 하지만 시인은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발설한다. 뭇사람의 거울이 되는 통쾌한 발설이다.

언젠가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약국 앞에 세워놓은 젊은 남자 배우를 둟어지게 쳐다보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 까닭을 몰랐더니 이제야 알 것 같다. 할머니는 여자로 서 있었던 거다.

/ 권희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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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