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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2.23 10:51:41
  • 최종수정2017.02.23 10:51:41
입춘이 지났다. 봄이 문 앞에서 서성이다 노란 꽃 한 다발을 불쑥 내밀 것 같은 날씨다. 봄이 되려면 몇 번의 뒷걸음도 있겠지만, 봄은 언제나 꽃보다도 먼저 마음속에 들어와 있다. '봄'하면 부지런한 농부가 소를 앞세워 밭을 갈고 있는 풍경이 계절을 앞질러 머릿속에 그려지곤 한다.

그러나 게으른 울음을 운다던 실개천 가의 누렁소도, 너른 풀밭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송아지와 어미소도 구경하기 어렵게 된지 오래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 마음속에서 잊혀지고 있던 소가 요즘 텔레비전에 자주 오르내린다.

방송에서는 연일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조류독감에 연이은 바이러스의 습격에 긴장하며 애를 태우고 있는 중이다. 첫 발생지가 지척에 있는 곳이니만큼 신경도 많이 쓰이고 드나드는 일도 조심스럽다.

소가 개량이 되어 크고 빨리 자라는 대신 치명적인 병도 늘어났다. 타고난 수명이 20년이라는 요즘의 소는 제명도 다 못살고 기껏해야 3년을 산다. 하지만 구제역이 발생해 그나마도 제 명도 채우지 못하고 인간에 의해 흙에 파 묻혔다. 몇 해 전 구덩이 속에 생매장 되던 가축들을 방송으로 보았던 기억이 난다, 어미를 부르던 송아지들과, 미처 새끼를 두고 죽을 수 없어 안락사 주사에도 반응하지 않던 어미 소의 얼굴에 흐르던 눈물과 쉰 울음소리는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다.

누구에게나 견디기 어려운 힘든 일이 있을 수 있다. 운이 좋을 때는 만사가 잘 풀리고 행복하지만, 뭘 해도 막히고 답답하고 안 될 때가 있다. 이렇듯 어려운 일이 생겨 힘 이들 때 우생마사(牛生馬死)의 지혜를 생각한다.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 소와 말의 생사가 달라진 이유는 말과 소의 고난과 역경에 대한 대처방법의 차이에 있다. 헤엄을 잘 친다는 말은 강한 물살에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물살을 거스르는 방향이 문제이다. 거센 급류에서 물살의 역방향을 이기지 못하고 탈진해 익사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소는 물살을 거스르지 않고 흐름에 맡겨 서서히 강가로 이동해서 얕은 곳에 이르러 걸어 나온다고 한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일도 일어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음을 인정해야 할 때가 있다, 가끔은 미련하게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과,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다면, 느려도 황소걸음처럼 한 발짝 한 발짝 뚜벅 걸음으로 천천히 가야한다는 것을…. 잘 견디는 것이 최선일 때가 있다.

오랫동안 소를 키우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소와 사람에 대한 감정의 경계가 모호해 진다. 모든 어린 것들이 다 그렇듯 송아지도 어린아이들과 비슷하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개구쟁이 짓을 하듯이, 송아지도 태어난 지 두 세 달만 되어도 또래 송아지들은 몰려다니며 놀기를 좋아한다.

사료포대를 물고 뛰어 다니기도 하고, 저희들이 먹어야 하는 건초더미에 올라가 쑥대밭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말썽을 피우고 돌아다니는 것은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는 증거이다. 제집에 얌전히 누워 있는 송아지는 어디가 아파도 아픈 것이다. 아픈 송아지에게 약을 먹이고 주사도 놓아 치료 하는 남편 옆에서는 근심스런 눈을 한 어미소가 곁을 지키고 있다. 어미소와 소를 키우는 사람이 어린 송아지를 보는 눈은 똑같은 마음일 게다.

큰 소들도 송아지 못지않게 호기심이 많다. 작은 틈새로 머리를 집어넣어 빠지지 않아 애를 먹이는 일도, 엎드려 물통을 청소할 때 기다란 혀로 낼름 모자를 벗겨가 질겅질겅 씹고 있을 때도 왕성한 호기심이 발동했음이다. 모자를 쓰지 않고 물통청소를 하고 있으면 어느새 다가와 거친 혓바닥으로 머리를 쓰윽 핥는다. 깜짝 놀라 머리를 만져보면 끈적끈적한 침이 잔뜩 묻어있다. 물통 청소를 다 하도록 머리를 핥으려는 소와 실랑이를 해야 한다. 머리에 묻은 침이 마르고 나면 뻣뻣해진 머리카락은 무스를 바른 듯 위로 솟아 우스운 몰골이 되어있다. 친근함의 표현인지. 아님 새끼를 핥아주듯 자애로운 모성의 발동인지 알 수 없다.

소는 목장 주인의 성품을 그대로 닮는다고들 말한다. 느긋한 소들이 있는가하면, 작은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사람을 무서워하며 피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목장의 송아지들의 호기심 많은 성격은 누굴 닮았는지 모르겠다.

요즘처럼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에 앞에 서면 아무 일 없는 보통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새삼 느낀다.

겨울날 목장의 하루는 짧다. 어느새 감나무 마른 가지에 걸린 해는 붉은 여운을 남기며 서쪽으로 숨는다. 목장에서 고된 하루를 보냈을 남편을 기다리며 식어버린 된장찌개에 다시 불을 켰다.

김정원

충북대평생교육원 수필창작수강

푸른솔문학 신춘문예 수필대상

노인복지 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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